<한나라당은 개구리 밭인가?>
- 치졸한 밥그릇 싸움에서 벗어나 진정한 쇄신의 길로 전진하자 -
최근 사석에서 만난 기자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나라당에는 온통 한나라당 욕하는 사람들뿐이네요...”
저는 이 말을 들으며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한나라당 주변에서 많은 군상들의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권력의 떡고물이 기대될 때는 숨죽이고 있다가, 단물을 다 빨아먹고 나서 딴청을 부리는 ‘장마철 개구리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 자살로 형세가 조금 불리해지는가 싶으니 온통 자기 한 사람만이라도 ‘한나라당’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는 존재로 보이고 싶어 안달하는 개구리들 말입니다.
저는 정치에 입문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정치는 국민에 대한 봉사와 책임’이라고 배워왔고 부족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최소한 ‘한나라당’이란 이름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면, 끝까지 ‘한나라당’이란 이름으로 국민 앞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한나라당’이란 이름은 곧 한나라당의 이념과 정책 노선을 뜻하는 것이며, 그동안 한나라당을 다른 정당과 차별화시켜온 국가관, 역사관, 경제관 등을 두루 포함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재보선에서 우리 한나라당은 분명 참패했고, 이는 국민의 경고와 심판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우리 당에서 ‘쇄신위원회’라는 특별기구를 출범시킨 것도, 이러한 현실 인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쇄신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또 그 기구의 대표인 쇄신위원장의 이름으로 공표된 얘기들을 보노라면, 도대체 ‘쇄신위원회’란 기구가 산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바다로 가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심을 바탕으로 우리 당을 일대 쇄신하고자 한다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부터 차분하게 점검해나가야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정치 위기’의 본질은 ‘정당정치의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과 유권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정당정치 시스템에 대해, 우리 당이 선도적으로 이를 극복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쇄신’ 노력의 첫 번째 단추가 되었어야 했다는 말씀입니다.
우리 당의 내부 질서와 운영 시스템부터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다가서고, 국민 속으로 들어갈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뼈저린 각성과 고민이 바로 ‘쇄신위원회’가 최우선으로 했어야 할 과제라는 말씀입니다. 그러한 고민들을 바탕으로 ‘쇄신’의 큰 그림을 그린 이후, 국정 시스템의 문제점과 인적 쇄신 문제들을 차분히 검토해 대안을 모색해 들어갔다면 지금처럼 ‘쇄신위’에 대한 실망감은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한나라당이 아무리 못마땅한 모습을 보여도 끈질기게 기대와 격려, 성원을 보내주고 있던 전통적 지지층에서는, 쇄신위원회 구성에서부터 한심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쇄신위원회가 ‘신당 창당위원회’가 아니라면, 적어도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계승과 혁신’에 나서야 했습니다. 그러나 쇄신위원장을 비롯해 쇄신위의 면면을 볼 때, 과연 ‘계승과 혁신’의 주체로 적절한가에 대해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의 비판과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음을 상기하면, 오늘 쇄신위가 저렇듯 갈팡질팡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쇄신위도 쇄신위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라고 자부하던 분들이 좌충우돌하는 것도 어안이 벙벙한 일입니다. 모두가 ‘쇄신’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지만, 정작 그곳에서 치졸한 권력싸움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나오고 있음을 삼척동자라도 훤히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아무리 곱게 봐주고 싶어도, 그 속에 과연 진지한 자기반성의 흔적이 눈꼽만큼이라도 있는 것인지 의문일 뿐입니다. 자신부터 낮추고 자신부터 버리지 않으면서,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하는 것인지 아이들 보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한나라당이 이래서는 안 됩니다. 당을 전면적으로 쇄신하고자 한다면 자격 여부부터 문제되는 몇몇 사람의 ‘논의 기구’에 맡길 일이 아닙니다. 일반 국민들과 유권자들에게 머리 숙여 ‘쇄신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한나라당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당원 동지들에게 먼저 쇄신의 길이 무엇인지 물어야 합니다. 당 주변의 전문가들로부터 정당정치 위기의 본질을 학습하며, 디지털 문화 혁명에 적응해갈 정당정치의 새로운 모델부터 우리 한나라당이 선도적으로 개척해가야 합니다.
기껏해야 원내대표 경선 시기를 조절하자느니, 전당대회를 어찌 어찌 하자느니, 누구 누구를 몰아내야 한다느니 하는, 이런 천박한 논의가 ‘쇄신 논의’라면 ‘쇄신’이란 말이 너무 부끄러울 뿐입니다. 차라리 ‘쇄신’이란 말은 걷어치우고, 이 틈에 본격적으로 권력싸움이나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그나마 솔직하다는 소리라도 들을 수 있다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합니다. 또 현명합니다. 한나라당 쇄신 논의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조금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쇄신’이란 이름으로 벌어진 일들의 ‘본질’을 우리 국민들이 너무도 정확하게 궤뚫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새 부대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술이 필요하다고 떠들어봤자 그 것은 낡은 부대를 그대로 끌고 가자는 기만이 될 수 있습니다. 전당대회 시기를 앞으로 또는 뒤로 조정한다고 해서, 그것을 두고 한나라당이 진정한 쇄신의 길에 나섰다고 평가해줄 국민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 국민들 눈에, 우리 당이 자칫 ‘장마철 개구리밭’이나 난파선의 쥐들처럼 보여서야 되겠습니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누군가의 책임부터 묻는다면 이는 명백한 책임 회피일 뿐입니다. 저는 우리 당원 동지들의 의연함을 믿으며, 한나라당의 주역이라는 우리가 남 탓을 하기에 앞서 진정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질서 있게 후퇴하고, 근본적 쇄신 노력을 통해 질서 있는 전진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믿습니다.
국회의원 이성헌
한나라당도 바뀔수 있다는 약간이나마의 희망을 보여주는군요..
그나저나 이노무 모기어린이때문에 몇일째 잠설치며 새벽에 잠드는 .. 엄청 짜증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