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인터넷 통제, 결국 실패할 것”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 위해 익명성 중요
누리꾼들, 정부제한 피해 우회로 찾아낼 것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전도사는 지난 17일 밤 <한겨레>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표현의 자유는 기본적 인권으로, 익명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인터넷 기술은 매우 개방적이라 정부의 통제에도 사람들은 결국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보 공유는 매우 유익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사회에 해가 된다며 이를 억압하는 정부도 두려움에서 벗어나 이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 한국에서의 실명제 확대, 중국의 천안문사태 20주년, 이란의 대통령선거 부정시비 논란 등으로 유튜브·트위터 차단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다양한 우회로를 통해 관련 정보가 공유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17일 밤 서울의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미국 뉴욕에 있는 빈트 서프와 비디오 컨퍼런스 장치를 통해 영상으로 진행됐다.
-인터넷 프로토콜 체계를 만든 창시자로서, 인터넷이 전문가만이 아니라 오늘날처럼 모든 사람들의 미디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는가.
“간단히 답하자면 ‘NO’다. 하지만 1973년에 인터넷을 처음 설계했을 때, 인터넷 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분명한 비전은 있었다. 이메일이 1971년에 개발되었고 이를 통한 소통과 협업 그리고 온라인의 힘을 경험할 수 있는 2년여의 시간이 있었다. 현재의 월드와이드웹에 대한 구체화는 더글러스 앵겔바트에 의해 발전했다. 무엇이 가능할지에 대한 다양한 비전과 인터넷 기술의 위력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오늘날처럼 수십억의 인구가 쓰는 규모로 발전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매우 흥미로운 결과다.”
-인터넷 초기와 달리 만인의 매체가 된 인터넷은 더이상 익명의 공간일 수 없다는 주장이 한국에는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익명성을 강하게 지지한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익명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터넷에서도 사용자들에게 신원 확인을 요구할 수도 있으나,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 경우에 따라 인터넷에서는 익명성과 신원 확인이 각각 중요하고 필요하다. 쇼핑몰과 같은 전자상거래와 같은 거래에서는 신원을 증명하는 일이 필요하지만, 프라이버시나 정치적 견해에 대한 표현의 자유의 보장을 위해서는 익명성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인터넷 댓글로 인해 유명인들이 자살을 하는 등 역기능이 잇따라, 실명제가 유튜브 같은 곳까지 확대되게 되었다. 한국정부는 한국적 특수상황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구글은 왜 이를 수용하지 않는가.
“나는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명제에 찬성하지 않는다. 물론 구글은 전세계에서 사업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현지법을 존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튜브코리아 사이트에서 업로드 기능을 자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실명제 적용이 안 되도록 했고, 현지법을 어기지 않고 있다.”
-한국정부는 구글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검색 결과를 정부 요청에 따라 수용한 것과 달리, 한국에서만 구글의 원칙을 고수했다고 구글을 비판했다. 왜 구글의 잣대가 다른가.
“구글이 중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것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중국에 있는 사용자들이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구글차이나 서비스에 특정 검색어의 검색 결과를 걸러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이런 필터링도 사용자에게 명확히 알리고 있다. 구글은 검색결과 링크가 제거된 곳에는 해당 내용이 제거된 사실과 그 이유를 사용자에게 공지하고 있다. 한국의 실명제 이슈는 중국에서의 검색결과 검열과는 다른 문제다.”
-인터넷을 통제하려고 하는 각국 정부의 시도는 실패할 것인가, 성공할 것인가.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정부의 모든 시도들은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정부의 표현의 자유 제한을 피해서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설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과 영향력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다. 유엔의 인권선언문도 표현의 자유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 자유가 제한된 국가는 정부가 표현의 자유가 가져올 부작용에 신경질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도 결국 표현의 자유가 주는 유익을 알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보는 그 자체로 힘이다. 월드와이드웹이 발전하면서 정보의 공유에서 비롯된 이런 힘은 실제로 이익이 되는 강력한 힘이다. 정보의 공유 덕택에 과학과 관련 기업들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농민들의 경우 과거에는 농작물이 대도시에서 얼마에 거래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중간 거래상들에 의해 좌우됐는데,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어 보다 경제적인 거래가 가능해졌다. 구글은 모든 이들이 이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에 힘쓰고 있다.”
-잭 골드스미스와 팀 우가 쓴 ‘Who controls the internet?’(국내 번역 <인터넷 권력전쟁>)을 보면, 인터넷은 국경을 초월한 통제 불가능의 매체가 아니라, 인터넷 역시 이를 통제하려는 국가권력에 종속된다고 주장한다. 구글이 전세계에서 보편적 원칙을 내걸고 운영한다고 하지만, 해당 국가의 국가권력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라는 원칙도 지켜낼 수 없는 것 아닌가.
“반가운 질문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초기 멤버인 존 길모어(John Gilmore)는 ‘인터넷 기술은 매우 개방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제재하려고 해도 사람들은 정보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어떻게든지 결국 원하는 정보를 얻을 것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사람들의 힘이 사회에 해가 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이를 활용하는 법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터넷이 가져온 최대의 부작용이나 역기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1994~5년 월드와이드웹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가 쏟아져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고자 했다. 모두가 기꺼이 공유하고자 하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사람들이 이익을 얻고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보가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꺼이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터넷의 부작용이나 역기능이 있다면 정보가 너무 많아 사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야후나 알타비스타, 구글과 같은 기업이 생겨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찾기 쉽게 도와준다. 원하는 정보를 찾고자 하는 사용자들의 수요가 없었다면 오늘날 구글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는 놀라울 정도이며, 구글은 이런 정보의 공유를 돕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가장 빨리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구글의 기본 철학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 빈트 서프는 누구인가
UCLA 대학원생 시절부터 미국 국방부의 아르파넷의 초기 설계에 참여, 현재의 인터넷을 가능하게 한 TCP/IP 프로토콜 시스템을 개발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린다. 1943년 미국 코네티컷 뉴헤이븐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UCLA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받고 스탠퍼드대 교수를 지냈다. 서프는 인터넷협회를 창립해 1992~1999년 회장직을 지내고, 2000∼2007년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의장을 맡아왔다. 2005년에는 구글에 부사장으로 영입돼 ‘수석 인터넷 전도사’를 맡아 전세계에 인터넷의 가치를 역설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빈트 서프는 몇 년 전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행성간 우주 인터넷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새로운 인터넷주소체계인 IPv6와 인공지능 등과 같은 기술이 미래 사회에 끼칠 영향 등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