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을 보다 몇 자 적어봅니다.
권력을 쥔 정치인들이 그 행적에 대해 일반 국민의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비판을 하는 일반인들끼리도 시국을 보는 시각 차이 때문에 서로 모욕하고 비난하는 것은 재고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민주사회에서 개인 입장에 따라 시국을 보는 관점은 다양한 층위를 이루기 마련이고
보수든 진보든 상대편과 의견공유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양극단의 입장이 아닌 이상
게시판에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아닙니까.
한가지 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관련하여 일단 보수적 견해를 다루어 볼까요.
1 김대중씨는 친북좌파였으므로 그의 국장에 반대한다.
2 김대중 전대통령의 정책이나 그 수행방식에는 공감하지 않으나 현대사에 끼친 그의 실질적 업적에 대해서는 인정하여 국장에 동의한다.
위에서 보다시피 1은 극단적 보수에 해당되겠지요. 그리고 2는 온건보수라 할 수 있습니다.
1의 견해는 극소수이며 논객으로는 후 모라는 분을 들 수 있겠네요.
많은 분들이 후 모라는 분의 글에 대해서 비판하고 무수한 댓글을 달아서 질책하는 것도 글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모양새를 지니고 있어 진보 측과 대화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보적 견해도 나누어 집니다.
3 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정책에 공감하며 그의 국장에 찬성한다.
4 고 김대중 전대통령님은 대한민국 수립 이후 최초의 민주적 대통령님이시며 국난에서 나라를 구한 위대한 지도자님이셨으니 국장으로 모시는 게 당연하다.
3은 온건진보입니다. 4는 극단적 진보라 할 수 있습니다. 4의 견해는 김대중 전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사람과는 대화의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극단론이란 점에서 본다면 1의 유형과 마찬가지로 4의 유형의 글도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개인의 단점만 나열하는 게 오류이듯 개인의 장점만을 나열하는 것이 지나쳐서 우상화 단계로 나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게시판에서 4의 유형의 글들의 댓글을 보니 비판보다 오히려 공감대를 형성하고 어느 정도 당연시되는 경향을 보이더군요.
구태여 이런 예를 든 것은 이 게시판의 경향성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양극단의 입장인 사람들이 서로를 비판하고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감정의 대립을 세우면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양극단인 사람들이 각각 자기 생각이 극단적인 게 아니라 당연하고 올바른 생각이라 확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게시판의 경향성에서 볼 때 노게인님은 일종의 이단자입니다. 노게인님의 글에 대한 댓글들이 그의 논리에 대한 반박도 있지만, 대부분 감정적으로 토론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인격모독과 욕설까지 나오는 걸 보니 이건 정말 아니다 싶습니다. 정경사의 시국에 대한 논의가 개인 감정까지 파급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는 노게인님이 위의 예에서 2의 온건보수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진 댓글들이 그를 1쪽으로 억지로 몰아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가 풉 하는 게 좋지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어떤 점에서는 악플러의 댓글을 받는 연예인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같이 욕설을 하여 맞대응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를 높이 평가합니다.
더욱 안타까운 경우는 친절한 세상님의 경우입니다. 그의 글은 2의 유형이지만 노게인님의 글보다 오히려 더 3의 진보쪽을 이해하려 애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차츰 경향성
이 1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더군요.
논의는 내가 옳고 나와 반대 의견은 틀린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라 이렇게 글을 올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타인의 의견을 논박하더라도 타인의 인격을 모독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두서가 없네요. 읽어주어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