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 자격증, 공모전 다 소용없었다."

하이베입 작성일 09.10.30 19: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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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갈등 최대전선, 청년실업] 신세대·쉰세대 골이깊어지다
80개 이력서 중 딱 하나 됐는데 면접 낙방
비 맞으며 소주병 들고 원효대교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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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대졸 실업자 보고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대기업만 좇는 친구들’이라고.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그건 정부와 기성세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변명입니다.

저요? 어디든 취업만 하면 죽을 힘을 다해 일할 각오가 돼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중소기업은 학벌 좋은 사람을 안 뽑아요. 금방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노력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잘된다고요? 천만에요. 돈이 돈을 만드는 세상인데도 기성세대는 근성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하는 세상. 이런 세상이 계속된다면 청년들은 계속 더 울 수밖에 없어요.”

서울 s대 의상학과(경영학과 이중전공)를 나온 지 2년8개월, 그 동안 쓴 이력서만 100장이 넘는다는 주모(29) 씨는 울분에 찬 목소리를 이어갔다. 어느 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독하게 마음먹고 근성을 키워야 한다고 수없이 다짐하면서도 취업 이야기를 하다 보면 회사가 부도나 빈털터리가 된 아버지, 그래도 못난 형을 믿는 동생 생각에 억장이 무너진다. 각고면려 끝에 취업에 성공한 청년 ‘서스코’(id)는 회원이 117만 명에 이른다는 인터넷 포털 다음의 카페 ‘취업 뽀개기(취뽀)’에 눈물겨운 수기를 올렸다.

“하루 2000원만 쓰면서 도서관에서 정말 죽어라 공부만 했다…. 밥값 아끼려고 집에 있는 라면 가져가 ‘뿌개’ 먹으면서…. 자존심 때문에 부모님한테 끝까지 손 안 벌렸다…. 나이 스물일곱 살 먹어 용돈 타는 것이 부끄러웠다…. 휴대전화 정지시키고 원시인처럼 생활했다…. 죽어라 토익 공부해서 960점 찍었다….

높은 학점과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와 자격증 14개, 난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50개 이력서 줄줄이 낙방…. 고유가에 고물가에 저성장으로 기업들이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했다…. 80개쯤 이력서 쓰는 도중에 운명적으로 l기업에 서류 합격했다고 문자가 왔다….

1차 면접 통과하고 최종 면접만 남았다…. 우리 가족 난리법석을 떨었다…. 엄마는 매일 새벽 성당 가서 기도하고 아빠는 내 아침밥을 차려주셨다. 하지만… 1주일 후 결과…. 불합격…. 머리 속이 하얘졌다…. 아버지는 혼자 소주 드시러 나가셨고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우셨다….

그때 장마철이었다…. 혼자 소나기를 맞으면서 피우지도 않는 담배 한 갑, 소주 한 병 들고 집에서 가까운 원효대교로 갔다…. 정말 뛰어들고 싶었다…. 졸업한 지 6개월이 넘어가고…. 담배 한 갑 피우고 소주 한 병 다 마셨다…. 엄청난 빗줄기를 맞으면서 길가에 20분 동안 누워 있었다.

몇 주간의 방황을 마치고 다시 시작했다…. 그러다 운 좋게 외국계 회사에 면접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내가 지원한 부서에 1명 뽑는데 500명이 지원했다…. 서류 통과자만 100명…. 면접 일자에 맞춰 회사에 갔다. 내 옆 사람은 벌써 긴장했는지 땀범벅이었다…. 운 좋게 합격 전화가 왔다. 다른 부서까지 포함해 5명 뽑았는데 그 중 한 명이 나라고 그랬다….ㅎㅎㅎㅎ”

지금 대한민국 20대는 ‘절망의 트라이앵글’에 빠져 있다. 한 해 10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나와봤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사실상의 실업자 대열에 선 20대 젊은이가 줄잡아 140만 명이다. 그리고 이들 중 특히 대학을 나온 고학력 실업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차갑기 짝이 없다.

한창 열심히 일하면서 미래를 설계해야 할 이 땅의 젊은이들은 지금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어쩌기 힘든 3대 트라우마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2009년 대한민국 세대갈등의 최대 전선은 청년실업대란이다. 기본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 힘들게 잡아도 3분의 1이 비정규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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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대학과 고등학교 졸업생 50여 만 명이 쏟아지는데 20대 임금근로자는 2004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미끄럼질이다. 올 3월 20대 근로자 343만8000명 중 30.6%인 105만1000명이 비정규직이다.

‘스펙(specification)’을 관리하느라 편·입학을 거듭하며 몸값을 올린 ‘에스컬레이터족’이나 토익·취업 강좌를 열심히 쫓아다닌 ‘강의 노마드족’으로서는 속이 쓰리고 대학 등록금과 학원비가 아깝다.

정부 시책에 발맞춰 기업들이 ‘잡 셰어링(job sharing=일자리 나누기)’을 한다더니 정작 대학 졸업자가 원하는 정규직은 줄이거나 뽑지 않으면서 인턴만 늘리고 있다.

게다가 30대 그룹이 신입사원의 임금을 최대 28%까지 삭감하기로 하자 젊은 층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4월 주요 대기업의 대졸 초임(고정급 기준)을 조사한 결과 평균 3097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62만원 줄었다.

더구나 월급쟁이가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사는 데 37.5년이 걸린다는 소식은 아직 일자리도 못 구한 20대를 더욱 절망하게 만든다. 2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연간 소득은 평균 3915만원. 이런저런 지출을 빼고 알뜰하게 모아 저축할 수 있는 돈은 953만원이다. 이 금액을 정기예금 금리(연 2.3%)로 불려 나가면 37.5년이 지나야 서울의 100㎡(30평형)짜리 아파트 한 채 값(5억6000만원)이 나온다.

지난해 힘든 관문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남자 대졸 신입사원(인크루트 조사 평균나이 28.7세)이라도 환갑을 넘긴 예순여섯에나 서울에서 내집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니 힘이 쭉 빠질 수밖에. 이런 판에 대출받은 학자금 원금이나 이자 상환을 석 달 이상 연체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경우가 6월 말 현재 1만2927명이다.

학자금 대출은 2005년 2학기에 시작됐고, 그 이듬해 670명이던 신용불량자는 3년 새 19배도 넘게 불어났다. 젊은이 사이에 ‘제3차 대전’이라고 할 정도로 일자리가 최대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청년들은 괜찮은 일자리를 넉넉하게 만들어주기는커녕 신입사원 임금이나 깎으려 드는 기성세대와 사회가 야속하다.

하지만 이들의 부모세대는 자신들보다 풍족하게 자라 대학까지 나오고서도 나약하기 짝이 없고 여전히 부모에게 기대려 든다며 불만이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젊은이와 기성세대 간 갈등이 주로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 차이 등 ‘이념(이데올로기)갈등’이었다면, 외환위기 이후에는 당장 일자리 등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자원의 최적 배분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배분적 갈등’의 모습을 띠고 있다.

공식 청년실업자보다 많은 취업준비생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5%. 다들 대학에 가니 취직도 쉽고 잘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은 고작 62.8%(2009년 8월 기준)로, 일할 수 있는 사람 열 명 중 넷이 놀 정도로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어렵다.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는 사회생활을 하기 힘든 한국사회에서 대학진학률은 월등한 세계 1등이다.

대학에만 들어가면 ‘생각대로’ 다 될 줄 알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선행학습으로 다진 지식에 해외연수를 다녀온 어학실력, 잘 관리한 학점에 공모전 수상 경력과 자격증까지 따낸 ‘스펙’ 관리에도 취업문은 열리지 않는다. 휴학도 불사한 채 ‘졸업예정자’ 신분을 유지하며 이력서를 내지만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힘들다.

그나마 가까스로 잡은 일자리가 시한부 ‘인턴 인생’, 아니면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는 비정규직 ‘88만원 세대’ 신세여서 수십 만 명의 젊은이가 한숨을 쉰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21위로 하위권인 고용률로 입증된다.

1위 아이슬란드(85.7%)와 고용률 격차가 20%포인트를 넘고, oecd 평균치(66.7%)에도 한참 못 *다. 우리나라 공식 실업률은 3%대(2009년 8월 기준 3.7%)로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낮다. 실업률이 이처럼 낮다는 것은 실업자가 적다는 의미여서 고용률이 높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고용률이 ‘뒤에서부터 9위’로 낮은 것은 실업자(실업률 계산에 포함)로도, 취업자로도(고용률 계산에 포함)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바로 구직단념자(2009년 8월 기준 17만8000명)와 취업준비생(64만4000명), ‘그냥 쉰다’는 사람(145만2000명)이 이런 경우로 230만 명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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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실업이 심각한 가운데 안양시립평촌도서관 앞에 이른 아침부터 도서관에 들어가려는 취업 준비생들이 줄지어 서있다.

특히 취업준비생은 통계가 잡힌 2006년부터 청년실업자보다 많다. 8월 현재 취업준비생은 64만4000명으로 공식 청년실업자 35만2000명의 2배에 가깝다.

15~29세 청년실업자는 통계청 공식 통계(2009년 8월 기준)로 35만2000명. 청년실업률은 평균실업률(3.7%)의 2배도 넘는 8.2%다. 하지만 취업 의사를 가진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그냥 쉰다는 사람)를 감안하면 청년실업률은 20%대로 껑충 뛴다.

취업준비생의 대부분이 20대이고, 구직단념자와 그냥 쉰다는 경우는 약 4분의 1이 20대다. 공식 청년실업자에 이들 세 부류의 넓은 의미의 ‘실망실업자군’(약 105만 명)을 더하면 청년백수는 140만 명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태백’이라는 말처럼 20대 태반이 이미 백수 신세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월 현재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을 학력별로 분석한 결과 대학졸업자가 21.4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고졸(16.99%), 전문대졸(14.48%) 순이다. 특히 대졸자의 체감실업률은 계속 올라갔다. 최근 5년 사이 상승폭이 4.79%포인트로, 전문대졸(1.95%포인트)이나 고졸(2.48%포인트)보다 높았다. 이처럼 청년실업문제의 심각성은 공식 실업이 아닌 ‘유사실업’ 상태의 청년, 특히 대학졸업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청년백수(140만 명)에 30대 공식 실업자(22만3000명)를 더하면 20, 30대 청년백수는 금세 160만 명을 훌쩍 넘어선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찌어찌 해서 직장에는 다니지만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는 비정규직이 정부 공식 통계로도 537만4000명(2009년 3월 기준)이다. 임금근로자 셋 중 한 명꼴로 비정규직이다.

‘일자리 절망’ 20, 30대 385만 명

더구나 이들 중 105만1000명(19.5%)이 20대요, 30대는 119만7000명(22.3%)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한창 일할 20, 30대 백수 160만 명과 비정규직 225만 명을 합치면 한국에서 청년 385만 명이 일자리가 없거나 있어도 불안정한 상태로 방황하고 있다. 그렇다고 금방 고용을 확 늘릴 뾰족한 대책이 나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경제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4%대에서 3% 후반으로 떨어진 데다 그마나 ‘고용 없는 성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펙 관리 등 취업 준비와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는 기업들 때문에 휴학이 잦아 어느 새 4년제 대학에서 평균 6년제가 돼버린 한국 대학, 그렇게 대학을 나와 첫 직장을 잡는 입직(入職)연령이 평균 28.7세로 10년 전(1998년 26세)보다 세 살이나 많아진 대한민국의 ‘늙은 신입사원’으로는 글로벌 무한경쟁체제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젊은층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에 이어 ‘삼태백’이 나타나고, 이들이 나이를 먹으며 ‘사태백’ ‘오태백’으로 이어져 고용불안이 한국사회의 만성적 고질병이 되기 전에 ‘일자리 절망’ 상태의 청년 385만 명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앞으로 우리를 먹여살릴 신성장동력을 찾아 육성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 젊은이들이 웃으면서 일하도록 해야 우리 사회의 세대 간 배분적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

글 양재찬 월간중앙 편집위원 [jayang@joongang.co.kr] 장문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marieejang@gmail.com]

 

 

 

 

불과 90년대까지만해도, 4년제 대학에, 학점, 영어성적만 있어도 왠만한 취직자리는 구하기 수월했었는데...

이제는 어학연수, 인턴, 높은학점, 어학성적, 자격증15개 가진사람도 흔하디흔한 취업생들수준이라니...

가면 갈수록 취업구멍이 바늘구멍보다도 더 작아지고있네요... 대체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걸까요..

 

고용하는 기업 입장이나, 고용당하는 젊은이들의 입장이나 어느 하나 물러설수없이 갈수록 최악의 상황이군요..

기업은 매달 돈주는거 아무래도 신입들보다는 경력있는 사람들을 선호하고...중소기업은 오히려 학벌좋은사람들은

고용하면 금방 나갈거라 생각해서 안뽑고... 걱정입니다...

 

국내기업은 갈수록 해외로 빠져나가는 실정에, 툭하면 노사간의 갈등으로 매번 바뀌는 직원들의 조건들,

또 아무목표도없이 무작정 남따라서 대학은 졸업시켜야 뭐라도 한다는 국내인식들,.. 덕분에 더 높은 학문을 배우러

가는 대학이란곳이 이젠 아무 목적도없는 그저 '좋은 기업'에 들어가기위한 하나의 취업학교로 변질되고...

 

물론 아주 근본적으로는 땅덩어리가좁고 인구는 넘치는과정에서 수요와공급이 안맞는 문제도있지만 그보다도

이 취업준비생들이 과연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목표로 특화된교육을 받을수있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어있는지,

무작정 공장마냥 졸업생들을 마구잡이로 배출하는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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