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일보

2채널(2ch)이라는 일본 사이트가 있다. 로그인 없이 접속해 글을 남길 수 있는 사이트다. 국내에도 개봉된 영화 <전차남>

의 ‘실제 이야기’가 진행된 사이트로, ‘한국에 DC인사이드가 있다면 일본에는 2ch’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일본 누리꾼들의 적

나라한 속내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토론’은 답글에 답글 형식(스레드)으로 진행된다. 처음 본 사람은 익

숙지 않지만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곳에서 진행되는 토론의 번역 글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궁금한 사람은 검색엔

진에 ‘2ch 유머’라고 넣어보시길)

“한국이라는 나라에는 관심없다”면서도 이곳에서 한국, 정확히 말하면 혐한 토론은 항상 뜨거운 주제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한국인 불법체류자 문제, 독도 영유권 등 이슈뿐만 아니라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경쟁, 한-일 야구전 등도 단골 토론 주제

다. 2ch 누리꾼의 성향은 대체로 보수·우익에 가깝다.

부산 실탄 사격장 화재사건도 여지없이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 반응이 의외다. 한국 식당의 위생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여전

히 ‘혐한’ 글을 남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일본 누리꾼 반응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격장 화재가 부끄럽다”는 발언을 칭

송하는 분위기였다. 자국 총리인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보다 낫다는 것이다. 다음은 2ch에 오른 이 대통령에 대한 평이

다. “아키히로(명박의 일본식 발음), 그런 말을 해도 되는거야? ‘진심으로 유감이다’ 정도로만 말해도 되잖아.”(아이디 NEWo

EB3g0) “(이 대통령은) 아소가 총리였을 때 종군 위안부나 일본 통치시대에 대한 보상 요구는 이제 안 하겠다고 정부 차원의

공식 견해를 밝혔어. 일본의 집권당이 민주당이 되고 나서 뒤집은 것 같지만.”(아이디 V+TFG5rb0) “아키히로군은 만날 우등

생 같은 말만 해. 노무현이라면 재미있는 말을 해 줬을텐데.”

하토야마 총리가 비판받는 이유는 “(과거 식민 점령국들에) 아직 사과할 것이 남아있다”는 발언과 더불어 최근의 탈세 논란이

다. 우파 성향의 일본 누리꾼들이 보기엔 민주당 정권보다 화끈하게 사과하는 한국의 이 대통령이 낫다는 소리다.

급기야 일본 총리-한국 대통령 트레이드 주장까지 나온다. “아키히로는 아소와도 사이가 좋았지. 분명히 하토야마보다는 제

대로 된 사람이야.”(y/EvhH6QO) “하토야마와 바꿨으면 좋겠어요.”(PUsMfvbw0) “역시 오사카 출신 대통령은 훌륭하다니

까.”(9CbrUuTQ0)

2ch에 오른 이 토론은 외국 웹사이트 게시물 번역 커뮤니티 ‘개소문’에 번역돼 소개되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한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쟤네들(2ch)의 의견에 동의해 보기는 처음.”(다스안다쏜) “그… 그냥 드리겠습니다.”(뉴트리노) “덤으로 정운찬 총리와 한나

라당까지 세트로 드리겠습니다.”(나그네)

언젠가도 소개한 적 있었지만 지난해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이명박 대통령 요정설’이란 게 누리꾼 사이에 나돌았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를 게을리한 국민들을 깨우치기 위해 하늘에서 보낸 요정이라는 역설적인 주장이다. 일본의 혐한 누리꾼들

마저 팬으로 만드는 ‘각하’의 능력은 참으로 신비하고도 놀랍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MB는 일본에서 인기가 좋고,  친한 총리는 일본에서 인기가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