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과 결과론

gubo77 작성일 09.12.20 12: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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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막지한 연말이네요.

 

차분히 앉아서 충분히 써야할 내용이지만

 

누워 쉬라는 유혹이 너무 강해 간단한 아이디어만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1. 무지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전통적 시도-신.

 

    신의 형태가 추상적 모습에서 점차 인간의 모습으로 의인화 되어 간 것은,

 

    그것이 더 쉬운 설명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인간의 잘못에 의한 신의 분노'라는 식으로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 굉장히 납득하기 쉬운

 

    설명이 가능하니까요.

 

 

2. 자연과학의 발달로 인해 자연현상에 대한 불안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복잡해진 사회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 현상에 대한 불안은 커졌습니다.

 

    무지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든 설명이 요구됩니다.

 

     음모론, 예언, 결과론 모두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납득하기 쉬운 해답이 됩니다.

 

    하지만 자연현상과 마찬가지로 사회현상도 그 설명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고

 

    그 원인이 단순한 것만은 아니기에 모든 것이 쉽게 설명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미스테리한 자연현상처럼 현재의 지식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현상들도

 

    발생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자연현상이든 사회현상이든 설명할 수 없는건 그냥 설명하지 않고 놔두어야 합니다.

 

 

3. 음모론이든 예언이든 결과론이든 그 전체의 내용이 모두 엉뚱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내용의 상당한 부분은 굉장히 정확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참인 대부분이 내용이 일부 거짓인 부분을 정당화 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4. 음모론은 많이 얘기되었으니 생략.

 

 

5. 예언

 

    2012년 혜성충돌로 지구는 멸망할 것이다.

 

   이러한 예언에 있어 혜성 충돌의 위험성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학적 방식에 의한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점과 그 결과를 확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즉 미래를 이미 정해진 사실로 이야기하거나 그 미래를 내가 읽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것.

 

   이건 거짓의 설명이죠.

 

    물론 혜성 충돌로 인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입니다.

 

   설사 예측한 대로의 결과가 나왔다 할지라도 그 결과는 그 예측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6. 결과론

 

   하지만 그 결과와 예측에 어떤 인과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죠.

 

   '거봐 내가 뭐라고 그랬어'

 

   라는 것이죠.

 

   결과가 발생하고 나면 그 과정이 마치 자신이 이야기했던 그대로 진행된 것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그건 그냥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예측이란 과거의 사건을 일반화한 '보편성'일진데,

  

   그런 예측이 결과로 발생했다는 것은, 개별 사건에 '특수성'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7. 쉬운 설명-의인화

 

   이러한 음모론 등에 함께 등장하는 설명방법중 하나가 의인화입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설명하지 않고 놔두어야 하지만,

 

   설명가능한 과학적 사실과 설명할 수 없는 미신을 섞어 완결된 지식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유혹이 발생하는 것이죠.

 

   인간의 과오에 대한 분노, 응징같은 설명이 자연현상에 적용되었듯이,

 

   경제현상에도 그러한 설명이 시도됩니다.

 

   지금 미국의 상황을 미국인들의 과오에 대한 응징으로 설명하거나

 

   과거 한국의 IMF를 한국의 잘못으로 설명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한 잘못이 그러한 결과를 발생시키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인과'는 될 수는 없습니다.

 

   이미 발생한 결과를 설명하는데는 아주 납득하기 쉬운 이유들은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인과'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한국 기업의 방만한 운영과 부실이 IMF의 원인이라 한다면 그런 부실을 안고 있던

 

   모든 나라에 IMF가 왔어야 합니다

 

   당시 한국이 전세계에서 그런 부실이 1위였을까요?

 

  

   한국에서 발생했던 IMF의 원인을 설명하는데는 다양한 접근이 있을 것이고,

 

   그 설명이 그리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의인화된 설명을 끌어들인다면,

 

   그건 그냥 결과론일 뿐입니다.

 

   그 설명체계에 아무리 정확한 경제 지표와 자료와 이론들이 들어있다 할지라도

 

   그 지식체계 전체는 결과론이 되어 버립니다.

 

   음모론에 아주 많은 진실이 들어있다 할지라도 결국은 음모론인 것과 마찮가지인 것이죠.

 

  

8. 결과론에 대한 지적에 대해 그 지식체계 안에 존재하는 참인 설명으로 도망간다 할지라도

 

   거짓된 설명이 정당화 되지는 않습니다.

 

   설명되지 않는것은 설명하지 않고, 완결된 지식체계를 포기하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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