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사퇴한 엄기영 MBC 사장 전화 인터뷰
<경향신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일방적 임원선임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한 MBC 엄기영 사장은 10일 “방문진이 방송의
독립성, 자율성을 부정하고 특정인을 (제작·보도본부장에) 앉히겠다고 고집한 것은 방송섭정을 넘어 방송에 대한
직접 경영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엄 사장은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법규보다 중요한 것이 수십년간 공영방송을 유지하기 위해 이어져온 관행”
이라며 ‘MBC 이사진 임명은 방문진의 고유권한’이라는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방문진이 법적으로 MBC 대주주이나 1988년 방문진이 생긴 이래 사장이 추천한 임원을 거부한 적이 한 번도 없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방문진 차기환 대변인이 ‘보도·제작본부장 단 2명을 방문진이 선임했을 뿐’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방송의 자율
성과 독립성의 의미를 안다면 단 1명이라도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문진이 나를 사장
으로 재신임한 이상 범죄경력·균형감각 등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내가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을 존중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어떻게 방문진이 36년간 MBC에서 일해온 나보다 사람들을 더 잘 안단 말이냐”고 반문했다.
엄 사장은 지난달 9일 김우룡 이사장과 합의한 제작·보도본부장에 대한 인사안이 하루 만에 번복된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김 이사장은 (방문진의) 여당이사들이 반대했다고 하는데 석연치 않다”며 “(보도본부장으로) 권재홍 앵커도
좋다고 합의해놓고 이사장이 직접 후배(권 앵커)에게 전화를 걸어 고사하도록 종용한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말했
다. 그는 “이사장이 전화를 걸어서 다음 기회에 이사를 할 수도 있으니 이번에는 양보하라고 하면 누가 거절할 수 있
겠느냐”며 “한편으로 오죽하면 김 이사장이 그렇게 했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보도·제작본부장에 대한 인사안이 뒤집힌 것이 김 이사장 개인의 판단이라기보다 보이지 않는 외압에 의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엄 사장은 “방문진 이사장이 관행을 무시하고 MBC 이사진 선임에 개입해 누구를 앉혀야겠다고 고집하면 당연히 정
치적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이는 방문진의 설립 목적에도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로 현재 방문진 시스템은 방문진이 정치적으로 휘둘리면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힘든 취약
한 제도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특정 정파나 정치권의 영향에서 벗어나 방송의 공영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MBC도 mb氏가 장악하는 더러운 세상~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