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7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예정이었던 조전혁 콘서트가 결국 정두언 의원의 '원맨쇼'로 끝났다는 후문이다. 초대 예정
이었던 유명 연예인들이 '정치색'을 이유로 출연을 취소하자 어쩔 수 없이 앨범을 낸 경험이 있던 정두언 의원이 노래 두어곡
을 부른채 약 20분 만에 행사를 서둘러 끝냈다는 것이다. 이에 조전혁 대책위원회의 관계자는 콘서트를 무산시킨 (정치적)세
력이 있다며 이에 대해 민,형사사상 책임을 묻는다고 한다. (경향신문 5월 14일자, '조전혁 콘서트' 가수들 불참 무산)
그 관계자의 시대착오적 생각에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어쩌면 콘서트를 무산시킨 '진짜'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다. 그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전교조나 혹은 친북좌파가 아닌 바로 '시장'이 그러한 콘서트를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무현)의 여러 말씀 중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발언은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자 민주주의를
수호해야할 대통령이 재벌들에게 굽신거리고 있다는 좌파들의 배신감으로까지 연결되었다. 하지만 나는 노무현의 발언이 21
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자 앞으로 극복해야할 장애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 엑스파일에서 드러난 것처럼 삼성을 비롯한 재벌세력과 국가기관으로서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할 검찰의 긴밀한 협력
관계는 이제 더이상 권력은 정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에서 발생하고 유지하는 것이 아닌 재벌이 중심이 된 시장에서 창출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 배짱 좋다던 노무현마저 주미대사에 중앙일보 회장이었던 홍석현을 임명한 사례나 좀 더 거슬러 올라
가 본다면 취임준비 기간동안 신정권의 경제정책의 상당수가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문을 받았다는 기사들은 노무현도 어쩔 수
없었던 시장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 힘이 시장의 합리적 기능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닌 재벌 중심의 견고한 커넥
션에서 비롯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되지만 시장이 완벽한 완전경쟁 상태였다 해도 역시 시장의 힘은 정부가 제어하기에는 벅
찬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조전혁 콘서트에 불참을 통보한 개그맨과 가수들 또한 그러한 시장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물론 생뚱맞은 생각
일지 모른다. 기사의 내용대로 지나친 정치색 때문에 혹여 자신들의 팬들에게 오해를 산다거나 특정 정당의 지지자로 규정되
는 것이 앞으로의 연예인 생활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참을 통보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행
동은 자신들의 '소비자'인 팬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고 10대에서 20대가 대부분인 팬들의 정치성향이 반한나라당 정서에 기반
하는 것을 짐작하고 콘서트라는 하나의 사업영역에 투자를 꺼려하는 것은 시장 참여자 중 공급자의 합리적 경제활동이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군사정부 시절에 과연 이러한 행동이 용납될 수 있겠는가? 하늘같은 정부여당의 국회의원
의 행사에 초대받은 연예인들이 팬들을 이유로 불참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권력이 시장에 넘어
간 이상 시장상황에 긴밀하고 합리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더 훨씬 이득인 세상이 된 것이다. 팬들을 의식하고, 인터넷 여론에
귀기울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연예인들의 수익이 나오는 기반이 바로 정부가 주도하는 문화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이라는 반증이다.
화제를 전환해보면, 최근의 천안함 사태에서도 이러한 분석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곧 있을 예정이지
만 지금까지의 언론의 보도내용을 종합한다면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격침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정부나 군 관계자의 언
급도 그 괘를 같이하고 있고, 북한에 대한 대응 수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중국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인 것 같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과연 시장이 얼마만큼의 대북한 강경정책을 수용할 수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권의 핵심 지지층 중 상당수가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보유자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총선당시 서울의
최대화두는 '뉴타운'공약이었고 그 기대감에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의 버블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유럽발 재정위기는 그 위기감이 현실이 될 수도 있
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유권자들의 성향이 안정지향적일 수 밖에 없다. 군출신 국회의원과 그에 동조하는
보수층의 바램과는 달리 시장은 대북 강경책을 선뜻 선택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무엇보다 출구전략을 선택하지 않고 계속해서 금리동결만을 고집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의 속내가 부동산 버블의 붕괴
가 아닌 유지에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 전부문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는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에 정권의 사활을 걸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CEO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하 이명박)의 성향을 유추해본다면
더욱 확실하다.
제2 롯데월드 신축과 관련한 공군과의 갈등, 그리고 이른바 장수만 국방부 차관의 하극상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명박은 경
제논리를 우선하고 있으며 정권 초기 부터 대한민국 CEO 대통령임을 홍보해왔다. 대한민국을 경영해야한다고 믿는 대통령이
옳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제대통령이 과연 경제에 위협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대북강경책을 쉽사리 채택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더욱이 한나라다의 주요 지지층인 부동산 보유자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고 경기부양책으로써 버블
유지를 선택한 이명박 정부가 그 '안정된' 기반을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천안함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결정적인 물적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객관적이
고 과학적인 조사를 희망한다는 중국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만약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연루의혹을 국제적으로 제기한다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각오해야할 지 모른다. 이미 대중무역 비중이 미국을
앞지른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악화는 곧 경제에 있어서도 필연적인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조전혁 콘서트 부터 천안함 사태에 이르기까지 시장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전문적인 분석이 아닌 직
관에 의한 분석이므로 이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환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권력이 시장으로 이동한 상태에서 시장
의 의지와 힘을 무시한 채 권력행위의 행사는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오랜 CEO 경험의 이
명박이 모를리 없다. 그래서 천암함 사태의 해결이 뻔히 예상되는 이유이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일부 보수파들이 원
한다고 해서 시장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면 그 보복은 행해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