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서한을 보내 나라망신을 시키더니 이번에는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주한 러시아 대사의 발언을 왜곡하며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6월 17일 최문순 의원이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하고 난 뒤 보도 자료에서 브노코프 대사가 “이번에 한국에 파견된 3명의 러시아 전문가는 2000년 러시아 원자력 잠수함 쿠르스크호 침몰 사건과 똑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러시아는 2000년 8월 쿠르스크호가 침몰해 승조원 11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2년에 걸친 조사 끝에 잠수함 내 어뢰에서 연료가 흘러나와 폭발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러시아 대사의 발언은 해석하기에 따라 심각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미디어 오늘’ 등 국내 일부 좌파 매체도 성급하게 러시아 조사단이 ‘내부폭발’로 결론 낸 것 아니냐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대사관은 보도 자료를 내고 “대사의 발언을 엄중하게 왜곡하는 기사로 이 사실에 격분 한다”, “뻔뻔한 거짓말” 등 외교관행에 벗어난 격한 표현을 써가며 반박했다. 최 의원에게는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궁지에 몰린 최 의원은 러시아 대사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뒤늦게 해명 하면서, 일부 언론의 과장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한 마디로 궁색하고 무책임하다. 국회의원으로서 당당함과 떳떳함은 어디가고 비열해 보인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 자국 주재 대사관에서 이런 류의 항의를 받다니 의원 자신이나 소속정당 모두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최 의원은 ‘언론해석은 자유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자신의 발언은 옮긴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함도 보인다.
한국에서 나온 각종 “천안함 의혹설‘은 이제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됐다.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서한을 보내자 안보리 회원국 15개국 대사 중 몇 사람이 ”한국에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고 한다. 과학적 조사를 거쳐 북한 소행이라는 게 밝혀졌는데도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북한을 두둔하는 한심한 일을 벌이는 것이 도저히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워싱턴 정ㆍ관가 소식을 주로 다뤄온 ’넬슨 리포트‘ 크리스 넬슨 발행인은 최근 한 강연에서 한국 내에서 의혹설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향해 ”국제 조사단의 과학적 증거들을 믿지 않는다면 김정일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했다.
국회 천안함 진상특위 소속인 최 의원은 북한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킬 가능성을 “골프에서 연속 다섯 차례 홀인원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민ㆍ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과도한 표현으로 비난했다. 균형 잡힌 시각이 아쉬운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나라 망신까지 시키다니 세비가 아깝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 출처 : 2010.6.21일자 조선일보 및 세계일보 사설 일부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