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스무 살 이후로 세 번 정치에 관심을 잃었음
첫번째는 04년인가 05년인가 대추리 과격진압 때
두번째는 노무현-박연차게이트가 터졌을 때
세번째는 이명박이 "쇠고기 고시 폐지하겠다" 선언하고 촛불집회 해산시킨 뒤 바로 다음날 말을 뒤집었을 때 충격으로
그중 두 번째인 박연차 게이트는 처음 여야, 보수진보, 좌우 할 것 없이 모든 언론매체가 나서서 노무현을 매도했고, 오로지 노무현의 도덕적 진정성만을 보고 지지해왔던게 배반당하는 느낌이라
한 1년 그간 정기구독하던 한겨레21도 끊고 모든 뉴스 신문을 안 보고 살았던 케이스임
근데 몇 년 후 사실 노무현이 조금도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 검사가 거의 매일같이 언론에 흘리던 논두렁 드립이나 10억 5억 20억 60억 매일같이 규모가 달라지는 등 검찰의 보도자료에 일관성이 안 보이고 그것은 부당한 정치공세에 가까웠다
이런 기사나 카더라 통신을 접하면서, 내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 착한 사람을 오해로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후회했음
그럼 그런 카더라통신은 사실인가, 갑자기 의문이 들어서 구글링을 통해 기사검색을 시작함. 약 1시간
근데 아무리 기사를 검색해도 노무현이 시계를 받았다더라, 10억을 받았다더라 하는 확정된 사실이 단 하나도 나오지가 않음
당연한게 노무현 서거 이후 모든 검찰수사가 중단이 되었으니까;
아마 정확한 팩트를 알고 있는 것은 세상에 박연차와 권양숙 둘 뿐일 듯
실제 당시 사건을 기사화한 언론인조차도 정확한 사실관계는 전혀 모르고 있었음. 그저 검찰이 흘리는 뒤죽박죽이고 정치공세적인 보도자료만 받아적고 기사화했을 뿐
그나마 팩트에 가까운 사실은
1. 박연차가 노건평(노무현의 형)에게 각1억짜리 피아제 시계 두 개를 노무현의 회갑선물로 전해달라고 건냈다
2. 박연차가 100만달러를 노무현 혹은 그 측근에게 건냈다
이 두 가지 뿐임
노건평이 건내받은 시계를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100만불을 측근이 받았다는 사실을 노무현이 알고는 있었는지에 대해서조차 이렇다할 팩트가 하나도 나온게 없음
다만 노건평이 받은 시계에 대해서는 모든 증언이 노무현은 아예 그런 사실 자체를 몰랐고 시계를 건내받은 적도 없다는 것만이 사실에 가깝게 추측 가능할 뿐이고
(노무현 측근이 증언하길 노건평의 부인이 "남편이 이런걸 받아왔는데 어떡할까요" 하고 권양숙에게 전화통화로 물었더니 권양숙이 홧김에 "(우리는 못 받으니까)논두렁에 버리시던지요" 라며 화를 냈다고 함. 물론 이것도 100% 팩트는 아님)
100만불에 관해서는, 노무현 측근 누군가가 받기는 받았는데 그게 뇌물성인지, 아니면 카더라 통신이 주장하는대로 차용증을 정식으로 쓴 '빌린'돈인지도 알 수 없고 물론 그 돈에 대해 노무현이 알고 있었는지조차 나온 팩트가 없음.
(몇몇 칼럼니스트들이 노무현 서거 이후 쓴 칼럼에서, 노무현이 그 돈에 대해 인지하고 못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보였다고 주장하긴 함)
그리고 세상에서 그 사건과 관련된 사실관계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는 두 사람 중 하나인 박연차 당사자가
형을 살고 나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라고 인터뷰에서 심정을 밝힌 사실만이 팩트를 그려보는 근거가 될 뿐
당시 검찰수사가 중도에 종결되어버린게 너무나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최소한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라도 바뀌지 않는 한은 이 사건의 100% 팩트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일이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