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어린 동생과 21일 전국여행-1, 2일 차.

티라 작성일 13.06.11 1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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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티라입니다.

늘 음식 사진만 올리다가 이번엔 15살 어린 동생과 함께 떠난 전국 여행 사진을 올리려 합니다.

참고로 우리는 형제입니다.

저는 31, 동생은 16(중3)입니다.

여행을 떠나자고 마음 먹은 건 3월의 어느 날.

제 직접이 글쟁이입니다.

네가족이 같이 살고, 아버지가 경비일을 하시긴 하나, 월급이 적고, 어머니는 아프셔서 결국 제가 달에 기백 이상은?벌어야 했는데,

글로 가족들이 먹고 살 돈을 벌려다보니 이건... 제가 즐거워서 시작했던 일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이럴 순 없다, 라는 생각에 썩어버린 머릿속을 비우고, 닫혀버린 마음을 열기 위해 무리해서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중3인 동생에게도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학교에 현장학습체험으로 출석을 대체 신청 했습니다.

그리고 5월 11일.

우리 형제는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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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터미널에서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목적지는 강릉.

그 곳에 무언가가 있어서 목적지로 삼았다기 보다는 무작정 해안선을 따라 돌아볼 요량이었습니다.

목적지는 늘,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잡아 보기로 했습니다.

즉, 무계획 여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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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고속버스 터머닐에 도착하고 나니 다음은 뭘 할까... 싶더군요.

고민하다가, 삼척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미리 삼척 근처의 괜찮고 싼 모텔들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했습니다.

그리고 모텔 한 곳을 잡고 돈까지 부쳐 주었는데, 아뿔싸....!

삼척이 아니라 속초 근처의 모텔이었습니다.

망연자실, 어머니께서 싸 주었던 유부초밥을 저녁 대신 먹으며, 생각에 빠집니다.

우리가 가려는 곳은 남쪽인데, 속초는 북쪽.. 이미 버스표도 삼척으로 끊었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전화해서 정말 죄송한데, 입금한 돈의 70퍼센트만 돌려보내 주시면 안되겠느냐,

주인 아주머니 너무나 친절한 목소리로 오늘은 휴일이니 월욜날 다 보내주겠다 하십니다.

직접 은행가서 돈을 부치시는 것 같았습니다.

감동을 안고 삼척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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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예약한 펜션을 찾아가는 길.

비수기인데도 하루에 오만원 이라길래 사흘 묵을테니 하루에 사만원으로 해주세요, 어머니. 했습니다.

어머니 스킬이 통해서, 12만원에 사흘을 묵게 됩니다.

삼척에서 사흘을 묵기로 한 이유는 첫날은 도착하자마자 어두워질테니 그냥 자야할 것 같고,

삼척의 볼거리들을 빨빨 거리며 찾아다니려면 이틀 가지고는 부족할 것 같아서 였습니다.

물론, 여행이 서툴러서 그런것도 있었습니다.

저 어둠에 가린 바닥은 강물이 아니라 바닷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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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컵라면과 집에서 싸온 밥, 돼지고기김치볶음으로 때웠습니다.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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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채운 뒤, 동생은 그 날 하루의 기행문을, 저는 매일매일이 마감이기에,

들고 온 노트북을 설치해서 시나리오 집필 중입니다.

이 날은 새벽 네시쯤 잠들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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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후 열한시?쯤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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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펜션 근처의 바다부터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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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정말 맑더군요.

어찌나 뛰어들고 싶던지.

바다를 한참동안 감상한 뒤, 집으로 돌아와 어제 먹다 남은 밥과 돼지고기김치볶음을 볶아서?늦은 아점을?해결했습니다.

이후의 일정은... 엉망이었습니다.

환선굴이니, 레일바이크니, 이것저것 체험하려 했었는데, 초짜 무계획 여행객인 형의 모자람으로 인해...

동네 버스를 한시간 기다려서 도착한 시내에서는... 환선굴로 향하는 버스 시간이 애매했습니다.

저녁 무렵에 환선굴로 향하는 버스를 타려니 다시 시내로 복귀하면 우리가 묵는 펜션으로 돌아가는 버스가 끊기고..

결국 시내 구경만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하나로마트를 발견해서 냅다 들어갔습니다.

저한테 카드포인트가 오만점 정도 있었기에, 오늘 저녁은 돈 안들이고 포인트로 산 고기 파티다! 라는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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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만 넣은 된장찌개를 끓이고.

밖에 나가서 삼겹살을 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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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팅해서 동생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런 바베큐 파티 비슷한 자리에 술이 없어도 즐겁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방으로 돌아와 빨래를 마치고 잠들기 전,

크로키북에 마카로 그림 연습하고 있는 동생을 보고, 나도 좀 그려보자며 빼앗았습니다.

사실 전 만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반에 전학온 아이가 제가 따라그린 드래곤볼의 손오공 그림을 보고 마구 비웃었었습니다.

해서, 넌 얼마나 잘그리는데! 소리쳤더니 자기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더군요.

따라그린게 아니라 복사 수준이었습니다.

패배감에 치를 떨며 널 이기고 말겠다 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2때 까지 미친듯이 그림을 그렸으나,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이 바닥엔 나보다 날고 기는 인간들이 많구나 하는 위기감이 엄습했습니다.

그러다 고3때 드래곤라자라는 판타지 소설을 처음으로 읽고 장르 소설계에 발을 들여 놓아 글쟁이로써 밥 벌어 먹고 살게 되었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은 거의 없지만..^^

어찌 되었든, 오래전 생각이 나서, 슥슥 그려봤습니다.

역시나, 허접합니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그림 그린거 추억이라고 아련해서 사진으로 찍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동생과 같이 잠이 들었습니다.

꿈 속에서는 마커펜들이 내 몸을 묶고서 '거인! 우리 나라에 온 목적이 뭐냐!'라고 윽박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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