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이 사랑하는 법..[1]

그어떤날 작성일 06.12.03 13: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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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의 사랑에 집착하고 있는걸까요?>




2004년 겨울,

나는 방학을 맞이해 어느 번화가 뒷골목에 있는 홍차집에서 서빙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 홍차집은 몇년 전부터 친한친구의 소개로 몇번 손님으로 가서

진하고 그윽한 홍차향기에 취해 몇시간 동안 내 안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친구에게 쏟아붓곤 하던, 어찌보면 나한테만은 집처럼 익숙한 곳이었다.

가게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에는 테라스처럼 꾸며져 있었고 홀로 깊숙하게

들어가면 홍차를 끓이는(그리고 그 뒷쪽에는 포트와 잔으로 꾸며져 있던)곳과

그 곳을 둘러싸고 바(bar)의 형식으로 4자리가 마련되있었다. 나에게 그 가게를 소개해준 친구

는 홍차 뿐만 아니라 차종류에는 일각연이 있는 친구였다. 혼자서라도 자주 갔던 것 같은데

일행이 없는 사람들이나 그 가게 주인의 지인들은 주로 그 bar자리에 앉곤 했다.

인도풍의 심벌, 약간은 엔틱한 멋이있는 테이블에 조명은 연한 주황색, 그리고 멋스럽고,

그 예전 어느 날의 애틋한 추억을 꺼내기 충분한 째즈가 흘러나오는 분위기로 왠지 혼자가기에

도 나쁘진 않았지만, 언제나 그랬든 내가 일을 했을 때에도 혼자서 오는 손님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bar 자리를 굳이 차지하고 앉는 손님은 없었다. 그래도 무슨 이유였는지 그 4자리만은

굉장히 앉기 힘든자리라고 들었다. (주인이 발이 넓은 모양이었다.)

평소에 그 가게는 홍차 매니아들 뿐만 아니라 뒷골목이라 해도 번화가에 자리한 곳이었기

때문에 지나가는 손님으로 겨울에는 자리가 없어 모처럼 찾아왔다가도 돌아갈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가던 시간에는 왠일인지 조금 널널한 편이었다.)

친구는 얼마나 그 가게를 다녔는지는 몰라도 사장님, 사장님의남편, 그리고 어찌보면 지배인격

의 여종업원, 그리고 아르바이트 모두가 내친구를 알았다.

내가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전 친구와 같이 여러번 그 가게를 갔을 때에는 사장님은 출산

때문에 잠시 가게를 나오지 않는 상태였고, 그 여자종업원(쿠키를 굽고, 차를 끓이는)은 친구와

꽤 안면을 튼 사이였기 때문에 자연히 나도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문득 혼자 그 집에 찾아가고 싶어 무작정 길을 나섰다.

가게에 도착해보니 문 앞에 커다랗게 "알바구함"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딸랑~]


bar에 자리를 보니 오늘은 4자리 모두 비어 있었다.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수줍은 듯이 들어섰다.


"어머, 수영씨 오래간 만이네요~"

"안녕하셨어요?^^ 그런데 알바 구해요?"

"네, 주말 알바가 갑자기 그만둬 버리는 바람에 곤란하게 됐네요"

"그럼 제가 한번 해볼까요?" 하고싶은 맘 반, 될되로 되보라는 식 반이었다.

"그럴래요? 사장님한테 여쭤볼테니까 연락처 적어줄래요?"


그 다음날 바로 채용되었으니 다음 주 부터 나와달라는 전화가 왔고,

그렇게 해서 나는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은 주말의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로, 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도착해 집앞에서 내릴 수 있었기 때문에 오후타임으로 시간을 잡았다.

그 전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오전 타임으로 일해서 나랑 4시간을 겹치게 일하는 2살

연상의 언니가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은 알바 언니가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는 서빙이었고, 언니가 돌아간 후에는 서빙

은 기본이고, 홍차를 끓이는 잎을 계량하고 잔과 포트를 닦는 일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2주쯤 지난 어느 날 저녁 7시 경,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혼자 가게에 찾아와 Bar중에서도 가장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익숙하게 M사의 assam을 주문하고 '오늘은 수정(사장님 대신 가게의 모든 일을 맞던 여종업

원) 씨가 안나오셨나보네요' 라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일주일 전에 그만 두셨어요." (사장님이 남자아기를 출산하고 돌아오셨다.)

"아 그래요? 그랬구나.."


이 남자, 그 언니한테 작업 중이었나?

남자는 짙은 갈색의 풀테 안경에 약간은 풀린것 같은 파마였지만 자연스럽게 귀를 덮는 정도의

머리카락으로 부드러운 갈색이었다.

검정색 폴라티에 약간은 짙은 오래된 자주색 빛이 나는 벨벳 마이를 입고 있었다.

난 말없이 전 테이블이 맛있게 말끔히 마신 홍차 포트를 치워와 닦기 시작했다.

뒷쪽주방에서 사장님이 나오셔서 assam tea를 끓이시며

'현준씨 오래간 만이네요, 일이 바빴어요?' 라며 앞에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현준인가? 흔하기도 하네.'

하긴 내 이름이라고 뭐 다를 거 있나..

하고 생각 한 것이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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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번 이곳에서 다른 분들의 글을 읽다가

글이라곤 학교다닐때 백일장에서 써본 게 다인 제가

감히 글을 올려봅니다. 딱딱한 글이지만 꾸준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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