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이 사랑하는 법..[4]

그어떤날 작성일 06.12.06 14: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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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고 그런건 아니었는데..>


현준이란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된지 2주가 지나고,

저녁 7시가 되자 그 사람이 다시 한번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언제봐도 말끔한 모습이었다. 첫날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그 사람은 키도 꽤 큰 편이었다.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네^^ 사장님은..?"

"잠깐 요 앞에 가셨는데, 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

"이번엔 캔디로요.."

"홍차 종류는 사장님이 하시니까 조금 기다리셔야 되요~"

"괜찮으니까 수영씨가 끓여주세요."



수영씨...?

이사람이 날 언제봤다고 수영씨래..


"제 이름은 어떻게?"

"저번에 왔을때 사장님이 그렇게 부르시길래.."

"아.."


이사람 늑대기질이 다분하다..

한번 들은 여자이름을, 그것도 지나가는 말이었는데 단번에 외우다니..위험한데..


"알바는 홍차를 못끓이게 되어있어요, 사장님 오실때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마시고 싶어요, 사장님 오시면 제가 말씀 드릴 테니까 그냥 끓여주세요. 진하게요! "


어떻게 할까~

그 사람 얼굴을 보면서 잠시 동안 고민하다가 할 수 없단 듯이 난 물끓이는 포트에 물을 넣고

캔디잎 5g을 계량기로 잰 뒤 물이 끓자 다른 포트에 잎을 넣고 물을 부은 후 초시계로 4분을

맞춘뒤 홍차를 우려내기 시작했다.


"다 됐어요. 우유 드릴까요? 밀크티로 드실래요?"

"괜찮아요. 그냥 스트레이트티로 마시죠. "


가게에서 사용하는 홍차 잔은 한 세트에 10만원 이상 나간다고 하는 고가의 잔들 밖에

사용하고 있지 않았는데, 주로 커다란 포트로 우려서 나갈땐 일본의 유명회사인 N사에서

나오는 홍차 잔을 들고 나간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손님 앞에 갓 우린 캔디를 내고 빈 나무쟁반을 들고 앞의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마신

허브티 잔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 로즈마리를 시킨 손님은 향이 본인의 취향에 맞지 않았는지 포트의 절반 이상을

그대로 남기고 돌아갔다.

아깝다.....저 손님만 없으면 그냥 내가 마셔버릴텐데, 하고 생각 하고 있을 찰나에..


"캔디 좋아하신 댔죠? 이 쪽으로 오셔서 한잔 드세요"

"네? 아니에요. 전 됐어요."

"많이 마시고 싶어서 큰 포트로 주문하긴 했는데 너무 많네요.

한잔만 드세요. 버리긴 아깝잖아요^^"


아..그 멋진 웃는 얼굴로 공격해 들어왔다. 좀 더 긴장하고 있을 걸...

"손님이 주문하셨는데.."

"계산 하라고 안할테니까 와서 거들어 주세요~"

"네..그럼..."


어차피 한잔만 마실껀데 정식 잔으로 마시기가 약간 뭐했던 터라 안에서 허브티 잔을

들고와서 그 손님이 따라주는 차를 한잔 받아 마시게 되었다.

색깔도 일단 별로고..헉..너무 맛이 없었다...

흑흑..이래서 거들어 달라고 했던 거구나.. 그러게 내가 안끓인다니까...

비싸다면 비싼 돈을 내고 이 차를 마시라고 하기엔 정식 홍차집이라는 가게의 위상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맛이 없었다.


" 너무 맛이 없네요^^; 이건 제가 계산 할 테니까 사장님 오시면 다시..."

" 왜요! 향이 얼마나 좋은데요~ 괜찮아요."


홍차에 대해서 얼마 알지도 못하는 내가 이건 정말 맛이 별로라고 할 정도면 그 사람한테는

정말 맛이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사람은 적어도 이 가게에선 사장님이 끓여주시는 차만 마셔봤을 텐데,

한낯 알바가 끓이는 차가 맛이 있을리가 없었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사장님이 돌아오셨다. 꾸중을 들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홍차 끓이는 게 별반 어려울 게 없을 것 같았는데

사장님이 알바들한테 시키지 않고 직접 하시는 이유를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현준씨 왔네요? 어머, 홍차 끓인거야? 수영씨가?"

" 아..그게..그러니까..죄송해요.."

" 현준씨, 수영씨가 끓인거 어때요?"

" 전 좋은데요? "


사장님은 내가 마시던 잔에 남아있는 정말 맛이 없는 홍차를 한잎 맛보시곤

잠시 말이 없으시더니 이내 시원하게 웃으셨다.


"하하하~ 솔직히 맛있는 건 아니네~ 수영씨 뜨거운 물 부을때 높은 곳에서 안부었죠?"

"아..높은 곳에서 부어야 되요?"

"최대한 팔을 높게 들어서 부어주지 않으면 잎들이 회전을 활발하게 안해서 잘 안우러나와요.

그래서 맛이 이런거야.."

"죄송합니다.."


알바는 한낯 알바인데 내가 너무 앞섰나보다.

아무리 손님이 부탁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말로 할 수 없는 뭔가 축쳐진 기분에

고개조차 들기가 힘들었다.

앞에 앉아있는 이 남자가 원망스러웠다.

캔디 잎은 사장님이 직접 공수해 오시는 거라서 아끼는 것 중에 하나였는데 몇그램

안된다고는 해도 왠지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아 이거 제가 괜히 무리한 부탁을 드렸나보네요, 사장님 오실때까지 기다려달라고는 하셨는

데 제가 그냥 급하게 끓여달라고 했거든요. 오히려 죄송해지네요.."

"아 그랬어요? 아니에요. 나는 수영씨한테 잘못했다고 하는 이야기 아니었어요.

오해 말아요 수영씨.."


어찌 생각해보면 고가를 넘나드는 잔을 하나 깬거보다는 나을 수도 있었다 싶지만서도,

왠지 넘어가서는 안되는 선을 넘었다고도 생각되고, 손님앞이라고 나를 혼내키지 못하고 좋은

말을 해주시는 건 아닌지 사장님의 선심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아참 제가 몇일 전에 일때문에 인천에 갔었는데요~...."

화제를 돌리려는 듯 그 남자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묵묵히 허브티와 잔을 닦았다. 남이 나에게 실수를 하는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지만 작은 것에도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나는 몇분 전의 일이 굉장히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내가 이렇게 소심해 진데에는 요 근래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분이 우울했던

탓도 있었다.

아버지는 한 은행의 지점장이셨는데 자신의 고향 후배와 대학 친구를 소개시켜주고 아버지가

중재자 적인 입장으로 대출을 해주어서 두사람이 손을 잡고 사업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 두사람은 거금을 삼켜 버렸고, 오히려 아버지가 시킨

일이라며 죄를 뒤짚어 씌우고 고소를 한 상태였다. 우리 집은 유복한 편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고소를 당하셨을 때 은행에서도 사실상 퇴직을 당한 터였지만,

퇴직금은 사라져 버린 돈을 매꾸기 위해 은행에서 지급하지 않았고 개인변호사를

선임할 수가 없어서 변호를 위한 자료는 아버지 스스로 찾고 법정에 설때만 변호를 할 수 있도

록 국가소속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작은 것에서 부터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자 갑자기 순식간에 요즘들어 왜이렇게 풀

리는 일이 없는지를 한탄하게 되고 첫사랑도 실패하고, 집안일은 대체 어떻게 될까까지 고민하

게 되어 스스로를 비하하고 있었다

설거지를 다 마치고 닦은 그릇의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제거 하는 의무적인 일은 계속 하고 있

었지만, 머릿속엔 어느새 내 세상속에서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다.


"........으세요?"


누가 뭐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사장님한테는 아닌 거 같다. 나한테 말하는 건가?

고개를 들었더니 그 남자가 나를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네?"

"아, 딴 생각 하고 계셨구나^^ 종이랑 펜좀 있으면 빌릴 수 있을까요?"


또 웃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웃는 얼굴에서 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안쪽에서 메모지와 볼펜을 꺼내서 손님 앞에 내밀었다.

뭔가를 한참 끄적대더니 종이를 꾸겨버리고는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는 아, 저기 한장만 더, 라고 말을 한다.

이번엔 3장을 한꺼번에 주었다.




[딸랑~]


여자 3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날씨 진짜 춥다~ 좀 춥더라도 테라스에 가서 앉을까? 한다.

테라스에는 온풍기를 틀어놓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재빨리 테라스로 손님을 따라 들어

갔다.

온풍기를 틀고 조금 있으면 따뜻해질꺼에요, 주문은 잠시 후에 받으러 오겠습니다. 메뉴 먼저

보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홀쪽으로 나오려는데 그 남자가 계산을 하러 걸어나왔다.

"6천 5백원 입니다."

이번에도 사무적으로 가격을 불렀다.


"불경긴데 요사이에 일이 좀 바빠졌네요, 한동안 못올 것 같아요."

"아 네..안녕히 가세요."


남자가 돌아서서 가게를 나갔다.

나도 홀로 돌아와 그 남자가 마시고 간 것들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그 남자가 앉았던 옆옆 자리....

내 책 사이에 뭔가 껴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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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어떤날 입니다.
많은 작가분들께서 추천과 코멘트가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된다고 하시는데
전 솔직히 부족한 제 글이 추천은 커녕 코멘트를 받을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분이라도 코멘트써주시고 추천도 해주시고..
이젠 다른 작가분들의 심정 알 것 같습니다.
제 글에 달린 코멘트보고, 전 감히 오늘도 글쓸 기분이 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오늘 하루도 행복이 충만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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