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안의 그녀.15

니뿡간지 작성일 06.12.08 16: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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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할 수 있어?”

“네.”

“그다지 튼튼해 보이지는 않는데?”

“하하.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돕고 자란 몸입니다.”

“농사? 그래? 뭐 일단 해보라고.
요즘 일손이 부족해서 가릴 처지가 아니니까“

나는 공사판에 와있다.
이런 공사판에서 일 하려면 당연히 힘이 필요했다.
기계를 사용하면 간단했지만 이런 험한 곳에서
값비싼 중장비를 굴리다가 망가지면 안 된다는 이유로.
공사판은 여전히 사람이 일을 맡아하는 곳 중의 하나였다.
이런 일은 사람이.
좀 더 고부가 가치의 일들은 로봇 이라 불리는 기계들이 도맡아하는 시대다.
이 세상은 뭔가 크게 잘못 되었다.

게다가 날씨가 워낙 추웠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일하는 곳은 아니었다.
게다가 힘든 것도 그렇지만 사고만 나면 거의 목숨을 잃었다.
그런 이유로 별 어려움이 일을 구할 수는 있었다.

“뭐..해볼까?”

나는 몸을 한번 크게 기지개 펴고는 건축자재들을 옮기려고 발걸음을 때었다.
아니 때려고 했다. 그런데 옷에서 무게가 느껴졌다.
누군가 옷을 잡아끌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당연히 예리였다.
사람이 많은 곳은 싫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짜증 섞인 얼굴이었다.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는 옷자락을 쥐고 있었다.

“예리야.. 저기 가서 앉아있어. 일 끝내고 돈 받아서 밥 먹으로 가자”
“....................................”

대답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방금 전의 공사판 관리관이 다가오더니 말을 꺼냈다.

“애인이야?”

“네..아뇨...??”

“애인이든 아니든 위험하니까 내보네. 일하러 오면서 여자를
데리고 오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아..죄송합니다.. 내보내겠습니다.”

나는 굽신거리며 사과하였지만.
내가 관리관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더니.
예리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아뿔사.
조금씩 살기를 풍기고 있었다.

“예리야!!”

나는 급하게 그녀를 관리관에게서 돌려세우고는

“제발 참아. 돈 벌어야돼... 돈 없으면 나는 죽을지도 몰라,..”

“............죽어?”

“그래! 굶어죽던 얼어죽던!”
“........................”

“그러니까 조금만 참고 저기 가서 보고 있어..”

예리는 잠시 동안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알았어”

곧 중얼거리듯 대답하곤
성큼성큼 공사판 밖으로 나가서 이쪽을 쳐다보며 쭈그리고 앉았다.
절박한 심정을 알아 준건가?

“휴...”

어찌됐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정말 힘들었다.
건축자재들을 옮기는 일을 맡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부쳤다.
역시 공사판은 무리였나.
이 추운 날에도 나오는 땀방울을 털어내며 다시 또 자재들을 운반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

몸을 돌리자 내 앞에 예리가 나를 가로막고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느새 다시 공사판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예리야..또 왜 들어왔어?”

“비켜봐”

“에....?”

예리는 나를 밀쳐내더니 자기가 자재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 눈이 순식간에 평소의 두배는 휘둥그래졌다.
나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그랬다.
나는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나보다 더 강하다는 걸.

“저리가 있어. 내가 벌어줄게”

“......그래?”

“응”

“사람 안 죽여?”

“응.”

“알았어...”

나는 왠지 조금 떨떠름한 기분으로 공사판 구석으로 향했다.
그냥 쪼그리고 앉아 있으려고.
힘없는 자의 비애지 뭐.

“이봐?”
그러나 그런 나를 저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따뜻한 가건물 안에 있다가.
내가 현장을 이탈하는 모습을 보곤 뛰쳐나온 모양이었다.

“포기하는 건가?”

“아니...그게 저기 좀 보세요.”

나는 손가락으로 예리의 모습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일하던 인부들 모두가 입을 떠억 벌리고는
예리를 쳐다보고 있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

관리자는 순간 할 말을 잃어서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침을 한번 꿀꺽 삼키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나에게 질문을 했다.

“저 여자는 대체??”

“하...사실 그녀가 힘이 좀 남달라서요...
아마 보통사람의 두 세배의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그...그런 것 같군..”

별로 지치지도 않고 계속 같은 속도로 이따 만한 철근을 맨손으로 옮기는 모습은 정말 압권이었다. 관리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충격적인 한 마디의 말을 남기고는 가건물로 다시 돌아가 버렸다.
그 한마디란 다음과 같다.

“자네는 방해하지 말고 나가 있어.”

“하..하..”

나는 결국 공사판구석으로 와 짱 박혀 버렸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앉아 있는 것도 너무 비참했다.
나는 체력이 조금 회복되자.
다시 일어서서 공사판으로 돌아가 일을 했다.
두 사람이 일하면 돈도 더 받겠지?
.
.
.

어느덧 일이 끝날 시간이 다되어가고
예리는 물론 다른 인부들도 마지막 열을 올리며 열심히 움직이고 있을 무렵이었다.
한창 움직이고 있는 예리에게 몇 명의 인부들이 다가오더니 무어라 말을 걸기 시작했다.

“푸카카카앗”

그러더니 곧 피를 튀기며 죽어버렸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말릴 도리가 없었다.
그 모습을 목격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결국 예리에게 모든 인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조금 괴성을 지르며 급하게 그녀에게 뛰어갔다.
그곳에서는 딴 사람들이 한창 수군거리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모...몰라 갑자기 사람이 터져 버렸어..”

“!!!!!”

“그건 나도 알아”

“왜 이렇게 된 거냐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터져 나왔다.

“이 공사판 조금 이상해.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도 몇 명이 죽어나갔다고 들었어”

“뭐라고!!”

저마다 수군거리는 소리에 모든 인부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예리가 한 짓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긴 저런 예쁜 얼굴을 가진 그녀가.
사람을 터뜨릴 수 있는 괴력을 가졌다곤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 정신병자 이거나.
나와 같은 초능력자 일 것이다.

그러나 인부들이 무슨 소리를 하건 범인께서는 어느새 살기를 없애고
다시 원래의 무표정한 얼굴로 죽어버린 사람들의 잔해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성난 표정으로 다가가자.
나에게 시선을 옮기고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한쪽으로 끌고 왔다.

“...죽이면 어떻게 죽이면!!”

내가 힘없이 말하자 예리는 조금은 미안했는지..

“그...치만....너는 갖다버리고 자기들하고 놀자고 그랬단 말이야
왜 신경질이야!?”

“뭐?? 나는 갖다 버리고?”

“응!”

요컨대 몇 명의 인부들이 예리를 꼬시려고 한 것 같았다.

“그런데 나를 갖다 버리라고 한 소리가 그렇게 싫었어?”

뭐 그럴 리가 없지만 말이다.
분명히 인간이 치근덕거리자.
평소에 하던 대로 터뜨렸으리라.

그걸 알면서도 왜 이런 질문을 한 건지.
내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아다.

그녀에게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걸까.
나는...

“으.....응”

“엥?”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뜻밖의 것이었다.
그녀는 왠지 분한 표정으로
분명히 ‘응’ 이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하하하....”

나는 단지 그녀의 그런 반응에..
그런 반응 하나에..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나를 모욕한 게 싫어서 사람을 죽였다니.

덕분에 그녀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화조차 내지 못하곤.
오히려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고는

“안 힘들어?”

라고 최대한 다정하게 물어 버렸다.
살인을 막겠다고 해놓고선.
이게 무슨 짓인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그녀가 나를 올려보며 뭔가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곧 다른 사람들의 악에 바친 소리에 파묻혀 버렸다.
나는 놀라서 그들을 쳐다보았다.

“안전부실! 악덕 고용주!!!! 뒤집어엎어!”

“엥??”

“우와아아!! 엎어라!!”

“부셔!! 관리자 끌고 나와!!”

난리가 나고 있었다.
방금 죽은 몇 명의 동료들이 공사판 책임자의
잘못으로 죽었다며 관리관을 끌고 나와 패기 시작하더니.
가건물을 부수고. 공사판 자체를 난장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이렇게 쉽게 죽는 공사판 봤냐!”

“퍽퍽!”

“쿠아아앙”

평소 쌓인 것도 만은 것 같았다.
말그대로 폭동이 일어난거다.
고용주들은 아예 심하게 두들겨 맞고는 죽어가고 있었다.
.
.
나는 예리를 대리고 어깨를 힘없이 떨 구고는 조심스럽게 그 어이없는 현장을 빠져나왔다.
당연 한 거지만 돈도 받지 못했다. 하하..
말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니 이미 눈이 뒤집힌 사람들을 무슨 수를 말린단 말인가.
나에겐 그런 힘이 없다.
결국 현실은 이런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곁에 있다.
괜히 거기 있는 모든 사람을 죽게 할 순 없는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갈 수도 없어서
급히 경찰에 신고는 해두었다.

그렇게 허무한 하루가 지나가 버렸고
나와 그녀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결국 남은 돈을 털어서 허름한 여관방을 구해야 했다.
밥은 당연히 굶었다.
젠장!!
앞날이 깜깜해지는 기운 빠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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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5에 코멘4개라........
나쁜사람들ㅠ_ㅠ;
코멘좀 코멘좀 코멘좀 주시면 어디에 덧 나나효?ㅠ_ㅠ
이러다 삐집니다ㅋ

아그리고 저번편들이 진지한편이라 한편정도 평화롭게(?) 썻구요ㅋ
다음편부터 또 심각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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