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 김현준 이야기>
후...
오늘 하루도 쉽지가 않다. 계약을 채결했던 거래처에서 갑자기 계약을 캔슬 시켜 버리고,
어렵게 그 거래처를 찾아낸 건 나였기 때문에 사장님의 불평은 그대로 화살이 되어 나에게 집중되었다.
빌어먹을 회사..왠지 미국에 있는 아버지의 회사로 들어가지 않고 독립해 보겠다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후회도 되는 순간이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쩐지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준비한 탓에 차를 가져 오지 않은게 후회가 됐다.
할 수 없이 아픈 머리를 이끌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개찰구를 통과했다.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옆에서 훌쩍, 하는 소리가 난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고개를 숙이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까지 지하철로 한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인데, 지하철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가는 동안에도
내 반대편에 자리를 잡은 그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연신 훌쩍 댄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한점을 응시한채 그녀의 눈은 멍한채로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분명 괴로운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오빠, 날 사랑하긴 해?..'
갑자기 지난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까웠다. 입에서 나오는 순간 내 마음을 모두 담은 사랑한다는 말은
허공에서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난 아낌없이 사랑했던 여자에게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여자는 확인시켜 주지 않으면 몰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내가 너를 있는 힘을 다해 사랑했는데, 넌 그걸 몰랐단 말이야?
'우리 그만해...난 다른 사람 찾아가고 싶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게 헤어짐을 고하는 여자를 앞에두고 붙잡기 위해서
사랑한다고 말한 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 진심이야, 하고 말해본 들 그녀에게는
일순간의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머리가 또 아파져 온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기억을 없애기 위해 손가락으로 미간을
살짝 눌렀다.
다시 내 앞에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버튼을 눌렀다가 폴더를 닫아버리고,
다시 또 버튼을 눌렀다가 폴더를 닫아버리고..뭔가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마음 아픈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
이상하게도 이 여자와 지금 내 처지는 비슷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릴 역이 가까워져 가는데, 이 사람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출구로 발길을 옮겼다. 문이 열리고 나는 내렸다.
아직 떠나지 않은 지하철 안의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문이 점점 닫힌다.
이상한 일이지.. 내가 뭣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걸까..
갑자기 그 여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점점 닫히는 문의 좁은 틈 사이로 재빠르게 빠져나온다.
깜짝 놀랐다. 내가 그여자를 보고 있는 걸 들키기라도 한 것 같았다.
안도의 한숨인지를 한번 내쉬고는 또 고개를 숙이고 내 옆을 지나서 계단을 향해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난 나도 모르게 그녀의 그림자를 따라 걷고 있었다.
개찰구를 빠져나와 거리로 나올 때까지 그녀는 연신 고개를 숙이고 걷고 있었다.
어깨위에 알수없는 무거움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땅만 보고
걷는지도 몰랐다.
사정이야 어쨌든 알 수 없는 기분에 이끌려 스토커 같다면 상황적으로 변명거리가 없는
모양으로 난 그녀의 뒤를 쫓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한 아파트의 입구로 들어갈 때까지 나는 조마조마 했다. 고개를 그렇게 숙이고 걷다가
앞에 전봇대라도 나타나 부딪히면 다치기 뻔했기 때문에였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옆 동네였다.
오지랖도 넓지, 내가 미쳤나보다, 하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다.
몇일이 지나 주 5일 근무제라는 회사의 근무방침 따윈 아예 무시해 버리고 회사 사정이
안좋다는 이유로 토요일까지도 출근을 했다.
같은 직원식구들은 보너스도 안나오느니, 대충하다 들어가야겠다느니,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일을 했지만, 난 불평조차 한마디 할 수 없는 자리에 있었다.
이젠 정말 한겨울로 들어서서 날씨도 추운데, 마음의 안정조차 찾을 곳이 없다.
사랑했던 사람은 날 떠났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만한 직장동료는 없었다.
따뜻한 분위기가 그리워, 둘이서 자주 찾던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추억이라면 그렇게
이름 붙일 수 있는 그 홍차집에 가고 싶어졌다.
퇴근 시간만 기다리며 나는 또 그렇게 묵묵히 하루의 업무량을 감수해야만 했다.
[딸랑~]
가게로 들어서니 겨울이란 걸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따뜻함이 내 소매, 주머니, 목덜미로
살며시 간지럽혔다.
혼자 왔으니, 딱히 4인용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을 수가 없어 바(bar)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몇일 전 지하철에서 보고 나도 모르게 뒤를 쫓아가고 있었던 그 여자가 거기에 있었다.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건가? 그 여자 얼굴이 분명 한 것 같은데..
의자에 앉지도 않고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내 얼굴을 보며,
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 라고 말한다.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지나간 내 사랑과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이 여자는 이 가게에 있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이 곳에서 일을 시작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주문을 한 홍차가 올려지기 전까지 힐끔힐끔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아무래도 그녀는 내 존재를
모르는 것 같았다.
"오늘은 수정씨가 안나오셨나보네요?"
라고 내가 멋쩍은 듯 말을 건넨다.
"네, 일주일 전에 그만 두셨어요."
"아 그래요? 그랬구나.."
예뻤지만 생기가 있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미 줄기를 꺾어버려서 수분이 없어져 가고 있는 상태의 장미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점점 시들어 가고 있는 장미꽃..
그녀는 바 데스크의 안쪽에서 나와, 내 뒤에 있는 테이블의 다기들을 수거해다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때 사장님이 나오셔서 현준씨 오래간만이네요, 일이 바빴어요?, 라고 말을 건네신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꽤 오래간만에 오는데도 사장님은 내 이름을 기억하고
계셨다.
오래간만에 돌아온 고향같은 기분이 들어 난 이때까지 내가 지내온 이야기 들을 끝없이
나열해 가고 있었다.
말을 하는 중간에도 묵묵히 설거지만 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곁눈질로 쳐다 보았는데
역시나 세상근심을 다 안고 있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웃어주고 싶었다. 이상하지만 웃어주고 싶었다.
이렇게 웃어봐요, 얼굴에 그늘이 져있잖아요, 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을 대변해서..
그녀는 내 옆자리로와 앉아서 책을 펴들었다.
'중국문학의 이해' 라는 타이틀로 보아 중문학과 학생인 것 같았다.
웃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공부를 하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치고 씨익~ 웃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하하하! 하고 큰소리로 웃기엔 나와 사장님이 나누고 있는 대화의
주제는 이미 그런 것과 벗어나 있었다.
꼴이 우습다. 뭐하는 건가..이 사람은 나를 알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내가 이사람을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저기요 사실, 지하철에서 한번 봤는데 나도 모르게 그냥 따라가버렸네요,
이것도 인연인데 친하게 지내요.'
라고 말할 순 없잖아.
결국 제때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됐다.
"수영씨 손님 계산 부탁해요."
그녀의 이름은 수영인가 보다. 수영..수영..
난 쇼케이스 안의 홍차잎들을 보면서 아직 가능할지도 모르는 우스꽝스러운 작전의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캔디 좋아해요?"
별다른 뜻 없이 생각해낸 말이 고작 이거다.
"네?"
그녀 역시 놀라는 눈치다. 하긴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무난하니까 잘 마시는 편이에요."
"그렇군요, 여기요. 다음에 또 뵙죠^^."
성공했다! 드디어 그녀에게 웃어봐요, 하고 신호를 보냈다.
그녀가 웃진 않았지만 이건 아직 1차 시도다.
이상하게도 뭔가 기분이 뭉클하다.
그녀가 웃을 때까지, 그녀앞에서 10번이고 100번이고 이런 시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괴상한 내 행동에 빈약하지만 동기가 생겼다.
바로, 그녀를 미소짓게 할 동기가 생긴 것이다.
내가 다시 그녀를 찾은 것은 정확히 2주가 지난 토요일이었다.
가게에 들어섰는데 사장님이 계시질 않았다.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몰랐다.
그녀와 한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
난 반억지 반강제로 그녀에게 홍차를 직접 끓여달라는 주문을 했다.
알바생은 끓일 수 없다는 홍차, 그리고 그녀가 무난해서 잘 마신다는 그 홍차를 주문한 것이다.
그녀가 만들어준 홍차가 맛있고 맛이 없고는 나에게는 별 상관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녀가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인 것 처럼 친숙했고, 그녀의 맘속에 있는
아픔을 내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선 그녀와 조금더 안면을 터야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정말 솔직하게 그녀가 끓여준 홍차는 맛있었다.
사장님이 외출을 하셨다 돌아오셔서 그녀가 끓인 홍차를 맛보시곤 그녀에게 주의를 주셨다.
그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사장님이 그녀를 심하게 나무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야단의
뉘앙스도 전혀 없었는데 그녀는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얼굴에 그늘이 져가고 있었다.
뭔가 잘못된 듯 싶었다.
그녀와 친분을 쌓기 위한 방법이었는데 그녀를 더 우울하게 만든 것 같은 것 같았다.
뭔가 해명을 하고 싶었다.
그러려고 그런게 아니에요, 정말 미안해요, 라고.
말로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내가 사랑하던 여자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입밖으로 내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여기서 미안하다고 하면 그녀에게 그 말이 가 닿을까?
형식적으로만 느껴질 뿐이다.
그녀에게 펜과 종이를 달라고 했다.
'안녕하세요, 전 김현준이라고 합니다. 그러려고 그런게 아닌데, 본의아니게 폐를 끼쳤네요.
제가 사과의 뜻으로 밥을 한번 사고 싶은데 제 전화번호는..010-xxxx....'
이게 뭐야, 대놓고 작업하는 말투다.
난 그녀에게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싸구려 헌팅족처럼 보이고 싶진 않다.
이건 아닌 듯 싶어 종이를 구겨 주머니 속에 집어 넣고 새로 쓰기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전화번호를 남기는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명함이 나을 듯 싶어 그녀가 손님을
맞으러 테라스 쪽으로 갔을 때, 써놓은 편지와 명함을 그녀의 책 속에 얼른 끼워넣었다.
그리고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가게를 나왔다.
그녀가 나에게 연락을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집으로 돌아온 후에 아까 그곳에서의 일을 생각해보니 너무 일방적으로 일을 밀어붙이고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미 그녀를 좀 익숙하게 봤다지만, 그녀는 나를 그 가게에 오는 손님중에 그것도 2주일
간격으로 딱 2번 봤을 뿐인데..
연락이 안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바로 수화기를 들어 그 가게로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을 통해 수영씨와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또 할말이 없었다.
애꿎은 전화선만 빙빙 돌리며, 이미 놓고온 명함을 놓고 오지 않은 것 같다는 핑계를 댔다.
말하는 투를 보니 그녀는 내가 써놓고 온 쪽지는 읽었지만 명함에 관해선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쪽지에 전화번호를 적어놓고 오는 거였나..
황금같은 주말이 지나고 나는 평일이 되어 다시 회사에서 일을 하는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핸드폰을 내 몸 이외의 곳에 두는 일이 없어졌고, 틈만나면
핸드폰을 들여다본다는 것 뿐이었다.
수요일이 되었을 때, 퇴근을 해 집으로 돌아가려는 내 눈앞에 날 기다리고 있는
예전 그녀가 보였다.
"오빠.."
눈동자가 흔들렸다. 애써 냉정해 지려고 노력했다.
왜 찾아왔니, 나한테 아직 볼일이 남았니?
"어, 어쩐일이야..나 피곤해서 일찍 들어가 봐야겠다. "
차 키로 문을 열고 차에 타려는데 그녀가 날 잡는다.
"오빠 얘기좀 해.."
"그래 해..."
"여기 말고..다른 데로 가자.."
그녀는 조수석으로 가서 앉았다. 후~, 하고 한숨이 나왔다.
할 수 없이 나는 목적지도 없이 일단 차를 출발시켰다.
"할얘기가 뭐야?"
"오빠..내가 잘못했어..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돼?"
"다른 사랑 찾아간다며.."
"아니야..오빠..정말 미안해.."
그때 내 핸드폰에 벨이 울렸다. 내가 저장해 놓지 않은 번호였다.
다급하게 전화를 받아 수영씨?? 하고 되물어보았지만
잘못 걸려온 전화였다.
"수영씨가 누구야?"
"너랑 상관없잖아.."
"여자야? 나랑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른 여자를 만나??
오빠 그렇게 헤픈 사람이었어??"
"니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어이가 없었다.
니가 날 차버렸잖니, 다른 사람 찾아서 새로운 사랑하고 싶다고 했잖니,
그럼 난 널 잊지 말라는 거야?
아님 내가 널 잊지 못해서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랬니?
"그만 집에 가. 못데려다 줘서 미안하다."
그녀가 내 차에서 내려서 어떻게 집에 돌아갈지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그녀를 길가에 내려준채로 다시 나는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이젠 정말 잊을 때가 왔다.
그녀를 붙잡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난 당연히 그녀를 잊지 못하고 추억에 괴로워해야만
할거라는 그녀의 발상에 정말 기가 막혔다.
집 앞 코너를 돌면서, 얼른 들어가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말끔해진 상태로 맥주한잔을
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 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
"전화..잘못 건거..같네요.."
발음이 정확하지 않지만, 분명 수영씨 목소리였다.
예쁜 목소리지만 생기는 없는..바로 그 목소리..
확인이 필요했다.
"수영..씨?"
"네..저에요.."
기다리던 전화다.
"왜그래요? 술마셨어요?"
".....흐흑..."
그녀가 울고 있다. 지금..흐느끼며 울고 있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으로 옆에 있는 손님인 것 같은 아저씨가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내 옆에 있다면 조용히 좀 해주세요, 라고 말할텐데 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 아저씨가
여기 xx여고 앞에 포장마찬데~ 빨리와! 근석이랑 한잔 하고 있어!,
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 어디에요??"
"...."
대답이 없다. 거기 xx여고 있는 데에요?, 라고 물어보려는데 그녀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직 시간은 초저녁이었지만 아침부터 껴있던 짙은 구름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은 있는 걸까, 술은 얼마나 마신걸까, 걱정이 되어 급하게 차를 그녀가 있는 곳으로
몰았다.
그리고, 도착 후 살짝 열린 포장사이로 테이블에 엎드려 슬프게 울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그 순간, 난 하늘에서 내려온 계시를 받은 듯 그녀를 지켜줘야 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느꼈다.
그녀가 울지않게, 힘들지 않게 지켜주기 위해 난 적어도 그래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가 걸어나온다. 비틀비틀 거리면서.
그리고 그런 그녀와 난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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