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안의 그녀.22

니뿡간지 작성일 06.12.30 1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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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file.paran.com/MEDIA_9368435/BLOG/200607/1151843523_itakano.wav
이번편도 이음악을 주소창에 붙여넣기해서 음악과 함께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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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는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그대로 뒷걸음질쳐.
레스토랑 밖으로 뛰어 나가 버렸다.

“대체...뭐야?”

어벙한 표정으로 선욱이 중얼거리자.
가희가 선욱의 팔에 끼고 있던 팔짱을 풀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선욱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가희는 선욱이 기억을 잃었다는 것이 이제야 실감이 났다.
예리를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도 내팽개쳤던 그였기에
지금의 모습은 더욱 신기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짜증이 났다.
00367이 나타난 것이 괜히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가 기억을 찾는다면.
지금 내가 한 짓은 충분히 원망의 대상이겠지?
가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
그가 지금처럼 다정하게 굴지 않고.
증오하고 원망한다면 그녀자신도
그에게 품으려고 하는 이상한 감정을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일부러 00367에게 오해를 심어주었다.
재밌을 것 같다.
후후후.

“저기...저애랑 아는 것 같은데..? 지금 상황을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가희에게 선욱이 궁금함을 참지 못해 질문했다.
그러나 가희는 이제 완전히 거짓말을 꾸미기 시작했다.

약간의 질투와.
그 질투라는 감정을 없앨 수 있기를 바라는 행동이 겹쳐진 미묘한 거짓말을.


“그애?? 그 애도 너랑 원수지간이야. 너 말이야 기억을 찾기 전에는 조심하는 게 좋아.
너를 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까 왜 그렇게 여자들하고 원한을 많이 만들어 놓았어?“

“그 애랑 도요?”

“그래”

흐음.
선욱은 그 여자의 행동으로 보건데,
가희의 말을 왠지 믿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가희와는 달리 어딘가 너무나 익숙하고 안심이 되고.
반가운 것 같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정말요? 아닌 것 같은데...”

“네가 몰라서 그래. 괜히 너한테 친근하게 굴면서 해치려고 했던걸 다 잊었어?
너는 개 때매 수도 없이 죽을 뻔했다고“

“예?? ..후움....그...그렇군요...”

물론 거짓말이지만 어느 정도 사실도 섞여있었다.
선욱이 예리 때문에 지금까지 죽을뻔 한건 정말 수도 없이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선욱은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을 하며 말꼬리를 흐렸고.
답답해진 가희가 괜히 화를 냈다.

“못 믿겠다는 거야?? 그럼 믿지마라?...흥!!
난 올라가서 쉴래“

“아...그러실래요? 부축해 드릴게요”

“아니야 됐어. 저기 얼이 빠져 있는 사장님이랑 가게나 정리해”

가희는 대려다 주겠다는 말을 거절하고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그러다 선욱의 모습을 한번 뒤돌아 훔쳤다.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괜히 짜증났다.

“너말야. 그거 알아? 너의 그 아무 사심 없는
다정함은 우리 같은 시험관들 에게는 너무나.... 너무나....”

가희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답한 심정으로 옥탑방으로 올라가 누워버렸다.
아직은 몸이 다 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억지로 돌아다녀서 그런지 매우 힘들었다.
그렇다고 가희는 “Z"로 돌아가지도 못했다.
”Z"로 가서 더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다면 이까짓 상처 금세 낳겠지만.

선욱이 기억을 찾아서.
그녀를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지 않고는.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내키지 않는.
마음속...

“그렇지만...00367이 나타난 이상. 그리 오래있을 수는 없겠지..............”

가희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아 버렸다.
.
.
.
.
.
.

예리는 레스토랑에서 나와 마구 뛰었다.
뛰고, 뛰고 또 뛰었다.

뭐야.
나쁜 놈.

살아있었어.
살아있었어,

하지만...
하지만........

“나쁜 놈아아아아!!”

그녀의 분노는 곧 파안을 더욱더 붉게 만들고.
그녀의 주변은 요란스럽게 폭발해 버렸다.

“콰아아아앙”

탄도미사일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효과음을 내며 곧 주위가 황폐한 모습을 드러냈다.
예리는 그곳에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다.

평생 내 곁에 있어준다고 해놓고.
진짜로 배신 한 거야.

“왜? 왜?.........어째서...”

“내가...싫어진 건가.....”

혼자 중얼거려 보지만.
되돌아오는 건 허무

그저 폭발로 인한 먼지들만이 그녀가 호흡을 방해하면 날아다닐 뿐.
.
.
.
.
.
내 곁에 있어준다고 해놓고 마음이 변해 버렸어?
.
.
.
.
.
“그래. 그도 역시 인간이니까. 죽는 게 무서운 거야.”

그만은 다르다고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보다.
배는 더 아려오는.
아니 아파오는 가슴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아프면서도.
아프면서도 가슴은 아직도 두근거렸다.
방금 전 그에게 안겨들었던 품안의 따뜻함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예리는 그만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울음 따위 하찮다.
울어본 적 따위 없다.

엄마, 아빠, "Z"
그들에게 학대를 당할때도 운적 따윈 없다.

그저 허무한 감정.
텅빈 마음.

어릴 때부터 그녀의 가슴속은 이미 텅 비어 버렸다.
감정이 없다.
당연히 눈물이 떨어질 이유 따위 없다.
.
.
.
“하지만 왜?”
.
.
.
그런 그녀가 처음 울어 본건.
선욱이 죽었다고 생각한 그날.

텅 비었다고 생각한 감정 안에 물을 들이 부은 건.
바로 그.

그와 관련된 일이라면 너무나도 쉽게 눈물짓는 자신이 싫었다.

“내가...싫어진 거야..흑...”

그녀는 손등으로 떨어져 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이제 된 거야.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 거야.

내가 직접 죽여 버리겠어.
더 이상 생각나지 않게 직접 죽여 버리면 돼.

배신자 따위는 죽여 버리면 이렇게 아프지도 않을 꺼다.

예리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시야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눈으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달렸다.

연석은 시체를 신고하고 경찰서에 사건진술을 하기위해 나갔고.
선욱은 다른 알바 생들과 가게 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없이 튄 피를 닦아내는 것만도 힘든 작업이었다.
피가 눌어붙어 버려서 도무지 잘 닦여지지도 않았으니까.

선욱이 걸레로 입구에 튄 피를 마구 문지르고 있을 때.
인기척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저. 오늘은 영업이 불가느.......”

하지만 그는 말을 하다가 그만 멈춰버려야 했다.
방금 전 사람을 죽이고는 뛰쳐나가 버린 그 여자.
예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짜고짜 선욱에게 다가가더니.
목을 잡고는 조르기 시작했다.

“죽어......죽어..............”

무지막지한 힘으로 선욱의 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선욱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죽어 버려...”

“이..,.이거 좀...놓...놓고..”

“죽어!!!!”

“케..케켁”

하지만 예리는 더 이상 힘을 주지 못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괴롭다.
그의 온기가 느껴진다.

몸전체가 거부한다.

결국 예리는 선욱이 괴로워하는 목소리에 오히려 힘이 빠져버렸다.

죽이기는 커녕.
아마 지금 상태로는 상처하나 입힐 수 없을 것 같았다.

“..............”

예리는 팔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선욱의 앞에서 그대로 주저앉고는 울기 시작했다.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어깨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 울어버릴 정도인데.
더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흑...흑....”

하지만 선욱은 갑자기 목을 조르다가 울어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심히 당황한 상태였다.

“저...저기..괜찮아?”

선욱은 저도 모르게 무릎을 굽히고 예리의 떨리는 어깨를 잡은 다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오른손이 그녀의 어깨에 다가 갔을 때.
또다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선욱의 머릿속으로 직접 흘러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너무나 이상해서, 선욱은 오른손을 급하게 때버렸다.

선욱은 가끔가다 오른손에서 느껴져 들어오는 이미지들 때문에 다시한번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지금은 깊이 생각할때가 아니었다.
다시 예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너무나 검붉게 갈라져 있는 눈에서 맑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모습.
다른 사람이 본다면 소름이 끼칠 정도의 장면이건만
그에게는 어쩐지 너무나 애처로워 보였다.

“흑....흑....”

예리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면서도.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에 흐느끼다가 입을 열었다.

“아....안 괜찮아.....왜..? 왜....”

감정을 도저히 추스를 수가 없었다.
“Z"와 같이 있는 배신자 따위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마음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왜...왜...배신....왜....그...왜...너...”

“저기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혹시...”

선욱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려고 하였으나.
예리가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조금 뒷걸음치더니 .
곧바로 미친 듯이 레스토랑의 의자며 컵이며 눈에 보이는 데로
선욱에게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욱에게는 단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 아니 맞히지 않았다.

“저기...그만좀 하고...말좀 들어봐..!!”

선욱이 대뜸 소리를 내질렀지만 예리는 멈추지 않았다.
마구 물건을 던지다가 이번에는 선욱에게 다가와 그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잘못...했어....”

“엥??”

한참을 난리를 치더니 잘못했다니?
선욱은 도무지 이 여자의 의도를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싫은 기분도 들지 않았다.

하진만 싫지 않다고 계속 맞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선욱은 가슴을 두드리는 그녀의 양팔을 잡아들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여 있었다.

예리는 선욱에게 양팔을 잡히고는 그대로 선욱을 빤히 쳐다보았다.
얼마든지 붙잡힌 팔을 빼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이대로 있고 싶었다.

“저기...그러니까....”

선욱은 다시 한 번 기억을 잃었다고 말하려고 하였으나.
또다시 예리가 말을 끊어버렸다.

“싫어하지 마.....잘못했으니까. 싫어하지 마.
나...널 죽일 수도 없단 말이야.
만약 날 배신하면. 곧바로 죽여 버리겠다고 다짐 했었는데.
그럴 수 없단 말이야. 어떻게 하라는 거야....
“Z"가 더 좋아졌어? 그래도...그래도.....나 싫어하지 마.....
배신한 거...다 용서 할 테니까...그러니까....그러니까...“

예리는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선욱의 품에 안겨버렸다.
그의 몸을 꼬옥 감싸 잡은 모습에서
그를 다시는 놓아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자존심 같은 건 필요 없다.
그 없이는 너무나 아파서 살수도 없으니까.
너무나 그가 커져 버렸으니까.

예리는 그렇게 선욱에게 안겨 흐르는 눈물로
그의 옷을 흥건히 적셔버렸다.

“저기..그러니까 울지만 말구.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니까”

“에..??”

예리는 눈물로 뒤범벅 얼굴로 선욱을 올려다보았다.

이야기를 들어달라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왠지 찜찜했다. 듣기가 싫었다.

“그러니까 나는 기억이...”

그러나 선욱이 막 말을 하려는 찰나에 레스토랑 입구가 갑자기 시끄러워 졌다.
선욱은 또다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아보았고.
예리 또한 선욱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뜻밖에도 “Z"가 있었다.
선욱은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예리는 단박에 표정이 변해버렸다.

“여기가 가희가 있는 곳이란 말이지? 빨리 안내해”

“대장님. 하지만...언니가 스스로 돌아오겠다고..”

“아직도 그 소리야? 기다릴 여유 따윈 없다고 했잖아!!”

다니르는 막아서는 선미를 밀쳐내고 레스토랑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선미도 하는 수없이 다니르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그 덕분에 그들과 선욱, 예리의 눈은 거의 정면으로 마주쳐 버렸다.

예리의 사진을 품 안에 지니고 다니며 제발 좀 죽어달라며
빌곤 하던 다니르로서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고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나 버렸다.

“00367??? 어째서 이곳에...??”

“네...??”

다니르의 말에 놀란 선미도 예리를 살펴보았고.
곧 급하게 손짓을 하자. 바깥에 몰려있던
“Z"군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와 버렸다.

선욱은 갑자기 군인들이 총으로 겨냥하자 황당한 기분이었다.
울고만 있던 예리가 갑자기 무섭게 변해 버린 건 더 예외였다.

오늘은 대체 무슨 날이지?
선욱은 자신이 끌어들인 업보라는 생각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곤
그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예리는 그들을 한번 둘러보더니 약간 원망스런 눈초리로
그런 선욱을 쏘아보았다.

“네가 부른 거야? 날 잡으려고?
아까 하려고 한 이야기도 이거였어?“

“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부르긴 누굴 불렀다는 거..”

“..................”

그를 쳐다보는 예리의 눈매에서 말 못할 서운함 배어나왔기 때문인지
선욱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예리는 그에게서 일단 시선을 돌리고는 “Z”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다 죽어!!”

곧 앞에 있던 군인들이 총한 번 쏴보지 못하고 터져나갔고. 다니르는 그 광경에 힘이 풀려서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자...자..잠깐!!”

다니르는 지금의 상태로는 예리를 상대할 수조차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다급하게 선미를 쳐다보았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건가. 가희는 없고...어떻게 좀 해봐!!”

“네?...하..하지만...그럼 이..일단 도망가요...”

선미와 다니르는 이도저도 하지 못하고 허둥대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터져버린 시체 앞에서 예리가 지그시 노려보고 있었다.

“잠깐!!”

그때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일제히 모든 사람의 시선이 뒤쪽으로 쏠려버렸다.

“가희!”

“언니!!”

다니르와 선미가 외쳤고.
예리역시 가희를 발견하고는 그만 몸까지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렸다.

“너...너.....”

하지만 가희는 태연하게 한번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선욱에게 다가갔다.

“아...저..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무슨 일??”

가희는 선욱의 질문에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주위를 한번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주방 쪽에 떨어져 있는 식칼하나를 발견하고는 그걸 집어 들었다.

“대장님. 당황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거에요”

다니르에게 살짝 윙크를 하더니 가희는 예리를 쳐다보았다.
예리는 그냥 죽여 버리면 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선욱과 가희과 친해 보인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그만 얼이 나가버렸다.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줄래? 넌 이제 혼자라고 말하지 않았나?”

가희는 그렇게 말하더니 선욱의 팔을 들고는 식칼을 쥐어주었다.

“자. 내가 말했지? 그건 호신용쯤으로 들고 있어”

“네? 대체 이게 무슨...."

선욱은 얼떨결에 칼을 받아 들었지만. 여전히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왜 그렇게 ”Z"하고 친해진 거야!!“

예리는 젖어있는 눈으로 선욱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 순간에 가희는 한차례 크게 웃더니 재빠르게 다니르에게 돌아가서 속삭였다.

“대장님. 일단 돌아가세요.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본부에서 봐요”

“아? 그..그래!!”

예리의 살기에 짓눌려 있던 다니르는 마치 여신이라도 본 것 같은 모습으로
가희를 쳐다보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레스토랑 밖으로 줄행랑을 쳐버렸다.
그러나 선미는 여전히 가희 곁에 남아있었다.

“선욱씨? 그년을 어서 찔러버리지 않고 뭐하는 거예요?”

“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대체”

가희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선욱이 갈팡질팡 했지만.
이 모든 게 예리가 선욱을 오해하게 만들려는
가희의 계략 이라는 걸 기억을 잃은 지금으로선 알 수 있을 리가 전무했다.

“날..죽일 거야??”

예리는 상황을 파악했다는 듯이
(실제로는 전혀 파악하지 못한 거지만)
선욱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날카로운 말투로 몰아 붙였지만.
선욱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빨리 찌르라니까!!”

“무..무슨 소리에요!!”

가희가 다시 선욱을 재촉하듯이 외쳤고.
그와 동시에 예리도 선욱에게 중얼거렸다.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고.
가희씨.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선욱은 들고 있던 식칼을 내려놓고는 설명을 듣기 위해 가희에게로 다가갔지만.
가희에게는 이미 계산된 행동인지 다가오는 그를 그대로 안아버렸다.
그리고는 앞쪽의 예리에게 살짝 웃으면서도 가시가 있는 말투로 말했다.

“우린 이런 사이니까....그만 죽어주지 그래?”

“..................”

예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화가 났다.
그가 저 재수 없는 여자와 안고 있는 모습자체가 싫었다.
자기도 모르게 떨어져 있는 식칼을 집어 들더니.
자기도 모르게 그만 선욱의 등을 찔러버렸다.

“푸욱”

“아악!!”

“..........................”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선욱은 곧 힘없이 쓰러져 내려 버렸다.

여기까지 지켜본 가희는 계획대로 된 것에 기뻐해야 했다.
하지만 선욱을 다치게까지는 하고 싶지는 않아서였을까........
너무나 어두운 표정을 내비치며.....
선욱의 피가 묻은 식칼을 들고는 멍하게 서서
몸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는 예리에게 말을 걸었다.

“너...정말로 찔러버렸네..?”

“???”

“그는 널 배신한적 없는데.
그는 널 위해 목숨까지 아무렇게나 버리던 사람인데....
아니지... 그런 쓰레기인데?!
배신 같은걸 할리 없잖아? 그 정도도 못 믿으면서 그에게 기댈 자격 같은 거 없어 넌 “

“무...무슨 소리야...?”

“훗...몰라도 돼. 넌 조만간 죽여 줄 테니까...
가자 선미야..!“

가희는 쓰러져 버린 선욱을 쳐다보며 약간 가슴이 아린 느낌이 드는 걸
애써 무시하고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레스토랑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런 가희에게 선미가 존경의 눈빛으로 말했다.

“언닌 정말 대단해요.
일부러 저 00367의 감정을 이용해서 패닉에 빠뜨린 거죠?
대장님도 무사히 도망치게 하고....정말 언니는...“

“됐어...더 이상 말하지마...
나는 들를 대가 있으니까 먼저갈래? 곧 뒤따라갈게”

“네?...”

가희는 선미의 대답도 듣지 않고는 곧 텔레포트로 사라져 버렸다.
왠지 서두르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선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그녀도 텔레포트로 본부로 돌아가 버렸다.


예리는 선욱의 등에서 쏟아 나오는 피를 힘없이 바라보며.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너는 그를 전혀 믿어주지 않아“

가희가 한말이 계속 떠올랐다.
그는 나를 모른 척 했는데.
뭐가 배신이 아니라는 거야....

그러면서도 그녀는 선욱에게 다가가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배신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죽는 건 싫었다.
절대로 싫었다.

“일어나!! 일어나서 설명해 보란 말이야.
뭐가 배신자가 아닌지 설명해봐!!“

어쩔 줄 모르고 울부짖는 예리의 목소리가 곧 울려 펴졌고.
식당 밖에서는 요란한 구급차의 사이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삐요...삐요....”

그리고 예리는 선욱의 피로 물든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다시 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처량해서.
처량하고 처량한 어느 날의 광경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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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연말이라 바쁘네요ㅠ_ㅠ::
오랜만에 썼다고 댓글도 안주시면 미워할 겁니다..;;
새해복많이 받으시길..^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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