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실신 7

지금은짝사랑 작성일 09.08.08 12: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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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천루의 주인인 마제가 내게 부탁한건 자신의 아들을 평생 지켜주라는 거였다. 난 나를 말똥말똥쳐다보는 마제의 아들을

지긋이 내려다 보았다. 이녀석 눈이 참 맑다. 괜시리 짜증이나 머리를 쥐어 박았다. 큰눈에서 눈물이 고이더니 곧 울것

같았다. 난 당황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후 부터 이녀석이 내 다리를 꼬옥잡고 놓지 않는다. 귀찮아서 다시 발로

뻥 차버렸다.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울기 시작했다.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마화가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마화 뒤에 숨어

훌쩍이는 녀석을 째려보자 녀석이 고개를 푹 숙인다. 마화가 방에서 나가자마자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고 마화에게 일렀다간

알아서 하라고 협박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내 다리를 꼬옥 잡는다.

 

 

 

항상 꼬맹이라 부르자 그녀석이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만향. 웃기는 이름이다.

내 다리를 꼭 잡고 방실방실 웃는 녀석의 볼을 쭈욱 늘려주었다.

 

 

 

고된 훈련에 지쳐 쓰러지듯 침상에 누웠다. 끼익 소리와 함께 만향이 빼꼼 고개를 내밀더니 내게 다가 왔다. 귀찮아서

자는 척을 하자 어디서 꺾어 왔는지, 꽃을 가져다 내 머리위에 두고는 조용히 나가다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진다. 녀석이

나가고 꽃을 들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꽃내음이 좋다. 오늘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것 같다.

 

 

 

만향이 다른 아이들에게 맞고 울면서 들어왔다. 마제의 자식이지만 마제는 자신의 자리를 가장 강한자에게 물려준다고 공

인한 상태라 마천루에서 만향의 자리는 마제의 아들 딱 그정도 이다. 흙투성이가 되 녀석을 보자 속상해서 머리를 쥐어 박았다. 훌쩍이는 만향의 손을 잡고 녀석을 때린 애들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 마녀라고 부르며 도망가는 녀석들을 하나하나

즈려밟아 주었다. 

 

 

마제의 부름을 받고 간 대전에서 마천루 돌격부대의 대주자리를 맡게되었다. 여자대주라고 깔볼텐데 초반에 기선을 잡아야 

겠다고 생각하며 방안에 들어서자 만향이 꽃을 들고 서있었다. 부쩍 커버린 만향의 키. 남자새끼가 언제 까지 꽃캐러

다닐거냐 면박을 주었더니 자기 맘도 모른다며 뛰쳐 나간다. 사춘기인가.

 

 

 

간간히 일어나던 정파들과의 소모전이 시간이 지날수록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4개의 세력이 정무맹을 만들고는 마천루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간신히 유지 되었던 평화가 깨질 것 같다. 돌격부대의 각

조장들을 소집해 앞으로의 일들을 의논했다. 혈풍이 불것 같다.

 

 

 

장로중 한명이 배신을 했다. 마제의 차에 독을 넣은것이다. 괜찮다고 웃는 마제의 미소가 힘겨워 보인다. 마천루는 오직

마제에 의해서 지켜진 곳. 또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곳이 계속 유지되길 기도하며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자 탁자위에 쪽지가 있었다. 저녁에 잠시 보자는 만향의 쪽지. 무슨일이지 하며 약속된 곳으로 향하자 만향이

안절부절 못한채 서있었다. 무슨일이냐며 다그치자 갑자기 사랑한다고 고백을 해온다. 당황한 나머지 멍하니 서있는 내게

다가와 입술을 마치는 만향. 정신을 차리고 실컷 패준다음에 방으로 돌아왔다. 괜시리 얼굴이 붉어져온다.

 

 

 

아침 식당에서 만향을 만났다. 이상하게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어서 그냥 어색하게 지나쳤다. 한쪽눈이 퍼렇게 멍든채

안절부절 못하는 만향을 보니 웬지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하지만 이내 슬픈 생각이 들었다. 만향의 깨끗함과 다르게

나는 더럽혀졌다. 몸도, 마음도. 만향과 난 어울리지 않아라는 혼잣말을 되풀이하며 잠이 들었다.

 

 

 

돌격부대녀석 중 한명이 칼에 맞아 죽었다. 병1신같은 새1끼. 그 녀석 가족들을 찾아가 돈을 쥐어주고 돌아왔다. 만향이

방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밤 녀석의 품에 안겨 울었다.

 

 

 

정무맹의 힘은 강했다. 곧곧에서 패전소식들이 전해져 온다. 마제마저 독에 의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결속력이 무너져버린

마천루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정무맹이 마천루의 본산까지 당도했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돌격부대 녀석들과 마지막 결전을 준비했다.

 

 

 

모두 죽고 나만이 남았다. 권신의 후예라고 했나. 4방을 점지하며 쏟아지는 그의 주먹은 매서웠다. 의식을 잃으며 문득

만향이 걱정되었다. 그녀석 싸움도 못하는데, 내가 지켜줘야하는데.

 

의식이 돌아오고 주위를 둘러보자 조위는 온통 정무맹 무사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나는 비틀거리며 걸어 나갔다. 전장의

한가운데 만향과 권신의 후예가 서있다. 온몸이 피에 젖은 만향. 내가 지켜줘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그때였다.

그의 몸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것을 축하한다 여아야. 어떠냐 좋은 광경이었지?'

 

너무도 빛나보였던 마제의 미소.

내 새로운 삶의 시작.

그리고 만향과의 첫만남.

 

권신의 후예의 몸이 터지고 만향도 쓰러졌다. 나는 비틀거리며 그에게 걸어갔다. 쓰러진 만향을 안고는

내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그가 힘겹게 눈을 뜨며 싱긋웃으며 말한다.

 

"다행이다. 지하야. 이번엔 좀 남자다웠지?"

 

역시 이녀석은 바보다. 싸움도 못하고 매일 울기만하고 꽃을 좋아하는 그리고 이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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