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심가 - (1)

지금은짝사랑 작성일 11.01.10 21: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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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열한 전투를 증명하듯 땅엔 식지 않은 피가 흔적하였고, 주인을 잃은 검과 창은 피를 머금은채 사방에 널려있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아직 살아있는지 꿈틀되는 적들의 배에 칼과 창을 꽂아 넣었다.

 

"피해상황은 어떻게 되지?"

 

온몸에 피칠갑을 한 남자가 지쳐 연신 헉헉 거리면서 명부를 확인하는 남자에게 물었다.  

 

"넷! 사망 2명, 부상 7명...대장... 대승입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남자는 자신의 대장을 쳐다보았다. 상부에선 자신들의 존재를 지우기 위해 이번 전투를

 

명했었다. 남만과의 평화협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부대는 분명 눈에 가시였을 것이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전투 였지만 명령에 따르는것이 군인이기에 그들은 말없이 대장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결과는 믿을 수 없게도 대승이었다.

 

"하아...이겨버린건가."

 

 온몸에 피칠갑을 한 남자는 자신의 칼을 뽑아 하늘을 향한채 외쳤다.

 

"청룡은 무적이다!"

 

"와아아아!!"

 

살아남은 자들은 표효했다. 남만과의 전쟁을 시작한지 5년만인 어느 날이었다.

 

 

 

 

남만과의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나는 부장들을 소집했다. 전쟁의 승리를 만끽하는것도 잠시였다. 이겨서는 안될 전쟁을 이겨

 

버렸기에 나와 부하들의 안위는 지금 불안한 상황이었다. 나를 주시하는 부장들의 얼굴을 한명 한명씩 바라보았다. 5년동안

 

전장에서 서로의 등을 맡겼던 믿음직한 존재들이기에 나는 그들만큼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나는 죽은 사람이 되려한다."  

 

내말을 이해 못했는지 부장들은 잠시 당혹스럽게 나를 쳐다보았다. 모사 제갈군이 어두운 얼굴을 한채 말했다.

 

"결국 혼자서 희생양이 되려고 하시는 겁니까?"

 

"나의 존재가 지워진다면 청룡대는 무사할 것이다. 그들이 두려워 하는건 5년동안 너무 커버린  나란 존재일테닌까."

 

"대장! 우리 청룡대는 언제나 하나입니다. 다같이 죽고 다같이 삽니다. 그건 우리의 불문율입니다."

 

"철무환, 그건 전장에서일 뿐이야. 전쟁이 끝난 지금 너희들은 군인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아들이며 누군가의 아버지이다.

 

남은 가족들도 생각해야지. 오랫동안 생각해서 결정한 일이다. 너희들이 아직 나를 청룡대의 대장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두

 

내 말을 따라줬으면 한다."

 

나는 부장들을 쳐다보고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오늘은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너희들과 취해볼까?"

 

나는 어정쩡하게 서있는 부장들을 재촉해서는 막사밖으로 나왔다. 이미 어둑해진 초원에는 청룡대 병사들이 모두 기립한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5년동안 자신도, 이들도 많은 것이 변했다. 칼을 처음 잡았던 소년은 어느새 청년이 되었고 상처

 

투성이가 되었다. 5년동안 크고 작은 전투에서 살아남으며 어느새 혈향에 익숙해진 짐승들, 그것이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5년동안의 피비린내 나는 기억들은 모두 잊어라. 이젠 가족에게 돌아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라. 자랑스러운 아들로, 한

 

아이의 아버지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돌아가 모두..."

 

나는 어쩌면 이루어 질수도 없을 소원을 빌듯 눈을 감은채 말했다.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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