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심가 - (2)

지금은짝사랑 작성일 11.01.11 17: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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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장들과 복귀행군경로를 의논한 후, 막사로 돌아와 짐을 꾸렸다. 5년동안 몸담았던 곳인데 허탈할 정도로 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잘 된 일이다. 혼자서 이 평원을 가로질러야 하기에 짐은 적은게 유리하다. 짐을 챙기던 중 종이 뭉텅이를

 

발견하고는 잠시 멈칫했다. 그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군부였지만, 그녀의 서신은 5년동안 꾸준히 이어졌다. 지우기

 

위해서 선택한 길이건만 그 서신을 꾸준히 모아 놓았던 스스로의 모순됨에 기가막힌다.

 

"5년이란 시간이 무가치해질정도로 기억이란 쉽게 지워지지 않는구나." 

 

나는 잠시 고민한 후 서신을 행낭에 쑤셔 넣었다.

 

"떠날 준비는 끝나신 겁니까?"

 

멍하니 스스로를 탓하던 난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 보았다.

 

"아, 그럭저럭. 설허담, 무장은 어찌하고 그런 옷차림인거냐?"

 

무장을 벗을 채 조그마한 행낭을 등에 찬 설하진의 모습에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저도 죽은 사람이 될까 합니다. 아, 그런 표정은 마십시오. 저는 가족이 없습니다. 따라서 대장의 명을 어기는게 아니지

 

요. "

 

얄미울 정도로 환한 표정을 짓는 설하진을 바라 보던 나는 작게 한숨지으며 말했다.

 

"알아서 하거라. 넌 항상 내말을 고이 듣지 않았지."

 

"대장 섭섭합니다. 혼자서 갈 저승길 둘이 되었으니 심심치는 않을 겁니다. 하하하."

 

나는 행낭을 등에 지고는 막사안을 나와 기립해 서있는 부장들과 병사들을 뒤로 한채 걷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자신의 뒤로 초원에 울려 퍼지는 땅울음 소리. 우리들만의 작별의식. 

 

"청룡불패, 청룡무적!!"

 

5년동안 무던히도 외쳤던 소리와 함께 나는 5년의 추억을 뒤로하고 걸어 나갔다.

 

 

 

"대장,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역시나 형수님한테 가시는 겁니까?"

 

"무슨 소리냐?"

 

"5년동안 이어진 서신의 주인공, 모두가 말을 쉬쉬해서 그랬지, 저희끼리는 이미 형수님으로 결정했었습니다."

 

"그런거...아니다."

 

무언가 더 물어볼 표정이었던 설하진은 내 굳은 표정에 당황하고는 서둘러 화제를 바꿨다.

 

"아 근데, 그 괴조 말입니다. 항상 서신을 가져왔던. 참 신기하게 생겼었는데. 쇠같이 단단한 녀석이 하늘을 날다니,

 

처음엔 영물일거라 생각하고 영단을 꺼내려고 했습니다.하하"

 

"그녀는 괴상한것을 자주 만들고는 했었지."

 

"호오, '그녀'인겁니까?"

 

"자칭, 어머니이기도하고 스승이기도 하지."

 

"엑,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직 그녀를 마주칠 자신은 없다. 꾸욱 눌러담아 심연의 깊은 곳에 봉인한 감정. 그 감정은 아마 그녀를 본 순간 터져버릴

 

것이다. 나는 그 감정들을 이겨낼 자신이...아직은...없다.

 

"일단, 여동생과 벗들을 만나볼 생각이다."

 

"아, 역시 그렇군요. 제가 대장님을 따라나온 이유들중 하나이기도 하죠."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설하진은 빙긋 웃었다.

 

"일단 하남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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