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중심적 남자, 그리고 여자 1.

똥광의영광 작성일 11.01.26 11: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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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오늘 만나는 남자, 꽤 괜찮다며? c한테 이야기 들었어."

"음, 만나봐야 알지. 대충 이야기만 들어서 잘 몰라."

"이 년아. 이제 남자들 그만 가지고 놀고 제대로 만나"

"아우 뭐래는거야 언니. 내가 무슨 구미호야? 언니말만 들으면 다른사람들이 꼬리가 아홉개 달려서 남자들 유혹해서 잡아먹는 줄 알겠어."

"그래, 향수도 괜찮은걸로 쓰구, 옷도 이쁘게 입고 나가. 승아 넌 편한거 되게 좋아하잖니."

"에구, 완전 시어머니처럼 말씀하시네. 히히, 알겠다구우. 오늘 안 그래도 미용실도 갔다왔구 옷도 맞춰 놓았어."

"어머, 요것 봐. 아까는 잘 모른다며, 완전 꼬시려고 하네."

"아이참. 몰라 언니. 하여튼 갔다와서 전화할게."

"그래에."

 

-

"너 조울증이냐? 왜 이렇게 사람이 왔다갔다 거리냐?"

"아 몰라. 왜 그런거 같냐?"

"너 야간 한다고 생활 패턴도 바뀌고, 잠도 못자서 그러는것 같은데

넌 니가 좋아하는 건 천사가 되고 싫어하는 건 악마가 되잖아"

"큭, 아주 비수로 심장을 찌르는구나."

"아우, 몰라. 빨리 그 여자애 만나고 와. 진짜 나 같은 친구는 없을거다.

어느 *이 자기 일도 하면서 저녁에 일봐주는 놈이 어디있냐?

피곤이 아주 휘몰아 친다. 이 자식아."

"흐흐, 미안타 미안해. 치성아 걔 만나고 와서 밥값하고 차비하고 다 줄게.

다음부턴 이런 일 없을거다."

"아우, 알았어. 어여 갔다오셔. 그리고 성격 좀 죽이고 만나.

여자애들 다 도망간다. 알았지?"

"그래, 알았다. 알았어."

 

 

1. 지상과 승아. 그리고 치성

1-1. 리드하려는 남자

 

 분위기가 좋은 서울의 어느 스테이크 하우스. 백색 삼파장 램프가 천장에 곳곳이 설치되어 있다. 이 주황빛이 감도는 조명은 조금만 더 붉었어도 나의 마음을 더 설레게 만들었을 것이다.

 10분만 있으면 이승아라고 하는 여성과의 첫 만남을 가지게 될 것이고, 오늘 이루어지는 만남과 헤어짐 이후, 내 성격을 감추고 버리려고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대로 할 것인지 정할 것이다.

 

"야, 지상아."

"어."

"얘는 진짜 괜찮은 애니까 이번에 잘되면 너 진짜 그 성격 버리고 만나야 한다. 알겠지?"

"알았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니까."

"웃기고 있네, 자식. 너 3주전에도 소개 시켜 준 여자애. 가끔 연락할 때마다 네 욕한다
 임마."

"뭐라고 하는데?"

"뭐 그딴 새끼가 다 있냐고."

"야. 지금상황에 그게 할 말이냐? "

"그러니깐. 조심하라고, 또 너한테 안 맞춰 준다고 욱 하지 말고 임마."

"알았어. 이제 그만해라."

 

 갈색 우드로 만들어진 테이블, 똑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은 나는 c에게 시덥지 않은 충고를 듣고, 무심히 넘긴다. 하긴, 이 친구에게 소개를 한두번 주선 받은 것도 아니고, 이번이 벌써 3번째인데 얼마나 짜증나겠냐. 이해하고 넘어가자.

 나는 이번엔 잘해보자. 라고 마음을 굳게 먹으며 콜라컵 같이 긴 투명한 유리컵에 물을 2번 정도 따라 마시면서 약간은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얼마 안 있어 c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고, c는 핸드폰을 받았다.

 

"어, 여기 입구에 와있다고, 알았어. 내가 밖으로 나갈게."

"갔다와."

 

 c는 입구로 나가 소개받는 여자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5분이 걸려서야 입구 안으로 들어온다.

 소개 받는 여자를 멀리서 바라보니, 이번엔 느낌자체가 틀렸다. 와, 이번엔 진짜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긴장되었던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저는 김지상 이라고 해요."

 

 난 일어서서 그녀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의자를 뒤로 빼준다.

 

"네, 안녕하세요. 제 이름 알고 계시죠? 이승아라고 해요. 이야긴 많이 들었어요. 어찌나 지상씨 이야기를 많이 하던지. 이제는 오히려 거짓말 처럼 느껴진다니까요."

 

 기분좋은 상큼한 사과 같은 목소리, 어떤 향수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내 콧속에서 놀게 되는 상큼하고 발랄한 향수의 향기. 아무런 거리낌 없는 그 여자애의 첫 마디. 그 짧지만 먼저 리드해나가는 대화의 첫 마디 조차 나를 놀랍게 만든다.

 

"하하하. 에이. c 적당히 이야기 해드리지 그랬어. 무슨 칭찬을 그렇게 했길래."

"네 욕밖에 안했어 임마. 하하."

"하하하."

 처음의 긴장되고 초조한 마음은 그녀의 그 짧지 않았던 첫마디에 풀어지게 되었다. 본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첫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내가 먼저 대화하려고 노력했겠지만, 이건 상황이 반대가 되지 않았나. 사람을 많이 대하는 직업이라서 그런가?

 이번에는 정말 괜찮은 느낌에 잘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앞선다.

승아씨는 165정도 되어보이는 적당한 키에, 정장 스타일의 밝은 베이지색 양털 코트를 입고 왔다. 두 말할 것 없는 완벽한 몸매와 귀여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말투또한 앙증맞고 귀엽다.

 

"와.."

"와..?"

"음.. 너무 괜찮으셔서요."

"어머."

 

약간은 놀라는 듯한 감탄사와 즐거운 듯한 웃음 소리. 역시나 귀엽고 깔끔한 그 목소리는 나를 살짝 빠져들게 만든다.

 

"저 원래, 진짜 이런 말 잘 안해요. 남 칭찬 하는게 성격에 안 맞아서요. 이야, 우와, 진짜 감탄사만 계속 내 뱉게 되네요. 음, 승아씨 향수가 아주 독특한 향인데.. 발랄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칭찬이 너무 과하신데요. 고마워요. 제 향수는 쉐리블루밍 부케라고 크리스챤

디올꺼에요. 지상씨는 프레시 향수 쓰시나 봐요. 향이 굉장히 상쾌한데요?"

"네, 다비도프 쿨 워터 포맨 이에요. 약간 시크해 보이려구요. 하하."

"충분히 멋져보이시는데요."

 

 승아씨의 그 말에 오늘 신경 쓰고 나온게 헛되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녀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말을 알고 있다. 그녀에게 느껴지는 향수의 향, 그리고 달콤한 목소리, 달콤한 말. 그녀에게 느껴지는 혼합된 3중주 음악처럼 그 음악을 듣고 아주 편안하게 이 상황을 즐기고 싶다.

 

"그래요? 오늘 진짜 신경 많이 쓰고 나왔는데. 승아씨도 너무 이쁘세요."

"호호, 고마워요. 음.. c한테 이야기는 대충 들었는데 정확히 무슨 일 하시는 거에요?"

"조그만 피씨방 운영하고 있어요. 1년전에 오픈했는데, 지금은 꽤

운영되고 있죠. 승아씨는 어디서 트레이너 하세요?"

"전, 강남 반포에서 개인 홈 트레이닝 하고 있어요."

"아! 개인 트레이닝이요? 역시 사람 몸 만들어주는 직업이라 그런지

몸매가 출중하시네요."

 

칭찬과 칭찬의 연속. 이 즐거운 분위기가 오래도록 지속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승아씨의 옆에 있는 c가 거슬리기 시작한다. 소개는 고마우나 넌 너무 오래있었다. 이제 그만 가지 그래.

 

"저기 첫 장부터 너무 분위기가 좋은것 아냐? 완전 샘나는데?"

 

 난 c의 말을 들은체 하지 않았다. 그 여자애의 페이스에 말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c는 이제 자기가 빠질 타이밍을 눈치 챘는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여운을 남긴채 자기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갔다.

 나이스 타이밍. 지금까지 대화의 페이스를 뺏긴 나는 이제부터는 내가 리드하겠다고 마음먹고 이야기를 꺼낸다.

 

"음, 배고프시죠? 에피타이저는 크림 수프 어떠세요?"

"좋아요."

"그럼 메인은? 스테이크 종류로 드시겠어요?"

"아뇨. 스테이크 하나를 시키는 건 무리구요. 간단하게 먹을게요."

 

갑자기 머릿속에서 순간 ‘띵’ 하는 싸한 느낌이 돈다.

 

"음, 그럼 와인은 괜찮으세요?"

"그것보단 저칼로리 과일음료로.."

 

 승아씨, 운동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꽤나 몸 관리 하는구나. 난 원래 운동쪽 으로는 관심, 관련조차 없어서 신경 안 쓰는데, 편안하게 듣고 있던 3중주의 음악에서 갑자기 치지직 거리는 잡음이들린다.

"그럼 와인대신 식사만 하시죠. 근데 스테이크 하우스에 와서 스테이크를 안 먹는건.."

"근데요 지상씨. 조금 살 빼셔야 될 거 같은데.. 히히, 처음부터 너무 구박드렸나? 전 괜찮으니 아무거나 주문하세요. "

 

약간 입꼬리가 올라가며 살짝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

이건 아무거나 먹으라는 건지 아니면 너 충분히 살쪄 보이니까 내 음식 맞춰 먹으라는건지.. 이 페이스를 좋게 유지하려면 역시 후자로 가야된다. 하지만 조금 화가 난다. 처음 본 만남에 갑자기 살 빼야 될 거 같다니, 그래도 직업이 직업인 만큼 이해해야지.

 

"하하,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그럼 약간 산뜻한 음식으로 갈까요?"

"네, 그래요. 그러는게 좋아요."

 

 승아씨, 어느 정도 나하고 성격이 비슷한 걸? 지금까지의 나는, 뭐든지 여자가 나한테 맞춰야 되지 않았나. 내 성격을 죽이고, 목구덩이에서 튀어 나올 말들을 억지로 삼키다 역류하는 기분. 지금은 내가 먼저 팔로우 신청을 해서 팔로잉 당하는 기분이 든다.그녀가 쓴 트윗을 계속 내가 보고만 있는 느낌. 그 안에 끼어들기가 조금은 힘들다.

 

1-2. 레시피

'뭐, 향수도 신경 쓰고 나온 것 같구, 옷도 괜찮게 입고 온 거 같네. 음, 근데 살은 좀 빼야 될 거 같은데.'

 

"근데요 a씨. 조금 살 빼셔야 될 거 같은데.. 히히, 처음부터 너무 구박 드렸나? 전 괜찮으니 아무거나 주문하세요. "

 

 우리, 오늘 첫 만남이지만 나는 자기 몸에 투자 하지 않는 남자는 싫어. 지상씨, 괜찮은 남자인 것 같지만, 시간 내서 자기한테 투자 좀 하시죠. 나의 그 말에 지상씨가 미간을 살짝 찡그린다. 왜? 내가 구박해서 싫어요?

 

"하하,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그럼 약간 산뜻한 음식으로 갈까요?"

 

 내 말에 순응 하는 이 남자. 솔직히 지상씨가 어떤 음식을 먹던 상관 없지만, 그래도 나한테 맞춰주세요.

 

"네, 그래요. 그러는게 좋아요."

 

 난 웃으며 지상씨 에게 대답한다. 지상씨를 찬찬히 살펴보니 약간 어색한 웃음을 띈다. 진심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분위기를 맞추려고 하는게 마음은 든다. 흐음, 오늘 만남. 아직 처음이지만 그래도 분위기도 좋고, 앞에 있는 이 남자 얼굴도 꽤 반반하고 말도 고상하게 하고, 음 살짝 나온 배는 에러지만 나쁘진 않다. c가 나한테 거짓말은 하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크리미 수프를 간단하게 먹고 키위로 만든 에이드와 치킨 샐러드를 시켰다. 지상씨도 마찬가지로 내가 먹는 에이드를 시켰고, 따로 시키진 않았다. 상큼한 과일 소스, 야채, 잘 구워진 고기. 잘 맞춰진 레시피.지상씨가 포크로 세 번씩 샐러드 음식을 찍어 먹을때 마다 나는 한 번씩 깔끔하게 입에 넣는다.

 최대한 기품 있게, 조심스럽게, 잔 부스러기 하나 떨어뜨리지 않게, 난 오른손으로 포크를 들고 샐러드 한 조각을 찍고, 왼손으로는 가슴쪽 으로 손을 대고 음식을 먹는다.

 

"승아씨는 어떤 취미가 있으세요?"

 

 클럽 다니는걸 좋아해요. 라고 말하고 싶고 원래 취미가 그거지만, 난 오늘 완벽하게 보여야 해.

 

"전 여행 다니면서 사진 찍는걸 좋아해요."

 

"우와, 고상한 취미를 가지셨네요? 트레이너라고 하셔서 좀 신나게 노는쪽 이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어떤거요?"

 

난 웃으며 지상씨 에게 말한다. 신나게 노는 거라면 도대체 어떤 걸 말하는 거지?

 

"음, 클럽 같은거요?"

 

 어머나, 요것 봐라.

 

"어딜 봐서요?"

 

 약간은 톡 쏘아 붙이는 듯한 목소리로 흥, 거리며 그 남자에게 말을 한다. 기분은 살짝 나쁘지만, 거짓은 아니니 뭐라고 변명은 할 수가 없네.

 

"하하, 오해 하지 말아요. 트레이너이시고, 사람들 많이 상대 하실거 같아서. 스트레스 풀려면 그게 제일 좋은 취미 같아서요. 클럽 같은 데는 안다니시죠?"

 

"한 번도 가본 적 없어요."

 

 원색적인 거짓말을 꾸며낸다. 포장할 필요 없는 단답형 대답. 이건 조금 실례 아닌가? 라고 생각하지만, 꾸밈없이 말하는 건 오히려 조금 끌리는데. 이 남자 취미는 뭘까? 아무래도 피씨방 운영하니깐, 게임 하는게 취미 아닐까?

 

"그럼, 지상씨는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전 클럽 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근데 지금은, 일 때문에 못 가고 있기도 하고.. 지금은 그냥 드라이브 하는 정도?"

 

 정말 솔직하네. 난 솔직한 남자가 괜찮다. 거짓 없이 꾸며내지 않고 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걸 좋아하고 그러면서도 나한테 맞춰주는 남자가 좋다.

 근데 누구나 단점은 있고, 어느 순간에는 그게 보일 수 밖에 없지. 난 일 할 때도 그런 단점을 빨리 잡아서 상대를 내 것으로 만든다. 상대방을 잡는 기술. 요리로 따지면 레시피를 맞추는 작업이라고 할까?

 취미, 직업, 이상형, 관심사 등등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마저 먹었다. 첫 만남에서 이렇게 오래 이야기한건 거의 처음인듯 싶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오늘 재밌었어요."

 

"그러네요. 좀 더 많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오늘만 날인가요. 제가 차로 집에 태워다 드릴게요."

 

 아, 차가 있구나 이 남자. 그래도 한 번은 튕겨줘야지.

 

"아니요. 불편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아요. 택시타고 갈게요."

 

"에이, 그러면 제가 더 불편해지고 미안해지죠. 요즘 같은 때에 택시타고 가면 위험해요. 제가 편하고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게요."

 

"음, 그럼 알겠어요."

 

조금 더 현실적인 여자로 보이기 위해 그 남자가 계산할 때 즈음 같이 계산하겠다고 말했다.역시 지상씨는 극구 괜찮다며 말렸고, 난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그럼 다음에는 제가 낼게요'라고 말해주었다. 내 자신이 완벽해 보이는 기술. 이제 어느 정도 레시피는 맞추었다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오니 그 남자의 차. 은색으로 도색된 오픈카 였다. 시동을 걸고 차안을 따뜻하게만들어야 하니 잠깐 안에서 기다리라고 말한 뒤 5분 정도 기다리니 안으로 들어와서 차에 타라고 말한다.

 

"이거 외제차죠?"

 

"맞아요. 아우디 tt에요. 이번에 바꿨어요."

 

"드라이브가 취미 라는게 맞네요."

 

"네, 타세요."

 

 그 남자는 차문을 열어주고 타라고 손짓한다. 시트에 앉으니 상쾌한 향기가 차안에 가득하다.

 

"차에도 신경을 많이 쓰시나 봐요."

 

"뭐, 차를 좋아하기도 하고 승아씨 데려다 줄 것까지 생각하고 오늘 신경 많이 썼어요."

 

"아.. 네."

 

 차를 타고 집에 가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고, 내리기 전까지도 약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했다.

 대화가 깊어 질수록 그 남자는 상당히 많은 말을 했고, 처음의 어색해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 지면서 나를 리드하려고 한다.

 그 남자의 쿨 한 향수 향기. 나의 진하고 발랄한 향수향기. 향기의 혼합. 서로 섞이는 향기속에서 그 남자의 향수 향기가 조금 더 느껴진다.

 

 "끄느냐, 끌리느냐. 그것이 문제네."

1-3. 치성의 입장 

 

 푸르고, 파란 할로겐 조명 아래, 최적의 피씨를 하기 위한 어두운 환경의 이 피씨방 에서 나는 지상이 오길 기다린다.

 하루에 담배 반 갑 정도가 원래의 양이지만, 지상의 피씨 방에만 오면 20분마다 한 개피씩은 기본으로 피게 된다.

 폐는 썩어 들어 가는 것 같고, 이빨은 누룩해지면서 치석이 끼고, 입에서 느껴지는 구취는 커피와 담배의 혼합으로 썩은내가 난다. 난, 그네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그거고, 난 빨리 자야 된다..

 

"아우, 미치겠네, 얘 왜 이렇게 안 오는거야. 내일 일하러 가야되는데. 전화도 안 되고."

'띠리리링'

"치성아 미안하다. 좀 이야기가 길어져서. 내 10분 안으로 갈게."

"아, *. 빨리 와. 졸려 죽겠단 말야."

"알았어 임마."

 

 지상의 피씨방 에서 죽치며 게임하고, 라면 먹고 담배피고, 하다 보니 벌써 새벽 2시가 되어간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를 모르겠다. 안 그래도 아침 10시까지 일 나가야 되는데 사람사정 안 봐주는 네가 너무 밉구나.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는 여자니 한 번은 이해해주마.

 

"저기요, 형. 라면 하나하고 만두 좀 주세요. 얼마죠?"

 

 피씨방 안에서 이어지는 주문. 너희들은 잠도 없구나.

 

"네, 3500원이에요. 제가 끓여서 갖다 드릴게요. 앉아 계세요."

 

 터덜터덜. 라면 봉지를 뜯고 은박지로 만들어진 용기에 라면과 뜨거운 물을 넣고 라면요리기 위에 용기를 올려 놓는다. 냉장고에서 만두를 꺼내 레인지에 넣고 3분간 돌린다.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는가."

 

 난 한숨을 퍽퍽 쉬며, 지상이가 오길 기다린다. 지금 집에 가려면 무리니 모텔잡아서 잠자고 일어나서 일을 나가려고 한다.

 

'외로운 싱글을 위한 메시지가 도착 했습니다'

 

 지상의 문자 메시지. 난 그걸 확인한다. '고맙다' 라고 딱 세 글자로 이루어진 문자. 그것보단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

 

'이 새끼. 빨리 와라.'

 

 나의 냉랭한 문자. 조금은 열이 받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멘트. 난 여기서 계속 라면만 끓여줄 순 없단 말이다. 나 빨리 자야 돼. 라고 중얼거리며 흑흑 거린다.

 그렇게 10분정도 지나니 지상이가 피씨방 문을 열고 들어온다.

 

"치성아! 정말 고맙다."

"그래, 어떻게 잘 만나고 왔냐?"

"어, 정말 괜찮아. 진짜 괜찮아. 내가 계산하려는데, 자기도 계산 같이 하겠다고 거들더라. 이야."

"그래? 개념 있네. 나도 기분이 좋구먼. 하여튼, 모텔비 줘. 나 들어가서 빨리 자게."

"그래그래."

 

 지상은 5만원을 지갑에서 꺼내 나한테 준다. 난 너무 많은 돈이라며 거절하고 3만원만 달라고 했지만, 그래도 기다려줘서 고맙다며 5만원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난 지상이 마지막으로 담배 한대를 피기 위해 같이 문 밖으로 나왔다.

 

"얼굴은 어때? 몸매는 어때? 성격은?"

"야, 진짜 괜찮아. 뭐, 몸매는 말할 것 도 없고. 근데 얘 성격이 나랑 똑같아. 나한테 안 맞춰줘.
 
내가 맞춰 줘야 돼."

"근데?"

"아우, 내 성격 알잖아. 나 지금까지 만난 여자들은 나한테 다 맞춰줘야 됐잖아. 근데 얘는 아니
 더라고."

 

담배를 퍽퍽 피며 기껏 한다는 소리가 맞춰주네 안 맞춰 주네 하는 소리냐. 네 성격을 누가 이기겠냐마는 그래도 이번엔 조금 기 센 여자를 만났나 보구나.

 

"왜, 성격이 까칠까칠해?"

"아니아니, 성격도 좋고 다 좋은데, 내가 리드가 안돼. 야. 너도 예전에 트레이너였잖아. 트레이 너들이 그냥 운동 가르쳐주고 하는 거 아냐? 무슨 말을 그렇게 잘하던지.."

"왠 갑자기 생뚱맞은 소리야. 뭐, 개인 트레이너야?"

"어. 홈 뭐시기 트레이닝 한다고 하는 거 같았는데."

"아, 홈 트레이닝 해주나 보구나. 야 지상아. 개인 트레이너도 어차피 세일즈하는데 사람 상대 한 두번 해봤겠냐? 크크, 그나저나 걔 괜찮냐?"

"야, 완전 최고야. 오늘 처음 만났는데 장난 없어. 지금도 얼굴이 새록 떠올라. 미치겠다구."

 

흥분하며 말하는 지상. 완전히 훅, 갔구만 하는 생각과 함께 이거 잘못하면 피씨방 또 봐달라고하겠는데, 하는 작은 두려움이 생긴다.

 

"왜, 심장은 벌렁벌렁, 가슴은 콩닥콩닥 뛰냐? 근데 너한테 잘 맞춰주진 않고?"

"그래, 그게 핵심이다."

"이 *아. 그럼 네가 맞춰주면 되잖아. 잘 됐네. 니 성격도 고칠 겸 겸사겸사 만나서 사랑을 꽃피워라."

"아, 그럴까? 근데 그게 잘 안될 거 같은데."

"니 마음데로 해."

 

오늘따라 순진한 어린애처럼 호들갑떠는 지상이 신기해 보이면서도, 지금까지는 얘가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이상 이야기 해봤자 더 피곤할 것 같아 먼저 가겠다고 말했다.

 

"그래, 들어가. 정말 고마웠다 내일 또 이야기 하자."

"뭐?! 내일 또 오라고?"

"아우, 그냥 내일 이야기나 하자고."

"안돼 임마. 내일은 푹 자야 돼."

"흐흐, 그럼 내일 모레 보자."

"이런.. 내일 모레 전화할게."

"그래. 빨리 들어가."

 

 피씨방에 들어오기 전 보다 떨어진 체온, 새벽의 차가운 날씨 속에 나는 빨리 모텔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왠지 지상과 그 여자애의 잘될 것 같은 기운.

 친구로써 축복해 주지만, 뭔가 아쉬운 이 기분은 떨쳐낼 수 없다.

 

 

폼에 맞추기가 조금 힘드네요^^;;; 보기 편안하게 수정한다는 것이 약간 지저분해 졌지만, 2화 부터는

좀 더 신경써서 올릴게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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