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두 눈이 커다랗게 커지며 멍하니 입이 벌어졌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신사를 바라보던 남자는 마구 박수를 쳐대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와하하하~~미쳐 미쳐. 으하하하 진짜 최고!!!”
남자의 과장된 칭찬에 신사는 쑥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감사합니다. 역시 선생님이라면 웃어주실 줄 알았습니다.”
“와, 진짜 최고에요. 그거 아니면 뭐 잡아먹겠다 정도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얘기도 있잖아요. 어부가 항아리를 건져서 요정을 꺼내준 얘기요. 마법에 걸려 항아리에 갖힌 요정이 처음에는 자기를 구해준 사람한테 잘해 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자 너무 화가나서 누구든 자기를 구해준 사람을 잡아먹고 말겠다고 결심하게 된 버전이요. 마음을 바꾸게 되는 계기도 별로 납득이 안가고 또 어부한테 속아서 다시 항아리에 갖히게 되는 결론도 아주 어색하기 그지 없긴 하지만요.”
남자의 말에 신사는 여전히 웃음을 보이고 있었지만, 왠지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가끔 그렇게 폭주하는 친구들 때문에 싸잡아 욕먹다보니 저희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그 친구도 불쌍한 친구에요. 그래도 한때는 나름 잘나가던 친구였는데 부족이 전쟁에 패하자 하루아침에 먹고살기가 막막해져 버린거죠. 할 수 없이 다 정리하고 지니일을 시작하게 된겁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열심히 하고 평판도 좋았었는데 이 일이 워낙에 감정노동이 심하기도 한데다 한때 잘나가던 시절 버릇이라고 해야할지, 자존심이라고 해야할지 그런 것들이 은연중에 드러나다 보니까 고객들하고도 자꾸 문제를 일으키게 된거에요. 그러다보니 위에서도 찍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보니 붐! 결국 그렇게 사고치고 쫑나버린 겁니다.”
“아저씨도 한때는 잘나가셨나요?”
“다 옛날 얘기죠. 제가 잘나서 그랬던게 아니라 시절이 워낙에 좋은 시절이었으니까요. 지금이야 메이져 몇 개가 전부 독식하고 있으니 저처럼 고만고만한 치들은 이렇게 틈새시장에서 발로 뛰는 수 밖에 없죠. 그나마도 싫어서 무당이니 마녀니 하는 이들과 전속계약 하고서 구라나 치면서 먹고사는 친구들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해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저야 여기서 이러고 있는 처지라 딱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 하긴 짐 케리 나왔던 ‘브루스 올마이티’ 보면 그것도 쉬운일은 아닌거 같긴 하던데, 스트레스가 엄청 심한가봐요?”
“이거 없으면 버티지도 못합니다.”
신사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찡긋 윙크를 하더니 양복 안주머니에서 은빛 포켓술병을 꺼내어 보였다.
“히야~좋은거 가지고 계시네요. 따로 날 잡을거 뭐 있나요, 오늘 한잔 하면 되죠. 더운데 거기 서 계시지 말고 이리 와서 앉으세요.”
신사는 남자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포켓술병의 마개를 돌려 연 후, 남자에게 내밀었다.
“감쏴합니다. 그런데 이거 받기 전에 일단 할 건 해야죠.”
“어떤...?”
“원컨대 고놈을 나누어 마시기를 청하나이다.”
“.......”
“아 뭐하세요. 입에 침고여요.”
“......네. 두 번째 소원 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