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별

엉덩이를씰룩 작성일 12.10.18 20: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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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시간, 뉴욕의 한 식당에 형사 둘이 들어왔다. 둘은 그저 밥을 먹으러 온 듯 했다. 한적한 식당 한 구석에는 깔끔한 정장의 남자가 손에 커다란 가방을 꽉 쥔 채로 식사를 하고 있었고, 형사들은 그 남자 옆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주문을 받는 웨이터가 조금 어버버거리자 뚱뚱한 형사가 면박을 주었고, 날카롭게 생긴 형사가 동료를 나무랐다. 그들 옆에 있는 남자는 식사를 마치고 커피에 설탕을 잔뜩 탔다. 커피를 싹 다 마신 남자는 웨이터를 불러 계산을 했다. 그는 유창한 영어를 썼지만 요즘에 보기 드문 독일식 악센트가 있었다. 남자가 떠나간 후, 형사들에게 스프가 나왔다. 뚱뚱한 형사는 자신의 테이블에 소금 통이 없는 것을 보고 옆 테이블에서 가져와 친 후, 스프를 한 입 먹었다. 표정이 이상해진 그는 소금을 조금 맛보더니 동료에게 말했다.

“이거, 설탕인데?”

날카로운 얼굴의 형사가 옆 테이블에서 설탕 통을 가져와 조금 맛보았다.

“이건 소금이로군.”

“멍청한 웨이터 녀석, 아까 알아봤지. 분명 그 녀석이 한 얼뜬 짓일 거야. 한마디 해야겠어. 이봐!”

“잠깐, 짐, 아무래도 지금 일어서봐야 할 것 같아.”

“뭐?”

“날 믿고 따라와 봐. 어쩌면 방탄복을 챙겨야 할지도 몰라.”

뚱뚱한 남자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곧 옷을 챙겼다.

“뭐, 킹, 자네는 항상 이런 식이었으니까. 뭔가 냄새를 맡은 거지? 차에서 장비를 챙겨올게.”

“응. 바로 챙겨서 따라오게. 난 지금 일어서야겠어.”

킹은 재빨리 식당에서 나왔다. 짐은 웨이터에게 사정을 대충 말한 뒤 멍청한 짓 그만하라는 소리를 잊지 않고 덧붙인 후, 킹의 뒷모습을 보며 경찰차에서 재빨리 권총과 방탄복을 챙겼다.

킹은 아까 식당에서 본 정장 남자를 미행하고 있었다. 짐은 걸어가며 방탄복을 입은 후, 코트로 간신히 가린 채 그를 따라갔다. 정장의 남자는 한 골목길에 있는 작은 보석상으로 들어갔다.

“지미 패거리네 보석상이잖아? 또 뭘 꾸미는 거지?”

짐이 속삭였다. 킹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자네 생각보다 훨씬 큰 일이 될지도 몰라, 짐. 내 방탄복 좀 주게.”

“여기. 권총도 가져가게.”

킹은 안에 방탄복을 입은 후 권총을 장전했다. 이윽고 정장남자가 나왔다. 그는 원래 들고 있던 커다란 가방이 아니라 검정색 서류가방을 들고 나왔다. 남자가 지나간 후, 킹이 말했다.

“저 보석상에 들어가서 아까 가방을 찾아야하네. 부디 조심하게.”

두 형사는 보석상 앞에 갔다. 불은 꺼져 있었고 문도 잠겨 있었다. 킹은 침착하게 문을 두드렸다. 짐은 그 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친 후 큰소리로 외쳤다.

“어이!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당장 나와! 짐 형사다!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내일 너희 보스를 불러내 귀찮게 할 거야!”

짐은 문을 쾅쾅 두드렸다. 5분 후, 땅딸막한 남자가 문을 열었다.

“아이고 형사나리, 영업시간도 아닌데 이렇게 와서 횡포를 부리시면 어떡합니까.”

“흥! 들어가서 좀 볼게 있어서 말이야. 들어가도 괜찮겠지?”

“아이고 나리, 뭐 볼게 있다고…….”

두 형사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보석 방에 들어갔다. 큰 가방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짐이 짐짓 운을 뗐다.

“여기 오늘 큰 가방이 하나 들어왔지?”

“아이고, 무슨 가방 말씀이십니까요…….”

“직접 찾아보고 싶은데 괜찮을까?”

“저희는 보석 방이라 가방같은건 전혀 모르는데…….”

짐은 보석진열장 위에 올라가 천장 여기저기를 더듬었다. 땅딸만한 남자는 긴장한 얼굴로 천천히 진열장 쪽으로 갔다. 곧, 짐이 숨겨진 한 곳을 드러내고 커다란 가방 하나를 찾아냈다. 그는 그것을 진열장으로 내렸다.

“너희들은 숨기는 곳이 변하질 않는단 말이야.”

짐은 내려온 후 씩 웃으며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정말 놀랍도록 커다란 다이아와 중국풍의 커다란 옥, 커다란 사파이어가 박힌 프랑스 귀족풍의 보석함, 커다란 에메랄드가 박힌 고풍스런 금십자가, 그리고 이마에 커다란 루비가 박힌 금독수리가 있었다.

“이번에 들어온 물건들입죠. 워낙 고가의 물건들이라 조심히 다루다보니…….”

“……다섯 별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킹이 낮은 목소리로 날카롭게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순간, 무서운 정적이 흘렀다. 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천천히 권총을 향해 손을 가져가려할 때, 왜소한 남자가 순식간에 진열장 밑의 샷건을 꺼내 짐에게 쏘았다. 짐은 몇 번의 총소리를 들으며 기절했다.


짐이 정신을 차렸을 땐, 그는 병원 의자에 앉아있는 자신의 파트너를 알아볼 수 있었다. 짐은 그를 보자마자 빠르게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다섯별은 또 뭐고?”

“좀 쉬고 이야기를 듣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알았네, 알았어. 이야기 해주겠네. 일단 일은 잘 해결되었네. 보석상 주인은 체포되었고, 다섯 별들은 윗쪽 일로 넘어갔네. 다섯별들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다섯 개의 보석들을 말한다네.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프랑스의 사파이어, 중국의 옥, 이탈리아의 에메랄드, 러시아의 루비……. 모두 이름 난 조각가들이 그것들을 장식했고, 가치는 국보와 맞먹지.

“그런데 그것들이 왜 지미 패거리의 보석상에 있는 것이고 자네는 그걸 어떻게 안건가?”

“오, 짐. 이 건강하고 어리석은 친구야. 내 다 알려주겠네. 자네도 저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을 거야. 독일군은 많은 땅을 점령하고 보석들을 빼돌려 중립국인 미국에서 팔려고 한 거야. 정당하게 팔기는 힘드니까 암거래 루트를 쓴 거지. 내가 그 남자를 의심했던 건 큰 가방과 군인식 움직임, 보기 드문 독일 악센트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소금 때문이었네. 웨이터 잘못으로 커피에 소금을 잔뜩 넣었는데 불평 없이 다 마셔버린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무엇이 있다는 이야기지. 그런 추측일 뿐이었네. 그런데 이번 일로 내가 정말 걱정하는 건, 우리는 자네가 병원에서 쉬는 정도로 끝났지만, 그 다섯 별들을 가져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끔찍한 일을 당해야 했을지,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네.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아프리카, 러시아……. 우리 미국 또한 독일군에게 맞서야만 할 날이 머지않았을지 모르겠네. 세상에선 전쟁이 계속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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