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엉덩이를씰룩 작성일 12.10.25 21: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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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소개팅?”

“그래 임마. 너 그 나이 되도록 소개팅 한 번 못해봤잖냐. 내가 진짜 말 잘해놨으니까, 내일 네가 할 수 있는 데까지 꾸며서 나와.”

“야, 진짜, 야…… 고맙다.”

“이런 걸로 울먹거리지 마라. 내일 점심 약속이니까, 대충 식당 알아보고 영화 예매도 해놔. 얘 괜찮은 애니까 잘 해 보라고.”

“응. 알았어!”

남자는 신이 나서 대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는 집에 있는 모든 옷들을 바닥에 펼쳐놓았다. 너무 오랜만에 꺼내서 꼬질꼬질한 옷도 있었고, 크기가 안 맞는 옷도 있었다. 그가 세련된 바지 몇 개를 무리하게 입어보다 바지가 뜯어져버리기도 했다. 그가 한참 옷을 고르고 있는 때, 그의 핸드폰으로 사진 한 장이 전송되었다. 내일 소개팅 할 여자 사진이었다. 누가 보아도 미인이라 할 만한 그녀의 사진을 보며 그는 입의 허용치를 넘어서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옷을 찾았다. 밤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옷 한 벌을 챙길 수 있었다. 그는 그 옷들을 조심조심 신경 써서 한참을 다린 후, 그가 가진 가장 좋은 옷걸이에다 걸어놓았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운 그는 잠들지 못하고 히죽히죽 웃으며 핸드폰으로 그녀의 사진을 계속 쳐다보았다.


다음날 아침, 그는 깨끗이 샤워를 하고 귀지를 청소하고 손톱 발톱을 깎았다. 그는 한참동안 인터넷으로 식당을 알아보고, 사람들의 평이 제일 좋은 영화를 예매했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머리에 헤어제품을 발랐다. 서툰 손짓이었지만 그는 정말 열심히 꾸몄고,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그는 거울을 보며 순박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여자를 만났다. 사진에서 본 대로 정말 예쁜 여자였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횡설수설 했으나, 의외로 그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도 웃으며 즐거워했다. 그는 신이나서 떠들었고, 그의 이야긴 그녀뿐만 아니라 주변의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웃게 만드는 것 같았다.

둘은 식당에 갔다. 여자는 처음 가본 식당을 어색해 했으나 음식을 맛보곤 꽤나 즐겁게 식사를 했다. 남자가 계산할 때, 식당 아주머니는 남자에게 잘해보라는 응원을 했다.

둘은 영화관에 갔다. 영화 제목에 여자는 조금 당황했으나 둘은 재밌게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남자가 말한 감상평에 여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데이트가 끝나고 여자는 남자에게 덕분에 즐거운 데이트를 했다고 말하면서 핸드폰 번호를 주었다. 남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친구의 문자를 받았다.

‘야, 잘 됐냐?’

‘응. 덕분에 잘 됐어. 여자 번호도 받아냈다. 지금 데이트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야.’

‘그래? 그럼 너희 집 근처 카페로 와라. 이야기 좀 듣자.’

남자는 즐겁게 카페로 갔다. 남자가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친구는 그를 알아보고 놀라며 말했다.

“야, 너 그렇게 입고 데이트 한 거야? 아니, 허, 야, 머리는 또 왜 무스 범벅이야!”

“야, 네 눈엔 좀 촌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나 오늘 데이트 정말 잘했어.”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머리가 폭탄 맞은 것처럼 해가지고……, 아니 꽃무늬 스키니 진에다 이 헌 운동화는 또 뭐야? 아니 그것보다 이거…….”

친구는 남자의 화려한 꽃무늬 셔츠를 살펴보았다. 주름하나 없이 잘 다려진 셔츠를 보고, 친구는 경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주름 셔츠를 이렇게 다린 거야?”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했다.

“아니, 나는…… 그래도 가장 괜찮아 보이는 옷으로 골랐지…….”

친구는 남자의 순박한 얼굴을 보며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야, 후……. 일단 술집으로 가자. 내가 살게.”


둘은 술집에 갔다. 남자는 친구에게 데이트 과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여자를 이 지역에서 가장 맛있다는 뼈다귀 해장국집으로 데려갔었다. 같이 본 영화는 호러 SF의 명작, 에어리언이었다. 친구는 넋이 나가서 이야기를 다 듣고는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좀 더 자세히 알려줬어야 했는데…….”

둘은 패전한 병사들처럼 술을 마셨다. 한참을 마시다 친구가 말했다.

“현아, 그냥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해. 이제 패션 잡지도 보고 여자들이 뭘 좋아할지도 생각해보고 해서 다음번에 잘하면 되잖아? 네가 얼마나 애썼는지는 네 모습만 봐도 알겠어. 수고했어.”

“……그 여자에게 연락이 올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거야?”

친구는 남자의 옷을 본 후 조용히 술잔을 들었다. 남자는 잔을 살짝 마주친 후 쓰게 술을 넘겼다. 그 때, 그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그는 문자를 확인하고는 너무나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친구에게 들이밀었다. 문자를 읽은 친구도 너무나 놀란 표정이 되었다. 둘은 술을 한잔 더 마셨다. 그러고도 둘의 표정은 변하질 않았다. 친구의 얼굴을 보던 남자가 새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은 뭘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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