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지내는 동안, 두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년 남자는 착잡한 얼굴로 그와 비슷한 나이의 여자 사진 앞에서 절을 했다. 젊은 남자는 그 모습을 분노와 슬픔이 섞인 얼굴로 보고 있었다.
제사를 마치고, 둘은 삼겹살집에 갔다. 중년 남자는 말없이 고기를 구웠다. 젊은 남자는 말없이 소주를 마셨다. 젊은 남자가 홀로 마시는 것을 중년 남자는 잠자코 바라보았다. 젊은 남자가 4잔째를 넘기고서, 그는 드디어 참던 분노를 터뜨리며 말했다. 이게 결국 아버지가 바라신 것이었나요? 저와 어머니를 내버려 두시고 주정이나 부려서 어머니를 자살로 몰고 간게? 말 좀 해봐요! 제기랄!
중년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 둘은 말없이 술을 마셨다. 억지로 모든 것을 삼켰다.
중년 남자가 일어섰다. 화장실 좀 가야겠구나. 둘은 얼굴도 마주치지 않았다. 중년 남자는 천천히 화장실로 갔다.
젊은 남자는 얼굴을 찡그린 채 다시 고기를 삼켰다. 그러다 문득 복통을 느낀 듯 배를 움켜쥐었다. 그는 화장실로 갔다.
양변기 칸 두 개와 지저분한 세면대 하나가 전부인 화장실에서 젊은 남자는 남은 칸에 들어가 일을 보았다. 어느 정도 일이 끝나자, 그는 그제야 휴지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주변에 휴지통을 찾아보았으나 그런 것도 없었고, 쓸 수 없이 찢겨진 휴지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말라붙어있을 뿐이었다. 그는 옷 여기저기를 뒤졌으나 쓸 수 있는 별다른 것이 나오지가 않았다. 그는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옆칸을 향해 말했다.
“저, 휴지 있으세요?”
“……여기도 없구나.”
둘은 잠시 침묵했다.
“다른 쓸 수 있는 거라도……”
“이미 찾아보았다. 겉옷에 지갑이랑 다 두고와서 아무것도 쓸 게 없구나.”
둘은 다시 침묵했다. 그 때, 화장실에 누가 들어왔다. 그 누군가는 세면대로 다가가 물을 틀고, 손을 씻고는 몇 번 털더니 나갔다. 그가 손을 씻는 모든 과정을 끝마칠 때까지 양변기에 앉아있는 두 남자는 그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다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문득, 중년 남자는 아들에게 아래 칸으로 무언가를 건네며 말했다.
“이거라도 쓰거라.”
아들은 칸아래로 들어온 싸구려 양말 한 짝을 보았다. 그는 양말을 잠시 바라보다 그것을 집었다.
둘은 화장실을 나왔다. 중년 남자는 양쪽 다 맨발인 채였다.
삼겹살집에서 계산을 하고 나온 중년 남자는 아들과 천천히 걸어가다 말했다.
“……아내가 종종 사오곤 했던 양말이었지. 나는 양말 좀 사고 들어갈 테니 먼저 들어가거라.”
중년 남자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아들은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그를 쫓아가 말했다.
“같이 가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