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수 없는 겨울

온리원럽 작성일 13.03.03 21: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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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 일이다.
연탄재를 버리려고 대문을 연 순간 남루한 차림의 청년이 먹을거리를 구걸했다.
밥과 반찬을 깡통에 넣어 주자, 다음 날 청년이 또 왔다.
옆에는 외투도 입지 않은 소년이 추위에 떨며 서 있었다.

“동생이 동상에 걸려 고통스러워해요. 잠시 따뜻한 곳에서 쉴 수 있을까요?”

당황했지만 소년이 가여워 식구들 몰래 부엌으로 데려갔다.
밝은 곳에서 보니 소년은 추운 겨울에 양말도 신지 않아 발이 퉁퉁 부어 있었다.
김치와 밥을 부뚜막에 올려 두자, 두 사람은 허겁지겁 먹었다.
나는 양말과 먹을거리를 챙겨 청년에게 주었다.
청년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난 뒤였다.
엄마가 나를 부르더니 거지는 함부로 들이는 게 아니라며

“낮에 넝마를 걸치고 구걸한 돈으로 밤에 유흥가를 다니는 나쁜 사람이 많으니 조심해라.”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방 청소를 하려고 창문을 열자 창문 너머로 카드 한 장이 날아왔다.
밖을 본 순간 청년이 황급히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를 불러 세우고 어디서 주워 온 카드냐고 따지듯 물었다.

“고마움을 전하려고 산 거예요. 지금은 비록 이렇게 살지만 부지런히 돈 벌어서 밭을 살 생각으로 서울에 왔어요.”

자신과 동생을 길러 준 할머니에게 효도하고 싶다는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미안했다.
잠시 뒤 발길을 돌리는 청년의 뒷모습을 보며 빌었다.
꼭 잘 살라고.

 

 

문화산책 좋은생각 - 잊을수없는 겨울 (형제는 잘 지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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