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준비한 일이 수포로 돌아간 날이었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데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정류장에 내리자 빗발이 더욱 굵어졌다.
우산 가져오라고 집에 전화하니 아무도 받지 않았다.
급한 대로 가방을 머리에 이고 뛰었다.
하지만 몇 미터도 못 가 가게 처마 밑에 선 신세가 되었다.
‘언제 그칠까?’ 하며 하늘을 쳐다보는데 전화가 왔다.
오늘 늦는다는 어머니의 전화였다.
이대로 비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느냐, 가방을 우산 삼아 집까지 뛰어 가느냐 고민하는 차였다.
내 머리 위로 노랑 우산이 나타났다.
“아저씨, 집까지 같이 쓰고 갈래요?”
가끔 보는 동네 꼬마였다.
우산을 살펴보니 어른 한 명이 쓰기에도 부족 한 어린이용이었다.
둘이 쓰고 가다간 비에 홀딱 젖을 것이 분명했다.
고맙지만 혼자 쓰고 가라고 하려는데 아이가 말했다.
“같이 쓰면 둘 다 젖을까 봐 그렇죠? 좋은 생각이 있어요!”
아이는 내 귀를 잡아당겨 속닥속닥했고, 덕분에 무사히 집에 갔다.
그 방법인즉 우산을 든 아이를 내가 업고 가는 것이었다.
우산이 작아 몸이 젖기는 했지만 아이의 놀라운 생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 장애물에 맞닥뜨릴 때마다 아이를 떠올린다.
된다고 생각할 때 포기라는 진흙에 가려졌던 가능성이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은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