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한 번씩 공부방으로 어린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아이들은 수업 중간에도 이야기보따리를 줄줄이 풀어 놓는다.
다툰 친구가 밉다는 고백, 어려운 영어를 왜 배우느냐는 투정 등 저마다 자기 얘기를 하느라 진도는 거북이걸음이다.
그럴지언정 맞장구치며 아이들과 하나가 된다. 매우 중요한(?) 얘기를 귀담아 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는 한 아이가 공부하다 말고 “선생님, 저는 아빠가 없어요.” 하며 내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이혼하셨니? 아니면 돌아가셨어?” 라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내 무심한 질문이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래? 선생님도 아빠가 없단다. 작년 가을에 돌아가셨거든.
기억나지? 그때 선생님이 결석해서 수업 못했잖아.” 그러자 아이는 “어, 그래요? 선생님 안됐네요.”
하며 내 손을 어루만져 주었다. 아이는 어른보다 따뜻한 아빠의 손길이 더욱 필요하다.
그런데도 아이는 같은 처지라 생각하며 나를 어루만졌다. 아이들은 그래서 천사다.
어른처럼 계산적이거나, 이기적이지 않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을 줄 안다.
수업이 끝나도 헤어지기 싫어 아이들이 옷자락을 잡고 매달린다면 사랑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한 명씩 돌아가며 안아 주어야 이젠 가도 된다고 인사한다.
천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가슴이 촉촉하고 따뜻하다.
아이들이 아름다운 꿈을 꾸며 높이 날 수 있도록 내가 조그마한 디딤돌이 되면 좋겠다.
<좋은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