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인생 - 08

갑과을 작성일 14.01.13 11: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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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1. 로키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언덕길을 오르다보니, 벌써 이스트 민스터가 가까워졌는지, 붉은 벽돌담이 보였다. 꽤나 오랜 세월동안 굳건하게 서 있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벽에는 녹색의 이끼와 제법 단단하게 여문 담쟁이 넝쿨이 그것을 덮고 있었다. “오랜만에 이곳에 오니 감회가 새롭겠어요?”“네........ 그렇습니다. 고향을 방문하는 기분이 드는게........ 기대도 되지만, 긴장도 되는 것이 뭐랄까? 음....... 아무튼 복잡하네요.”“하하, 당신처럼 오랜만에 고아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분들도 그런 말씀을 하더라구요. 왜 그런지는 전 모르겠지만........ 아니, 아마 평생을 가도 그 기분을 잘 모르겠죠?”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본다. 입은 웃고 있지만......... 글쎄, 내 감정도 잊어버린 판국에 타인의 감정을 알 도리가 없는 나로서는 짐작하기도 힘들지만, 그녀가 즐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조롱감이란 걸 느끼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것은 내가 간섭할 일이 아니거니와, 내가 간섭해야할 뚜렷한 이유가 없기에, 나는 그녀에게 대답을 하는 대신에, 내 발아래에 깔린 보도 블럭의 기하학적인 배열을 관찰하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그분들은 그렇게 긴장감에 얼어서 이곳의 문을 열었다가.......... 웃는 낯으로 이곳을 나서곤 하더군요.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하면서요. 그런 감사의 말씀을 듣다보면......... 문득, ‘우리가 뭘 했다고 위로를 받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저희는 그저, 평소에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그런 것 하나하나가 그분들에겐 추억인 것이 아닐까요? 평소에 하던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 나 때도 그랬지.’하는 생각에 잠겨드는 것, 그리고 나아가서는 ‘시간이 지나도 이 모습은 그대로겠구나.’하는 그런 확신을 갖는 것이 때로는 많은 위로가 될 겁니다.” 나는, 나도 모를 소리를 지껄인다. 하지만, 그런 내 말이 그녀에게는 퍽 와 닿은 모양이다. 그녀는 다시 한번 웃는다. 이때의 웃음에서는 ‘자기 조롱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이제는 힘을 내야하겠는걸요? 저도 누군가의 추억거리가 된다면 참 즐거울 것 같으니까요. 기왕이라면 좋은 추억거리가 됐으면 좋겠어요.”“아뇨, 힘을 내진 마세요. 그냥, 평소에 해왔던 바로 그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건 바로 그 ‘변하지 않음’이니까요.”       Channel 2. 아이리스 은발머리 사내는 (그러고보니 이름을 묻지도 않았었군요) 원장수녀님을 뵙기 전에 본당에서 기도를 드리고 싶노라고 말했었습니다. 아버님의 집에 왔으니, 집주인에게 인사부터 드리는게 도리가 아니냐면서요. 비록 미사시간은 아니라서 본당 문은 닫혀있었지만, 저는 당직 사제님께 부탁을 드려서 본당 문을 열고 그를 안내해 주었답니다. 본당 맨 앞에 자리하는 수난 받는 아드님의 상에서, 그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드립니다. 두눈을 감고 끝없는 상념에 젖어드는 그의 모습을 보니, 제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도 처음엔 그를 따라서 기도를 해보았지만, 이내 기도 내용이 바닥이나고, 나중엔 그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의 기도소리가 워낙 작고 낮은 탓에 내용은 하나도 못 알아듣긴 했지만 말이에요. 이대로 남의 기도를 훔쳐듣기도 미안해져서 저는 강대상 오른편에 놓인 파이프오르간으로 가서 한곡조를 뽑아보기로 합니다. ‘자비의 노래’부터 ‘대 영광송’, ‘신앙 고백의 노래’, ‘거룩함의 노래’와 ‘축복의 노래’, 마지막으로 ‘주인님의 어린양’으로 선율이 흐름과 이야기를 그리며 이어집니다. 전 예전부터 미사를 드릴 때면 신부님의 강론보다는 이런 미사곡에 주의를 기울이곤 했어요. 왠지 마음이 편안해 지더라구요. 은발머리 사내도 저와 같은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곡을 다 치고난 뒤 돌아보니, 은발머리의 사내는 기도를 모두 마친 뒤였습니다. “정말,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노래로군요. 이곳을 떠나면서 이곳의 노래는 다시 못 듣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듣게 되니 정말로 기쁘군요. 감사합니다.”“아니에요 이곳 저곳도 틀리고 많이 서투른걸요.”“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서투르고 틀린건 중요한게 아닙니다. 중요한건 제가 ‘지금’, ‘여기’에서 이 노래들을 들었다는 거지요.” 생긋 웃는 이 남자를 보면서 느낀 거지만, 오히려 기뻤던 건, 저인 것 같아요. 누군가로부터 필요로 하는 일은 많았지만 이렇게 진정성있게 감사의 말을 들은건 처음이었어요.       Channel 1. 로키 본당에서 기도를 드리기로 한 것은 파티플래너의 제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이 아는 것을 할 때 친밀감을 느낀다고 하지. 그리고 그 친밀감은 경계심을 허무는데 도움을 주는 좋은 친구야.’라고 말하면서, 그녀는 본당에서 기도를 드릴 것을 제안했다. 어쨌거나 어리버리한 수녀가 (난 그녀에게 이름조차 묻지 않았다.) 방긋 웃으며 본당으로 안내하고, 심지어는 본당이 닫히자 열쇠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걸 보니, 그녀의 말이 맞았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기왕 본당이라는 곳에 왔으니, 적극적으로 기도란걸 해봐야겠다. 그것이 아마 그녀로 하여금 날 원장수녀로 다가가게끔 만들어줄 것이 분명하니까. 난 십자가에 매달린 조슈아라는 자가 조각된 상 앞에서 두 손을 모은다. 그녀는 내가 기도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그저 내 머릿속에 있는 수다쟁이가 제멋대로 떠드는 걸 내버려둘 뿐이다. ‘당신은 꽤나 관대한자가 분명하다. 당신의 집에서 집의 관리인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활개를 치도록 허락해 주었으니 말이다. 아니, 이럴 때는 관대하다는 표현보다는 어리석다는 표현이 적절한 건가? 아니면......... 당신을 믿는 이에게는 미안한 소리겠지만, 당신은 명목상 신이라고 추앙 받을 뿐, 실은 그 누구도 구하지 못할 만큼 나약하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십자가에 매달린 스스로도 구하지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남을 구하겠느냐 말이다. 어쨌거나 당신에게 감사한다. 덕분에 나는 별다른 문제없이 내가 해야 할 일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나중에 의뢰를 마치면, 이 미사에 참여하여 당신을 위한 감사헌금을 드리도록 하겠다.’ 당장 벼락을 맞아도 할 말이 없을 가증스러운 생각을 이어가는데, 문득 들려온 ‘소음’에 한창 신랄한 악담을 늘어놓던 내 정신이 흐트러진다.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슬쩍 떠보니, 어리버리한 수녀가 무대 오른편에 놓인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 소리 때문에 내 정신이 흐트러진 모양이다. 나는 음악을 무시하면서 내 생각을 이어가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 음악에서 나오는 부드럽지만 강한 카리스마에 압도되어버린 탓이다. 나는 음악이 내게 ‘너의 앵앵거리는 허세를 잘 들었으니, 이젠 입을 다물고 내 이야기를 들어보거라.’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내 머릿속의 수다쟁이는 이 기세에 눌렸는지 바로 세치 혀를 다물어버렸고, 음악은 여과 없이 내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낮고 단조로운 선율일 뿐인데, 이것이 뜻밖에도 내 마음을 울리는 것 같다. 나는 한참동안 이 혼란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 간신이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지금 그녀를 닥치게 하지 않으면 내 머릿속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고 내 머릿속의 수다쟁이가 힘겹게 상기시켜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를 툭 치니 그녀는 건반을 누르던 손을 떼고 날 바라본다. 음악이 멎으면서 정신이 돌아온다. 나는 뻣뻣해진 안면근육을 간신이 일그러뜨리면서 ‘미소’와 비슷한 표정을 만들어 보인다. “정말,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노래로군요. 이곳을 떠나면서 이곳의 노래는 다시 못 듣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듣게 되니 정말로 기쁘군요. 감사합니다.”“아니에요 이곳 저곳도 틀리고 많이 서투른걸요.”“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서투르고 틀린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건 제가 ‘지금’, ‘여기’에서 이 노래들을 들었다는 거지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 거짓말에 소질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Channel 2. 아이리스 본당에서 우리 둘이 나온 것은 다섯 시 반이 막 넘어갈 즈음이었습니다. 곧 있으면 부엌에서 식사준비를 시작할 시각이라 아무래도 부엌에 가서 장봐온 식재료를 가져다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네, 그럼 다녀오십시오. 전 이곳을 거닐면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은발머리의 남자는 선선이 허락을 했습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남자는 손을 흔들며 저를 배웅해 주고는, 정원에 있는 벤치에 걸터앉아 식물들을 살펴봅니다. 부엌에는 식사당번을 맡은 수녀님들이 식기구를 손질하고 계셨습니다. 전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고는 그녀들에게 식재료를 건네줍니다. “고마워요 아이리스 수녀님. 그나저나........ 이런 말씀을 드리긴 뭐한데, 조금 늦으셨네요?” 그녀들의 얼굴에 장난끼와 비슷한 것이 어리는 것이......... 뭔가를 알고 있다는 눈치입니다. “아 그게...........”“됐고, 그 남자는 누구에요? 완전 쿨 해보이던데.”“그래요. 키도 훤칠하고 스타일도 좋구.........”“근데, 은발머리는 좀 에러였어. 그쵸?”“맞아요. 그건 좀 아니더라.”“그래도 머리칼을 제외하면 난 100점 만점에 95점 정도는 줄 수 있어요. 머리칼 까지 포함하면....... 6점 감점해서 89점? 너무 박한가? 에이, 그냥 90점 줄게요!”“그러고 보면 아이리스 수녀님도 제법 미식가 기질이 있는 것 같아?” 제가 이렇다 저렇다 말 할 틈도 없이 자신들이 할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낸 수녀님들은 마지막 말에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저는 어떻게 했냐구요? 그냥 말없이 고개를 푹 수그려야죠 뭘. 생각해보면 이들의 반응은 당연한 겁니다. 1년 내내 이렇다 할 일 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이곳에서 은발머리 사내의 등장은 아주 즐거운 일이 아닐 수가 없을 테니까 말이에요. 물론........... 그 즐거운 일의 한가운데에 제가 있다는 것은 그닥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의 웃음이 그칠 때 까지 기다린 뒤에, 저는 조근조근하게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줍니다........ 그가 이곳 고아원 출신이었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죠. “고아원을 떠난 원생이, 그곳을 못 잊어서 다시 찾았다........ 왠지 소설책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이네요.”“그러게요. 진짜 낭만적이다..........” 이봐요........ 고아원 원생 출신들은 해마다 찾아오거든요? 그냥 잘생긴 사람이 찾아오니, 이런 식으로 미사여구가 붙고, 미담으로 포장되는 모양입니다.





Channel 1. 로키 어리버리한 수녀가 식거리를 가져다주기 위해 식당에 들어간 사이에, 나는 정원을 둘러보기로 한다. 근처에 숲이 있어서 그런가, 정원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보다는 ‘미로’라는 말이 더 적합해 보일 정도로 복잡하고.......... 거대하다. 이런 스케일이 큰 정원을 가꾸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텐데, 이 정원은 정원사가 꽤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있었다. 정원을 자세히 살펴보니, 꽃나무마다 팻말이 붙어있었다. 그것에는 꽃의 이름과, 심은 사람의 이름이 쓰여져 있고, 그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어 몇 개를 더 둘러보는데, 화단의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붓꽃이 눈에 들어왔다. 붓꽃에 걸린 팻말에는 어리버리한 수녀와 중년의 여성이 활짝 웃고 있는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었다. 저 중년의 여자는 누구일까? 그림을 보니, 저 어리바리한 수녀와 꽤나 돈독한 사이처럼 보인다. 생각이 여기에 다다를 즘에, 나는 강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잠입 의뢰란, 이래서 좋지 않다. 타깃에게 의심을 사지 않고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그와 ‘관계’라는 것을 맺어야 하고, 관계를 맺다보면, 의뢰에 필요한 정보 외의 것에 노출 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악성 정보들은, 의뢰를 수행하는 히트맨에게 치명적인 ‘공감’을 낳게 마련이다. 나는 연수를 통해서 ‘공감의 마수’에 사로잡혀 의뢰를 실패로 날려버린, 이른바 ‘못난’ 선배들의 사례를 많이 접했다. 케이스들은 대부분 잠입의뢰를 수행하느라 타깃과 관계를 맺으면서 타깃의 입장에 공감을 하게 되고,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어야 할 의뢰를 ‘이것이 끝날 때 까지 좀 더 시간을 주자.’라는 식으로 시간을 질질 끌다가 동정심에 휩싸여 의뢰를 포기하게 되는 식으로 전개되었다. 나는 사례집을 찬찬이 읽으면서, 그런 선배들을 꽤나 한심하게 생각했었다. 문제는 나도 지금 ‘잠입 의뢰’를 수행하고 있고, 이른바 ‘악성 정보’에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연수에서는 실패 케이스와 더불어서, 그에 대한 대처법도 마련해 주었었따. 어떻게 해야 그 공감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었지? 그래, 그거다! 난 옷깃을 풀어헤친 뒤에 가슴팍에 달린 비정한 마음의 ‘버튼’을 꾹 누른다. 그와 동시에, 짜릿한 쾌감이 가슴팍에서부터 스멀스멀 흘러나와 이윽고 내 온몸에 싸하게 퍼져간다. 해시시의 쾌감이, 나를 번뇌로부터 해방시켜준다. 해시시가 번뇌를 없애준다는 점에서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품이 아닐 수 없다마는....... 이것도 한 가지....... 단점이란 게 존재한다. 이 합성 용액은 내 두뇌의....... 대사활동을........ 느리게 만든다. 해시시가 내 혈관을 타고 퍼지면 퍼질수록, 내 머릿속은 마치........... 물........먹은 스펀지가 꽉꽉..........들어........찬 것 같고, 내 온........몸은 잠수........복을 껴 .........입은 것 처.......럼 외부........의 자........극에 둔감해진다. 몽롱한 와중에........황........홀경에 의한 장기기억이.........상기된다. ‘가슴이 찢어지든 듯이 아프다. 가슴이 터질 듯이 기쁘다. 이가 바스라질 정도로 분노가 끓어오른다.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즐겁다. 이 모든 감정은 의뢰를 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의뢰를 실패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문제는 감정이란 것이 우리의 마음속에서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는 것이지. 하지만,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결과, 우리는 이것을 사용함으로서 일시적으로나마, 감정이 우리를 뒤흔드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어떤 것이든 감정으로 인해 네 마음이 요동친다면, 이걸 사용해라. 쾌락이 너를 자유케 할 것이다.’     

Channel 2. 아이리스 저를 붙잡아서 더 많은 놀림감을 캐내려는 수녀님들의 마수에서 간신히 벗어나, 저는 도망치듯이 본당의 중앙 홀로 빠져나옵니다. 이런........어버버하다가 주방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버렸어요. 은발머리의 사내가 오랫동안 기다렸을 텐데.........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니?” 은발머리 사내에게 가기위해 중앙 홀에서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저를 부르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저는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로 이쯤되니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 진짜, 이번에는 또 누가 제 발목을 붙잡는 것일까요? “아이리스!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는 거냐구!”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원장수녀님이셨어요. 저는 원장수녀님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재빠르게 잔뜩 구긴 표정을 활짝 펼쳐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정원 쪽으로 가고 있었어요.”“아, 그러니? 나도 잠깐 머리를 식힐까 했는데 잘 되었구나. 마침 오랜만에 아이리스도 보고 싶기도 하구.” 혹시나 오해할 수가 있어서 미리 말해두지만, 원장 수녀님이 지칭한 ‘아이리스’는 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저와 원장수녀님이 함께 심은 붓꽃을 말하는 것입니다. 고아원 개원 20주년을 기념해서 정원에 꽃나무 심기를 했었거든요. 그때 원장수녀님과 제가 함께 붓꽃을 심었었죠. 원장수녀님이 장난스럽게 ‘이 아이, 내 딸로 삼을까?’라고 말씀하신게 계기가 되어, 저는 수녀원 개원 이래 처음으로 꽃을 동생으로 둔 수녀가 되었답니다. 문제는, 여러해살이라고 하더라도 꽃은 꽃인지라, 처음의 붓꽃은 이미 시들어버리고, 동생이 남긴 그 자손들이 대대로 번창해, 몇 년 사이에, 저는 5대조 할머니, 원장 수녀님은 6대조 할머니가 되어버렸죠. 시집도 안간 처녀에게는 가혹한 처사입니다. 어쨋거나, 꽃이 붓꽃이라 그런지, 5대조 손녀의 꽃의 이름도 아이리스입니다. 참........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센스가 없는 이름이긴 했어요. 개 이름을 ‘개’라고 짓는 것과 차이가 없잖아요. 마침, 정원에 그 남자가 기다리고 있고, 그 남자는 원장수녀님께 볼일이 있으니, 함께 만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기, 원장수녀님.”“응? 무슨 할 말이라도 있니?”“네......... 다름이 아니라, 정원에서 손님이 기다리고 있거든요.”“아, 그러니? 그럼 내가 너무 눈치가 없었구나......... 이래서 늙으면 죽어야 한다니까.”“아니, 아니에요. 그분은 원장수녀님께 볼 일이 있어서, 고아원에 찾아온 걸요.”“그래? 어떤 사람인데?”“은발 머리칼을 했고.......... 고아원 출신이래요. 그리고...........”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더 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하긴, 사실이 그렇죠. 전 그의 이름조차 묻지 않았었으니까요. 분명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새삼 그와 무슨 말을 한 건가 하는 회의감이 들면서, 뭔가 제 자신이 멍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름이 뭐에요?’라는 그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하다니 말이죠. 어쨌거나, 제 머릿속이 뜨거워진걸 알아차렸는지, 원장수녀님은 더 이상 됐다며, 손사래를 치고는, 어서 손님을 맞이하러 가자고 하십니다. 정원에 도착을 했는데..........어라? 은발머리 사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네요.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제가 너무 늦어버린 탓에 수녀원을 한 바퀴 돌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원장수녀님께, ‘손님이 기다리다 지쳐 수녀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모양이니, 제가 찾아보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고 그 남자를 찾기 위해 수녀원을 돌아보기로 합니다.






Channel 1. 로키 입을 헤벌레 하고 해시시가 제공하는 쾌락의 정원을 한참동안 떠돌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게로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나는 자세를 고쳐잡고 싶었지만, 눅진한 쾌락이 내 혈관과 근육을 통제하고 있어서 쉽지가 않다. 간신히 눈알을 돌려 내게 다가온 것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 사람은 아까 보았던 붓꽃 팻말에 그려진 캐리커쳐의 또 다른 주인공,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몸을 추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나를 보며 손을 젓고는 내 앞에 턱하고 걸터앉는다. “네가........ 바로 내 운명의 남자로구나. 그렇지?” 생판 처음보는 사람에게 다정스러운 말투로 이야기 하는 것, 운명의 남자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것 등 조목조목 반박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해시시로 취해버린 내 입은 간신히 달싹거리기만 할 뿐 의미를 가진 인간의 언어를 말하지 못한다. 그녀는 이런 내 상황을 마치 잘 알고 있는 양, 자신의 무릎에 날 누이고, 자신의 말을 이어간다. “30년 전인가? 수녀원에 사람이 찾아왔었어. 난 그 사람을 당시 원장수녀님께 안내해 드리기로 했었지. 그런데 멍청하게도 그 사람을 잃어버린 거야. 마침내 그 사람을 찾았을 때는 그 사람이 원장수녀님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걸 보았단다. 마치 지금처럼.........” 추억 여행따윈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그녀의 무릎을 박차고 일어나는게 당연하지만........ 원망스럽게도 내 몸은 그럴 의향이 전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영악한 그녀는 그런 내 상황을 철저히 이용했다. “그때 난 참........ 뭐랄까 기묘한 기분을 느꼈단다. 그렇게 좋아하던 원장수녀님인데, 그 사람을 그녀의 무릎에서 떼어내고 싶었지. 30년 동안 그 기분에 대해서 단 한 번도 곱씹어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그 감정을 다시 생각해보니, 그 감정의 정체가 질투란 걸 알았어. 그걸 알고 있니? 엘렉트라 콤플렉스........ 그 자매격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면 들어 봤을지도 모르겠구나.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아버지에 대한 딸의 애정이, 어머니에 대한 증오로 표출되는 것을 말한단다. 어쩌면, 남신을 섬기든 여신을 섬기든 그 근본에는 동성의 부모에 대한 혐오라는 추악한 감정이 들어있는 걸지도 몰라.” 그 말을 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감돈다. 하지만, 그것은 즐겁다는 감정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자기혐오에뿌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나는 그런 미소를 지었던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바로 어리버리한 수녀였다.몸은 여전히 무겁지만, 정신은 찬물을 맞은 듯이 또렷해진다. 그렇다. 중년에, 마른 몸매........ 그녀는 바로 내가 죽여야 할 타깃이었다. 타깃을 발견했음을 알아본 나는 몸을 바둥거려 그녀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자유로워진건 정신 뿐, 몸은 여전히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내가 내 자신의 몸과 씨름하는 사이에, 그녀는 자신의 감상을 이어간다.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너희는 선택을 해야 할 거야. 언제라고는 말은 못하겠지만........ 선택은 반드시 하게 되리란걸 장담할 수 있어. 그 때가 온다면, 너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미 선택을 해버린 나는 너희의 선택에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고, 너희의 선택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겠지만......... 나와 너의 아비가 했었고, 우리의 선조들이 그랬던 과오를 답습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생각해보니, 익숙한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더라구......... 그때, 너희가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면, 그것이 비록 실패로 끝난다고 할지라도, 우린 너희를 원망하지 않을 거야.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건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니까.” 그녀는 빙긋이 ‘엄마 미소’를 짓더니, 내 가슴에 손을 얹고 기도문을 읊는다. 그러자, 머릿속에 잔존하던 스펀지가 완전히 쪼그라들면서 머리가 맑아진다. 몸의 경우 마찬가지여서, 나는 그녀의 무릎에서 일어나 내 뺨에 흘러내린 침을 닦아낼 수 있었다. “오늘 저녁 열한시 반에 집무실로 오렴. 거기에서 넌 네가 원하는걸 가질 수 있을거야.”       Channel 2. 아이리스 은발머리 남자를 찾기위한 제 걸음은 정원을 나서, 본당, 교육관, 그리고 마침내 생활관에 까지 다다랐지만, 그 어디에도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마치.........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이 모두 한바탕의 꿈처럼 느껴집니다. 하긴, 그 편이 훨씬 더 현실감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이야기를 나누는게, 과연 현실에서 가당키나 한 소리겠습니까. 게다가 그는 저를 돕다가 뺨까지 얻어맞았는 걸요. 꿈이라면 꽤나 재미있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정원으로 돌아가려는데 이상한 장면을 보았답니다. 원장 수녀님이 정원의 잔디밭에 앉아계셨어요. 그녀는 자신의 무릎위에 누군가를 뉘이고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죠. 그 사람을 바라보는 원장수녀님의 얼굴은.......... 이제까지 꽤나 오랜 시간동안 원장 수녀님과 함께 해 왔지만, 그토록 다정하고 푸근한........ 그러니까, ‘자애로운’표정은 본 적이 없었어요. 도대체 누가 원장수녀님과 함께 하기에,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신 걸까요? 그럴만한 일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저는 마치 누군가가 꼭두각시 실로 나를 조종이라도 하는 듯이,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여가며 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세상에.......... 은발머리의 남자였어요. 꿈이 아니었던 겁니다. 물론 한편의 소설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지금 제 눈앞에 보이는 이 장면은, 이제까지 본 장면 중에서 가장 비현실적으로 보였다면, 당신은 나를 비웃을까요? 제가 그 둘에게 다가가는걸 은발머리 남자가 알아차렸는지, 벌떡 일어났습니다. 어차피 들킨 길이라, 저는 더 이상 살금살금 다가가는걸 멈추고, 그들에게 물어보았답니다. “하하, 벌써 만나신 거에요? 어딜 가계셨어요 은발머리씨? 한참을 찾았다구요.........” 은발머리의 사내는 당황한 듯 입을 뻐끔거리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 일체가 저에게는 정상적인 의미로 들려오지 않습니다. 뭐랄까요.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의미를 만나지 못했을 때 그런 소음으로 들려온다고 하더군요. 아니면, 인간이 듣던 소리가 의미를 만나지 못했을때는 어떠한 말도 이런 소음으로 들리곤 하겠죠. 참 우습지 않나요? 그럴 이유도, 명분도 없는데, 왜 이런식으로 들리는지......... 나아가서는 제 가슴속에 뭔가가 요동치는데 그 감정의 정체가 뭔지 도저히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한참 동안 멍하니 그의 뻐끔거리는 입만 바라보는 공황상태에서 저를 건져 주신건 원장수녀님이었답니다. “아이리스야. 왜 그러니? 아하! 엄마를 이 남자에게서 빼앗긴 것 같아서 심통이 난 모양이구나. 하하, 그저 이 엄마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들을 본 것이 너무 반가워 아들에게 응석좀 부려달라고 부탁을 했었단다. 우리 아들도 마찬가지였구........ 그렇지 아들아?” 원장 수녀님이 은발머리의 사내를 바라보자,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비다. 그제서야 그의 입가에 흘러나오던 무의미한 소음은 의미를 만나 제 자리를 잡고 인간의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기 시잡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Channel 1. 로키 식사를 하러 들어가자는 타깃의 말을 따라 생활관으로 들어간 때는 이미 저녁 땅거미가 자신의 일용할 집을 짓고, 먹잇감을 향해 벌릴 독니를 깨끗이 소제할 시간이 지나서였다. 식당에서 일을 하는 것 같은 수녀들이 우리 셋을 반기며 식탁으로 안내해 주었다. 수녀원의 식사를 본 감상이 어떠냐고? 그들의 식사는 소박했지만, 낯선 손에게 정성이 들어갔다는 것 정도는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매일같이 이렇게 정갈하고도 품위있는 식사를 하는 것일까? 수녀원 특유의 분위기 탓인걸까? 식사를 할때는 조용하지만 수녀들이 알게 모르게 나를 흘끔 흘끔 쳐다보는 시선에서 그들이 내게 많은 호기심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조용하고 변화없던 그들의 일상에 어떻게든 변화를 일으킨 것이 명백해진 셈이다. 원장 수녀는 내게 말을 자주 걸어왔다. 나에 대한 그들의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한 배려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다행이 그녀의 배려심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온 나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어서, 그녀가 던진 질문 대부분은 나의 정체를 노출시키지 않는 선에서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타깃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왠지모르게 기분이 묘해졌다. 아까, 그녀가 내 앞에서 했던 혼잣말로 미루어 볼 때, 그녀는 분명 내 정체를 알고 있다. 식사를 하기 전에 내가 했던 행적을 되짚어 보면서 내 신분이 노출될 만한 요소를 점검해 보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없었다. 그건 분명하다. 하기사........ 이미 그녀가 눈치를 채버린 마당에, 그런걸 되짚어 보았자. 죽은 자식의 불알을 만지작 거리는 것 만큼이나 의미가 없는 행위일 것이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놀랍게도 그녀가 내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협조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지금 식사시간에 나누는 대화만 해도 그렇다. 그녀는 분명 짓궂은 질문을 해서 한번이라도 날 당황시킬 법도 한데, 그녀는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내게 그러는 것일까? 나를 안심시킨 뒤에 체포할 셈인건가? 사실, 이 가능성이 가장 설득력이 있긴 하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려는 자를 알고 있을 경우라면, 대부분 그런 길을 선택하겠지. 그게 제일 조용하면서도 확실한 길일 테니까. 그런 이유로........ 나는 그녀의 말을 들어야 할지 고민이다. 그녀 말 대로 열한시 반에 집무실로 들어가는 행위는, ‘악어에게 목젖이 있을까?’하는 호기심에 악어 아가리에 고개를 집어넣어 보는 것과 다름이 없어 보이니까 말이다.       Channel 2. 아이리스 탁자 위에 차려진 화려한 요리를 보면서, 저는 은발머리 남자에 대한 수녀님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은발머리 남자에게 쏟아질 질문 세례를 예상하며, 스푼을 들었습니다만......... 낯선 이와 대화를 나눈 경험이 적은 자매님들의 여린 성품 탓인지, 식사자리는 놀랍도록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호기심은 어쩔 수 없었는지, 그들은 끊임없이 그를 흘끗 흘끗 바라보고 있었죠. 심지어 그 시선을 은발머리 남자가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은발머리의 남자를 살피는 그들의 시선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음....... 생각해보니 저도 그녀들과 딱히 다르진 않아 보이긴 하네요. 어쨋거나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제가 나서야 하는데 저 역시 아무런 말 없이 수녀님들과 은발머리 남자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가끔 은발머리 사내와 눈이 마주쳤지만, 저는 마주치는 그 즉시 눈길을 피해버렸습니다. 변명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피하고 싶었다고 해야할 것 같아요. 그를 볼때마다, 제 머릿속에서는 원장수녀님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앉았던 그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거든요. 그 이후에는 제 입은 조가비처럼 딱 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그에게 말을 걸어서 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리는건 원장수녀님의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원장수녀님은 조근조근하게 그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았고, 은발머리 사내는 그녀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을 하였답니다. “그런데, 나자로씨는 어떻게 아이리스 자매님을 만나게 된 거에요?” 어느정도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마리아 수녀님이 용기를 내어 은발머리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사실, 프로하기온에서 오랫동안 지내느라 저 혼자서 띡하고 방문하기에는 발걸음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혹시 시장가를 거닐다보면 혹시나 제가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시장을 한참동안 멋쩍게 돌고 있었는데 아이리스 자매님이 소매치기를 당했더군요. 그때는 제가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나섰던거죠. 그때만 하더라도 아이리스님이 수녀원에 계신줄은 알지 못했구요.” 저에게 뺨을 맞은 사실을 말하지 않는 그의 배려에, 저는 그에게 눈으로 살짝 감사의 표시를 하고서, 나머지 수녀님을 살펴봅니다. 아무래도....... 표정을 보아하니, 또 다른 새로운 미담을 만들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알지 못할겁니다. 그가 말한 과정이, 그가 말한 것처럼 아름답기만 한 이야긴 아니란 걸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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