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인생 - 16

갑과을 작성일 14.02.13 00: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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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1. 로키

 

16231117

 

오늘도 뉴 빌리지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뉴 빌리지에 사람이 많은게 어제 오늘일이 아닌데 왜 굳이 이런 표현을 사용하느냐고? 뉴 빌리지에 사람이 다니긴 다니되,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평소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한 사내가 뉴 빌리지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붉은 공존상에 올라서서 거리에 운집해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그의 이마에 흐르는 땀은 그의 얼굴을 얼룩지게 만들고 있었고, 주먹을 쥔 그의 손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근육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해 나타내는 하나의 형태는, 그가 지금 분노하고 있음을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의 말에 후렴구를 넣는 것처럼 하나된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니요! 우리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개성과 패션의 중심지답게, 뉴 빌리지의 사람들의 옷은 모두 제각각이다. 마치 바닥에 흩어진 쌀 겨 같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모래알 같은 그들이 단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으니........ 목에 붉은 리본을 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저께, 단 하루의 파업만으로 수천의 노동자들이 직위해제를 당했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직장에서 쫒겨나게 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철도의 민영화를 반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여러분들 국가의 기간인 철도를 일개 개인에게 맡긴다면 우리는 과연 안녕들 하게 되겠습니까?”

아니요!”

 

그가 목청을 높여 뭔가를 부르짖는데, 나는 도저히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들을 도리가 없다. 왜 자꾸 나의 안부를 묻는 것일까? 철도를 개인의 소유로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걸 타지 않으면 되는게 아닌가? 요즘 영업용 마차도 슬슬 대중교통으로 편입된다고 하는데 철도가 싫으면 마차를 타면 되는 것이 아닌가?

 

앞장서서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던 청년은 붉은 공존에서 내려와 걷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그의 뒤를 우르르 따른다. 이제껏 뉴 빌리지 거리를 수없이 오갔지만, 저토록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별도의 지령이 있을 때 까지 이들을 좀 더 지켜보려고 하는데, 때마침 찰리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녀석은 이미 몇몇 요원들을 더 만나러 다녔었는지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3분 뒤에 시작하래.”

오케이.”

“.........아오 숨차 죽겠다. 시대가 어떤 시댄데 그냥 무전기 사용하지는 왜 되지도 않은 파발을 사용하는거야?”

아무래도, 보안상의 문제 때문이 아닐까? 숨어들어갔는데 무전기 소리가 들리면 딱 몰매 맞기 십상이지 뭐.”

아무튼....... 이젠 내 할 일 다 끝냈으니, 난 이만 들어갈게. 고생해라.”

그래, 수고했어. 끝나고 봅시다.”

 

찰리는 헐떡이면서 골목길의 어둠 너머로 사라진다. 나는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던 요원들을 살펴본다. 그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걸로 보아, 긴장이라던지, 두려움이라던지를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한심하다. 일당백으로 훈련을 받은 이들이 무장도 하지 않은 일개 시민들에게 겁을 먹는 꼴이라니. 기회가 될 때 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정말이지 감정이란 것은 영판 쓸모가 없다. 어쨌거나, 나는 그렇지 않지만 그들은 감정에 종속되어있으니........ 감정적인 문제는 감정적인 것으로 해결을 지어야지. 요약을 하자면, 두려움에는 두려움으로 대응을 해야 효과적일 것이다.

 

어이, 이리 와봐.”

“......?”

 

어리버리해보이는 신입요원 하나가 자신을 불렀냐는 제스쳐를 취하며 내게로 온다. 그들은 지금 비록 두려움에 사로잡혀있긴 하지만, 오랜 훈련의 덕분인지 충성심만은 몸에 배어있다. 그는 나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나는 팔을 뻗어, 그의 뺨을 세게 때린다.

 

......왜 그러십니까?”

 

그는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살펴본다. 왜긴 왜겠어? 희생양이 하나 필요한 것이지. 마침 너는 운이 좋지 않게 나에게 걸렸을 뿐인거고. 물론, 이 생각을 그 친구에게 전해주지 않고 나는 무작정 그를 두들겨 팬다. 그는 윽윽 소리를 내며 버티다가 결국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몸을 웅크린다. 나는 그가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을 때 까지 그를 두들겨 팬다. 그의 동료들은 더욱더 두려움에 떨며 나를 바라본다. 그들은 겁에 질려 나를 말릴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잘 봤지? 오늘 여기에서 물러서면 너 네들은 지금 이 친구처럼 된다. 시위대에게 붙들려 몰매를 맞는게 두렵다면.......”

 

희생양은 엉금엉금 자신의 동료들에게 돌아가려고 한다. 나는 그를 못본척 하면서, 그의 손을 발로 짓밟는다. 그는 소리를 죽이려고 애를 쓰지만, 입술을 깨문 그 사이로 비명소리가 새어나간다.

 

나한테 지금처럼 두들겨 맞으면 되.”

“.........”

 

다시 녀석들을 보니, 이제 녀석들의 얼굴에는 다른 양식의 긴장감이 흐른다. 근육의 궤적이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 얼추 먹힌 모양이다. 이제 그들은 시위대 대신에 나를 두려워한다.

 

, 출발하자.”

 

 

 

 

 

 

  

Channel 2.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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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사장! 넌 따라오지 말고 방에 얌전히 있어야되. 알았지?”

야옹!”

 

냥사장은 제 말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 도도하면서 제멋대로인 작은 피조물은 제가 하는 말에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문으로 또박또박 걸어가더니, 그 앞에 털퍼덕 주저앉아버립니다. 에휴....... 한숨이 나오네요. 이 아이는 대관절 누구를 닮았길래 이렇게 고집이 센 걸까요?

 

문 앞에 엄격하게 주저앉은 냥사장의 모습을 보니, 전략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탁을 해서 되지도 않고, 엄포를 놔도 되지 않는다면........ 녀석이 좋아하는 것으로 꼬셔내는 수 밖에요. 저는 책상위에 놓여진 쥐 모양의 인형을 꺼내듭니다. 후후, 이거라면 냥사장을 함락시킬 수 있겠지요.

 

냥사장~ 여기 한번 볼래요? 우와, 여기 먹음직스러운 쥐가 있네요?”

“...........”

 

냥사장은 쥐 인형이 눈앞에 어른거리자, 눈빛이 흔들립니다. 그렇지, 제 아무리 고집이 세다고 한들, 이렇게 보암직스럽고 먹음직스러운 미끼가 있는데 별 수 있겠습니까?

 

우루루 쮸쮸쮸~”

“.........”

 

하지만 냥사장의 눈빛은 뒤이어 몇 차례 더 흔들리다가....... 흔들림이 가라앉아버립니다........ 뭐죠? 이 상황? 당황스럽다 못해, 11월의 한복판에 식은땀이 날 지경입니다. 평정심을 되찾은 냥사장은 다른거 더 없어?’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저도 모르게, 좌절감에 고개가 푹 수그러듭니다. 세상에...... 냥사장이 인형을 거부하다니요! 이것은 한 개체에게는 하나의 작은 반항이지만, 전 고양이과에게 있어서는 큰 도약입니다. 방금의 사건으로 인해, 인류는 고양이라는 이종의 생물을 다룰 수 있는 하나의 카드를 상실해버린 셈입니다.

 

냥사장은 딴 생각을 집어치우라고 말하고 싶었는지, 양칼지게 제 손을 햘퀴더니 턱으로 문을 가리킵니다. 어차피 그걸론 택도 없으니, 문 밖으로 어서 날 데리고 나가자는 거겠지요. 저는 결국 냥사장에게 굴복을 하고, 냥사장을 데리고 나가기 위해 녀석을 품안에 품으려고 했지만........ 녀석은 또 다시 앙칼지게 제 손을 햘퀴어버립니다.

 

아야! 냥사장! 할퀸데 또 햘퀴면 진짜 아프다구!”

 

이 녀석은 제가 문을 열 수 있도록 몸을 슬쩍 틀어주었다가, 문이 열리는 순간 쪼르르 문 밖으로 나갑니다. 참 알다가도 모를 친구입니다. 제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가 하면 또 어떻게 보면 독립적이고....... 이 친구를 뭐라고 정의내리는건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시도하는 것인거 같아요.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는 그렇습니다.

 

문 밖으로 나가니 마르다 수녀님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수녀님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어려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왜 데리고 오셨어요?”

죄송합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이 아이가 도통 남아있으려고 하지 않아서요.”

응석을 받아주기엔 좀 위험한 곳이라........”

 

전 냥사장을 원망스럽게 쏘아보았지만, 이 아이는 우리이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는지, 아니면 알아듣지 못한 척을 하는 것인지 녀석들은 천연덕스럽게 하품을 합니다. 마르다 수녀님도, 녀석의 태도에 기가 질려서인지 한숨을 푹 쉬더니 한마디 하십니다.

 

냥이가 저렇게 나오니 어쩔수가 없네요. 대신에 아이리스 수녀님이 냥이의 주인이니까. 꼭 책임감 있게 관리해주셔요.”

, 알겠습니다.”

 

마르다 수녀님에게 허락이 떨어진 것이 그리도 좋은지, 냥사장은 제 치맛자락을 잡고 깡충깡충 뜁니다. 이제야 제 품에 안기고 싶었던 걸까요? 저는 허리를 굽혀 녀석을 안아주기 위해 팔을 벌리는데......... 녀석은 또 다시 제 손을 앙칼지게 햘큅니다. 아니, 이 녀석은 도대체 저보고 뭘 어쩌길 바라는 걸까요? 이젠 억울해지기까지 합니다.

 

마르다 수녀님은 냥사장과 제가 벌이는 상황극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마르다 수녀님은 슬랩스틱 코미디 종류를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냥사장은 마르다 수녀님이 웃음을 터뜨리자, 그녀를 신기한 듯이 쳐다보더니, 이제는 마르다 수녀님의 치맛자락을 잡고 펄쩍거립니다. 마르다 수녀님은 저에게서 교훈을 얻지 못하셨는지, 냥사장에게 허리를 숙이는 과오를 범합니.......? 이번에는 냥사장은 그녀의 손을 햘퀴는 대신에, 얌전히 품안에 안깁니다. 세상에.......뭐 저런 놈이 다있지요? 이게 역사 속에 사장된 걸로 알고 있는 인종차별이라는 것인 모양입니다.

 

마르다 수녀님은 냥사장과 눈을 마주치면서 기분 좋게 웃음을 짓고, 냥사장도 기분이 그리도 좋았는지 마르다 수녀님의 품속에서 기분좋게 가르릉 소리를 냅니다. 어리석은 친구....... 우리가 어디로 갈지 안다면, 절대로 따라나서지 않았을 텐데..... 고아원 앞마당엔 벌써 제법 많은 수녀님들이 모여계시고, 그 사이로 수사님들의 모습이 드문드문하게 보입니다. 아마, 나머지 분들은 먼저 떠나셨겠지요.

 

어린 복사님들은 성구를 챙겨들고 있습니다. 성구를 끌어안은 그의 모습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두려우세요 복사님?”

.......”

 

복사님은 무슨 대답을 해야하나 하며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저를 똑바로 올려다봅니다.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럼 왜 두려운걸 무릅쓰고 그곳으로 가려고 하시는거에요?”

아무래도...... 두려운거랑, 해야하는 거랑은 다른 것이니까요.”

 

채 소년티를 벗지 못한 이 친구가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쳤을까요? 그 모습을 보니,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말을 한다고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 프로하기온의 군벌들이 소년병들을 뽑아서 자신의 군대에 끌어들였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 나이대의 소년이라면....... 자신의 신념에 모든걸 걸 수 있을 정도로 맹목적이기 때문일 거에요.

 

저는 소년 복사님에게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사님....... 당신 나이또래의 사람중에서 당신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거에요. 그만큼 당신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랍니다. 하지만....... 부탁하나만 해도 될까요? 가급적이면 감정에 이끌려서 무모한 짓은 하지 마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말려들게 하지 말구요. 그리고...... 만약 복사님의 목숨이 위험한 것 같으면 있는 힘껏 달아나세요.”









Channel 1. 로키

 

거리의 행인들은 선두에 선 청년을 따라서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여 구호를 외친다.

 

민영화가 웬말이냐! 공공재를 국민에게!”

민영화가 웬말이냐! 공공재를 국민에게!”

 

사람들의 입에서 퍼지는 구호는 성난 파도처럼 뉴 빌리지 시내를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우리는 품속에 각종 진압용 장비를 숨기고 그들의 뒤를 따른다. 막상 군중의 틈바구니 속에 끼어있자니, 나 자신이 성이난 파도가 몰아치는 태풍의 한 복판에 던져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장엄한 행렬은 어느덧 로열 퓨너럴에 다다른다. 그곳에는 경찰과 군대가 바리게이트를 친 채로 군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군경을 보자 흥분을 하여 더욱 더 목청을 높인다.

 

민영화가 웬말이냐! 공공재를 국민에게!”

민영화가 웬말이냐! 공공재를 국민에게!”

 

시위 진압대의 선봉에 서 있는 자가 메가폰을 들고 군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러분, 여러분들의 집회는 뉴 빌리지 일대에만 신고 잡혀있었습니다. 지금 이 바리게이트를 넘어 로열 퓨너럴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여러분들의 집회는 불법집회가 됩니다! 지금 당장 해산을 하시거나, 집회를 이어가고자 하신다면 뉴 빌리지로 돌아가십시오. 이 말을 무시하는 행위는 집회와 시위에 대한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진압하도록 하겠습니다.”

 

.........신호가 왔다. 나는 내 주위의 요원들에게 눈짓을 보낸다. 이들은 내 신호를 접수하고, 군중들 사이에서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한다. 이러한 행위는 총 2가지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의도를 설명하려면....... 말이 좀 길어지는데, 알고 싶다면 들어도 좋다.

 

3의 법칙이란 게 있다. 한 사람은 독립된 인간이고, 두 사람부터는 인간관계를 갖기 시작하며, 세 사람부터는 집단을 구성하게 된다. 따라서, 세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하나의 행동을 취하면 그 순간부터 그것은 여론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간 심리를 네 글자 경귀를 만들기 좋아하는 라스알하게 인들은 삼인성호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소리다.

 

어쨌거나, 우리의 심리전이 먹혀들었는지, 몇몇 사람들이 우리를 따라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이 얼마나 평화롭고 교묘한 생각인가! 그리고 군중이란 것은 이 얼마나 나약하단 말인가. 그래, 군중이란 그렇다. 아무리 물을 뿌려 뭉쳐놔도, 결국은 모래알이나 다름이 없다. 물이 마르면 그대로 부스러지는게 그 운명이다.

 

경관님들은 안녕들 하십니까?”

 

..........이런, 저 청년도 보통내기는 아니다. 말라가는 모랫더미에 다시금 물을 끼얹고 있다. 그의 언행은 꽤나 교묘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물러서지 맙시다.’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다. 그냥 인사말을 건넸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모든 이에게 물러서지 맙시다.’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이러한 메타포는........ 상당히 유혹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청년의 외침과,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우리 요원들 사이에서 우왕좌왕 하더니...... 다시 결연하게 마음을 다지고 새로운 구호를 외친다.

 

경관님들은 안녕들 하십니까?”

 

경관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두 번째 국면에 접어들었으니, 우리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난 행위의 두 번째 의도를 실행에 옮겨야 할 것 같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당연히 그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당연지사일 것이다.

 

 

 

 

 

 

 

Channel 2. 아이리스

 

뉴 빌리지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아니, 아니, 말해놓고 나니까 아주 멍청한 소리를 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뉴 빌리지는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걸요. 그러니까........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한 적인 측면이 아니라, ‘적인 측면이었던 거였어요. 평소에는 뉴 빌리지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각자 갈 길을 가지요. 서로에게 아는 척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그런데 오늘 이 시간만큼은 평소와 달리, 생판 처음 본 사람들과 무언가를 나누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뜻을 나누거나....... 그러니까, 제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알겠지요? 평소와 같았지만 분명코 평소와 달랐습니다. 참 미안해요........ 언어를 전달하는 사람의 언어적인 능력이 이토록 떨어지니, 언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언어능력을 믿는 다는 말로 떠넘겨버리니 말이에요.

 

냥사장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낯설었는지, 제 품안에서 불안하게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발톱에 날을 세워 제 가슴을 햘퀴기까지 했답니다. 저는 고개를 숙여 냥사장의 귀에 대고 걱정하지 마요 냥사장. 모두들 당신을 해치지 않는 사람이랍니다.’라고 말해주었지요. 그래도 나름 함께한 시간이 많을 거라 의사소통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냥사장은 제 말을 알아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겁에 질려 제 가슴을 꽉 잡았답니다.

 

냥사장의 불안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마르다 수녀님과 함께 약속한 장소로 갔습니다. 그곳은 몇 달전 거지아저씨와 복권방 사장님이 실랑이를 벌이던 가판대였어요. 그때는 사장님이 퍽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저희를 위해 선뜻 장소를 빌려주셨답니다. 이래서 사람을 단지 몇가지 사건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되는 모양이에요. 그곳에 도착해서 주변을 살펴보니, ‘정의구현 사제단이라 써 있는 플랜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고, 간이 미사장이 절반 가까이 세팅되고 있었습니다. , 저기 보니까 페터와 캐시가 보이는군요. 그쪽으로 다가가니, 그들도 저희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 누나 왔어? 좀 늦었네.”

미안 미안, 냥사장이 도통 남아있으려고 하질 않아서 이렇게 데리고 와버렸지 뭐야.”

 

캐시와 페터는 제 가슴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냥사장에게 인사를 건네지만, 역시나 냥사장은 고개를 팩 돌려버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 주인을 민망하게 만드는 특기가 있는 반려동물이에요. 아니, 그걸 떠나서 이 네발의 피조물은 자신을 반려동물이라고 인지하기나 할까요? 문제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왔었어?”

우리야 한 시간 전부터 했지 뭐. 와 근데 날씨 진짜 춥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해맑게 웃는 두 아이를 보노라니, 마음이 짠해집니다. 무슨 이유로 이 아이들이 추운 겨울날 거리에 나와서 의자를 옮기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요....... 왜 이 어린 아이들이 세상을 바꾸는데 동원이 되어야 하는 걸까요. 이 고사리 손을 빌려야 할 정도로 우리 어른들이 이토록 나약할 수 있는 걸까요....... 참 미안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잠시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10분 뒤에 시국 미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미사에 참가할 의사가 있으신 자매 형제분들께서는 좌석을 세팅하는 것을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10 분 뒤에 시국 미사를........”

 

아련하게 들려오는 안내 방송에, 저희들은 화들짝 정신이 들어 의자를 나르기로 합니다. 어느 정도 세팅이 되었다곤 하지만. 10분 만에 모든 세팅을 끝마치려면........ 정말 말 그대로 고양이 손을 빌려야 할 지도.’모르거든요.

안내 방송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때문이었을까요? 수사님과 수녀님들 뿐만 아니라, 길거리의 행인들 까지도 정말 두손을 걷어부치고 의자를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역할 분담이 순식간에 이루어졌죠. 몇몇은 쌓여있는 의자를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고, 어떤 이들은 의자를 받아 세팅이 필요한 곳으로 나르며, 다른 사람은 의자를 받아 줄을 세우고 배치해놓았거든요.

 

저도 의자를 받아서 세팅이 필요한 곳으로 나르는 중에, 문득 걸음을 멈춰 개미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의 물결을 바라봅니다. 적어도 이 순간에는 제가 뉴 빌리지를 정의내릴 때 사용했던 단어인 카오스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캡슐속에 쌓인 인간들이 각자의 목표를 향해 나가는 본능의 물결이 아니라, 캡슐을 깨고 나온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역할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니까요. 오늘만큼은 뉴 빌리지를 묘사할 때 카오스의 반댓말인 코스모스를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처럼만에.......... 저는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생명이 약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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