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내 기억속의 최고의 FPS는 울펜슈타인...

맹승부 작성일 07.06.13 1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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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콜오브듀티나 메달 멀티플레이를 안해봐서 다른 게임들에 대한 평을 내리긴 힘들군요.

뭐 적어도 콜오브듀티 싱글플레이에서는 엔딩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정도의 매력은 느껴보질 못했습니다.

레인보우식스에서 FPS의 맛을 들여서 그 이후 리턴투캐슬울펜슈타인 → 에너미테리토리 → 스페셜포스 → 워락 → 

서든어택 → 크로스파이어까지 넘어왔습니다.

 

그리고보니 카스도 못해봤군요. 하프라이프는 싱글은 해봤지만 하프라이프에 대한 나쁜 기억이 뇌리에 남아 카스마저

못하게 된 셈이죠.

 

제가 그리 많지 않은 FPS를 거치면서 역시 최고중의 최고로 꼽는것은 리턴투캐슬울펜슈타인이었습니다.

다른 게임들이 그냥 시간때우기의 재미라면 리턴투캐슬의 재미는 정말로 압도적인 재미였습니다.

 

우선 울펜슈타인의 경우 정말로 총을 아무리 쏴도 상대가 잘 안죽습니다.2차세계대전의 총이라 성능이 나빠서 그런지

웬만한 조준으로는 헛방투성이고 정말 잘 쏴야 상대방이 죽습니다. 제가 스포나 서든이나 크로스파이어 워락같은

국산 FPS에 가장 적응하기 힘든것도 그런 부분입니다. 맞대결일때 순식간에 승부가 나버리고 마니 총싸움의 긴장감은

있지만 정말로 총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사람을 맞출수 있는 물건인가 의구심이 듭니다. 침착한 조준보다는 빠른 조준.

계산적인 플레이보다는 순발력있는 플레이가 승부를 좌우하다 보니 전투가 너무나 답답합니다.

 

그 답답함은 저격에 있어서 극을 이룹니다. 실전에서 저격병이 저격총을 들고 다니다가 돌격소총을 지닌 돌격병과

맞대면했을때 순줌으로 먼저 돌격병을 잡아낼 확률은? 기대하기 어렵겠죠? 하지만 국내 FPS에선 이게 보통입니다.

적어도 제가 한 울펜에서는 저격병이란 개나소나 할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울펜의 저격은 기본적으로 자세가 잡히지

않으면 초점이 흔들려서 아무리 조준을 해봐야 헛방이고 또한 자세가 잡혀서 초점이 맞춰져도 인간이기 때문에 총구는

계속해서 흔들립니다. 그 흔들리는 총구를 달리는 병사, 그것도 저격을 피해 지그재그로 달리는 병사들의 움직임을

예측해 헤드샷을 맞추는데는 정말로 상당한 숙련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걸 할수 있어야 한명의 저격병으로서 팀에

도움이 될수 있는게 울펜입니다. 스포나 서든이나 크로스파이어의 저격이 변질된 저격이라면 울펜의 저격은 진정한

저격이었죠. 스포 정도의 근거리에서 저격을 한다는건 울펜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정도 거리에선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른 초점변화를 저격총이 도저히 감내를 할수가 없습니다.

 

울펜에서의 전투란 역할분담에 따른 작전수행이었습니다. 공격측은 오브젝트를 수행하려 하고, 수비측은 그걸 막기 위해

저지선에서 결사적인 방어를 합니다. 그 방어막을 뚫을수 있는건 강력한 팬저파우스트나 화염방사기고 팬저를 잡는데

최고였던것이 바로 저격병의 역할이었습니다. 무분별한 팬저의 난사를 저지하지 못하면 어떤 방어선도 버텨낼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또한 오브젝트 수행을 위해 방어벽을 제거하고 폭탄을 설치하고, 장비를 수리하는 엔지니어를 잡아내는것 또한

저격의 역할이었습니다.

 

제가 울펜을 너무 좋아했던게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각 병과의 역할분담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각 병과가 그저 적을 어떻게 죽이느냐의 차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울펜에서는 적을 얼마나 죽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오브젝트수행을 위해 단합을 잘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했습니다.

숙련된 게이머들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 팀을 짜도 자신의 역할을 찾아내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죠.

적을 100명을 죽이고 단 한명을 놓쳐도 그 한명이 오브젝트를 수행하는것을 막지 못한다면 적을 한명도 죽이지 못한채로

저지선에 묶어두는것보다 못한 결과가 되니까요.

 

장애물을 제거해서 길을 만들고, 장비를 수리하고 폭탄을 설치해 오브젝트를 수행하는 엔지니어, 무기를 공급하고

화력지원을 통해 적을 묶는 리튜어넌트, 쓰러진 병사를 되살려 전선을 유지하게 만드는 메딕, 전투분야의 전문 솔저의

경우는 화염방사기,개틀링등의 중화기와 저격총을 통한 저격, 그리고 돌격소총을 들고 돌격등 각각의 상황에 맞게

무기를 선택해서 적을 저지하거나 방어선을 돌파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도저히 뚫릴것 같지 않은 강력한 방어라인을 향해 팬저를 쑤셔넣고 끊임없이 공격하다 한순간 방어가 흩허진 틈을 타

단숨에 난입해서 방어진을 돌파하고 오브젝트를 수행했을때의 성취감은 이루말할수 없는 것이었죠.

 

단순한 총질이 아니라 테마가 있는 전투... 단순한 폭탄설치가 아닌 각각의 병과의 역할분담이 살아있는 오브젝트수행의

재미는 정말 이루말할수 없는 큰 재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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