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지배하는 여자....

issop 작성일 04.08.03 22: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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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심각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얼굴을 알수 없는 어느 여자에게 밤새 쫓겨다니는 꿈이었다.
쫓겨다니는 곳은 때론 직장이 었고 때론 내방에서였고 또 낯익은 동네어귀등등 어느장소
든 가리지 않았다.
다만 등뒤에서 느껴지는 기분나쁜 숨소리와 피비린내많이 내게 악심을 품은 여자귀신에
게 쫓기고 있다는 느낌많이 들 뿐이었다.

그런 꿈이 하루이틀을 넘어 일주일을 넘길 무렵 나는 더 이상 견딜수 없어 정신과를 찾
았다.
나는 서서히 미쳐가는 것 같았다.
정신과 치료라도 받으며 미쳐버릴 것 같은 사실을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은 심정으로

나의 상담역활과 치료를 의뢰한 사람은 [꿈의해석]이란 책을 집필하기도 했던 정신의학
쪽에서는 꽤 유명하다는 임현경 박사였다.
이제 갓 마흔을 넘긴 그녀는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보였다.
세련된 외모에 따뜻해 보이는 인상이 웬지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나는 그녀에게 상담을 받고 있었고 오늘이 벌써 세 번째 방문이었다.

[요즘도.... 악몽에 시달리나요?]

[네... 선생님...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요....매일입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 여자귀신이
꿈에 나타납니다. 저는 두려움으로 도망을 가요.... 때론 벽뒤로 숨기도 하고, 저를 구해줄
사람을 찾기도 하지만 아무도 없어요.....꿈을 꾸는 동안 내내 쫓기고 두려움에 떨다가.....
결국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깨어나곤 하죠.....]

[지난번 진단결과 선생님은 극도의 피해망상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왔어요....
실제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아주 작은 일에도 신경이 쓰이거나 공포를 갖게되죠
자칫 본능적인 방어심으로 우발적인 폭력을 휘두를 수도 있어요....지난번에 준 치료약은
드시고 계시죠?]

[선생님.... 저는 정신병에 걸린게 아닙니다. 그저 그 지긋지긋하고 무서운 악몽을 꾸고있
을 따름이라구요....]

[훗,,,, 좋아요... 그 꿈속에서 선생님을 쫓는 여자귀신의 얼굴이 기억나나요?]

[아뇨... 전혀....아~ 맞아요... 그 여자귀신에게는 마치 짐승처럼 뒤에 꼬리가 달려있었어
요.... 하얀털이 가득난 짐승의 꼬리같은 것이....]

내말에 임현경박사의 눈이 진지하게 내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그 여자귀신은 자기 마음대로 하늘을 날수도있고 땅에 스며들수도 있는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저는 전혀 대항도, 저항도 할수없구요....임선생님.... 제가 정말 미쳐
버린 건가요.....?]

[꿈을 꾸는 것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초로 해요. 선생님의 내면속에 있는 억눌렸던 자
아가 그런 공포심을 유발시킬수도 있어요... 어렸을때 수치스러웠던 기억같은 것, 기억하
기 싫은 사고같은 것... 말이예요....혹시 기억하기 싫은 일이라도...]

나는 한순간 1년전의 사건이 생각났다.
아니야... 그건 내잘못이 아니었어......
우연히 운전을 하고가다 만나게된 교통사고현장.
그래... 사고가난 여자는 피를 흘리며 내게 살려달라고 했지.
차체에 몸이 끼어있을뿐 그녀는 그렇게 심하게 다쳐보이지는 않았어.

그리고 그여자를 병원으로 데려가지는 않았어.
사고처리가 되면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귀찮아질 것 같아 그냥 경찰서와 119에만 신고전
화를 하고 그 자리를 떴지.....
그녀는 구조되었을거야.

나는 임현경 박사에게 그때의 사건을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던 사건이었으므로....
임현경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이야기를 열심히 분석하듯 듣기 시작했다.
얘기가 끝났을때 박사는 천천히 일어나 창가로 갔다.
그리고 뒤돌아서서는 바깥쪽 햇볕이 들고있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박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오기 시작했다.
뒤돌아선 박사의 흰가운 사이로 허옇게 드러나있는 털복숭이의 꼬리를 봤기 때문이었다.

헉,....너... 너는....

갑자기 선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온몸이 와들와들 떨리기 시작했다.
박사는 ... 아니 귀신은 내게 속삭이듯 쇳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천식....환자였어.....
차에... 팔이...끼어서... 꼼짝할수... 없었지....
네놈 때문에.... 흐흐...흐흐흐......

그렇다면 이것도 꿈이란 말인가?
내가 아직까지도 꿈을 꾸고 있단 말인가.........

붉은눈을 가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귀신이 가래가끓는 쇳소리를 내며 내게 천천히 다가
오고 있었다.....

으악...으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깨어났다.

괜찮아요?.....진정하세요....

그제서야 나는 임현경박사의 진료실에서 최면에 걸려있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휴~ 살았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모든게 다 꿈이었군요.

박사는 인자한 미소로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니 꿈은 영원히 깨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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