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사별하고 난뒤 도시와 떨어진 시골마을의 전원주택으로 이사온 다음부터 밝고 명 랑하던 딸아이는 말수도 적어지고 침울해져갔다.
처음에는 엄마를 잃은 충격과 낯선곳에서의 환경에 적을하기 힘들어서 일꺼라고 생각했는 데.... 어느날 우연히 그아이 방을 지나가는데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그아이는 누군가와 이 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노크를 하고 들어가 누구와 얘기하고 있었니? 하고 묻자 그아이는 침묵으로 일관했 다. 불쌍한 것... 이러다 이아이는 정신적으로 극한에 다다를지도 모른다. 나도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딸아이를 보는 것이 견딜수 없던 나는 화 가나서 다그쳐 물었다. 은영아~ 너 왜그래?... 무슨일이 있니? 제발 아빠한테 얘기해 봐....
그제서야 딸아이는 얘기를 꺼냈다.
아빠는 제말 믿지 않을꺼예요. 제가 외롭고 심심할때면 그 아이가 나와 저와 얘기를 해요. 긴머리에 눈에서 피를 흘리고 있어 좀 무섭긴 하지만 그아이는 제 이야기를 잘 들어줘요.
그게 무슨소리야?.. 너 정말 어떻게 잘못된 것 아니니?
아니예요... 그아이는 이곳에 있어요...
딸아이가 가리킨 것은 양철로만든 커다란 휴지통이었다. 뚜껑으로 닫혀있는 방안에서 쓰기에는 좀 크다 싶은 휴지통이었는데.
나는 그 휴지통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었다. 봐라~은영아... 아무것도 없잖니....
왜요? 아빠? 잘 보세요... 그아이가 웅크리고 앉아 아빠를 빤히 보고 있잖아요..... 그아이는 제게 용기를 줘요. 자기는 아빠가 어렸을때 죽어서 너무 외로웠데요. 그래서 제가 너무 부럽다는 말을 해요.... 그아이는 제 유일한 친구예요...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아무래도 은영이를 정신병원에 치료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알았다...은영아. 쉬어라....
다음날 은영이와 병원에 가기위해 방문을 열었을때 은영이는 차분하게 내게 말했다. 아빠.~ 저 이제 괜찮아 졌어요. 그동안 아빠 맘 많이 아팠죠? 이제 정말 착하고 예쁜 딸이 될께요...
그랬다. 은영이는 그날이후로 예전의 은영이로 되돌아 왔다. 무엇때문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더 밝고 귀여움이 많은 착한 딸로 되돌아 갔다. 전에 없던 어리광까지 부리면서..... 이제야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날은 집안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그동안 청소는 늘 아내 몫이었기에 신경쓰지 않았는데 집안 여기저기에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은영이는 1층 거실을 분주하게 청소하고 있었는데 나는 은영이의 방에 있던 휴지통이 생 각났다.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리기 위해 나는 은영의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쓰레기 봉투를 옆에 두고 휴지통의 뚜겅을 연순간 나는 심장이 멎어버리는 충격 에 휩싸였다.
양철 휴지통안에 가득 들어있는 잘려진 팔과다리 그리고 바로 피투성이로 썩어가는 은영 이의 머리가 흉측하게 입을 벌리고 포개져있었던 것이다. 구역질나는 피비린내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