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날-Dark rain

후랑셩 작성일 05.05.14 10: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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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rain
검은 비





검은 비가 내리고 있다. 검생과 민리는 우비를 입고 길을 걷고 있었다. 반쯤 녹아 흘러내린 교통표지판이 경주를 가리키고 있었다. 경주. 검생은 어릴 적 수학여행을 왔던 게 생각나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검생은 민리의 손을 꼬옥 잡고 걸었다.
언제부터 였을까. 경주에 거의 도착했을때 였을까. 검생 안의 이존재는 말이 없었다. 검생이 말을 걸어도 침묵으로 일관할뿐이었다.
검생은 시내로 들어서며 더욱이 어둡고 음침한 기분이 들어 오금이 저렸다. 지독한 음침함. 검생은 한 허름한 집에 들어가 자기가 아끼던 담배를 집주인에게 건냈다. 일명 숙박비를 대신한 것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담배라, 주인은 극진한 대접을 해주었다. 그러고는 밖에 다니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검생은 그 이유를 물었다.

-밖에 이괴수들이 판치나 보죠?-
-맞소...그것도 그렇지만...이유모를 음침함이 도시 주위에 깔려있소...-

검생은 음...하며 골똘히 생각했다. 경주. 이곳은 다른 곳보다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다. 왜일까. 경주에 다와가서는 이존재는 침묵하고 있다. 무슨 연관이 있는게 아닐까?

[야. 이봐...말 좀 해봐.]
[......]
[크크 하고 비웃어보라고.]
[......]

답답한 검생이었다.

민리는 피곤한지 어느 새 잠이 들었다. 검생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허전한 자신의 오른 팔을 바라본다.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이깟 팔도 희생할수 있다고 다짐하는 검생이었다.

쿠르르릉..쾅

창밖으론 천둥번개가 치고 있었다. 번개가 칠때마다 번쩍이면서 사방이 환해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검생은 그 순간 이상한 것을 보았다. 번개가 치며 번쩍일때마다 한 실루엣이 보였던 것이다. 검생은 눈을 비비고 자세히 쳐다보았다. 사람형태에 뿔, 그리고 깃털이 있는 날개...이존재?

검생은 여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비가 검생의 몸을 적시고 있었다. 검생의 생각대로 그건 이존재였다. 하지만 검생안의 이존재하고는 생긴게 달랐다. 다른 이존재. 검생 앞에 있는 이존재 씨익 미소를 짓는다.

-흐흐흐. 네 놈안에 나와 같은 녀석이 있구나.-
-너도... 이존재냐?-
-이존재? 나를 그렇게 부르나보지? 뭐 어쨋든 좋아. 요즘 이괴수들이 부족한데 말야...-

순간 검생은 기절하고 말았다. 검생 앞에 서있는 이존재의 눈짓 한번에 그렇게 검생은 쓰러지고 만것이었다. 검생이 끙하면서 깨어났을땐 어느 허름한 절이었다. 미륵보살상의 머리 반쪽이 날아간채 미소를 띄으며 그렇게 검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생은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엔 사람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허나 자세히 사체를 봤을때 충격에 휩싸였다.
눈,코, 귀가 실로 꿰매져 막혀있었다. 입만이 꿰메있지 않았다. 이런 엽기적인 일이 자행되다니. 구석에 떠 있던 이존재는 손으로 사체의 머릴 꿰뚫고 뇌를 꺼내보였다. 붉은피가 뚝뚝 떨어졌다.

-흐. 그래 어때? 맘에 들어? 내 작품이?-
-작품이라니. 개소리 집어치워. 이건...대체 뭐야?-
-너희 인간들이 두려워 하는 존재들.-
-...이괴수?-
-그래. 웃기지 않아? 그동안 너희 인간들은 이괴수들을 괴물로만 여겼다는게. 너희와 같은 인간인데 말야. 너도 알텐데, 그들의 피가 붉다는 걸.-
-으ㅡ흑. 우웁...-

검생은 헛구역질이 나왔다.

-그거 알아? 너희들은 여태껏 서로 못 죽여 안달이 났지.잘봐. 이 세상엔 더이상 빛이 비추지 않아. 아! 한곳이 있었더랬지? 그곳도 곧 내가 갈거야. 인간끼리 서로 죽이는게 재미있을거 같아.흐흐흐. 그래서 이괴수라 불리는 놈들을 만들어 낸거야..의도적으로 인간을 멸망시킬수 있는 건 인간뿐이거든.-

사람들은 입을 뺀 나머지 얼굴의 기관을 실로 꿰맨체 신음했다. 죽은 게 아니었다.

-흐흐. 곧 꿰멘 실이 녹아 저들의 살을 붙여버릴거야. 그럼 입만 남지...다 저들이 원한거야.-
-원한거라고?-
-인간이란 것들은 말야. 죽음을 두려워 하거든, 죽음을 대신해 그들이 택한거야. 아마 너도 저 상황이 되면 저렇게 할걸. 인간은 나약하니까. 자. 설명은 여기까지. 네 안의 이존재는 여전히 침묵이구나.흐흐. 뭐 우리같은 이존재들은 다른 이존재하고는 친하지 않아. 각자 개인적으로 행동하지. -

쿠어워..

늘어져있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리 숱이 빠지고, 점점 이괴수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검생은 서둘러 절을 빠져 나왔다. 뒤로 이존재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붉은 피. 더 이상 그들을 죽일수 없다고 생각하는 검생이었다.

[야.야. 계속 말 안할거야?]
[......]

젠장.

검생은 산에서 내려와 민리를 깨웠다. 잠이 덜깬 민리를 업고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못해 이괴수들한테 포위당하고 말았다. 이괴수들은 완전한 모습을 띄지 않고, 어느 정도는 사람모습을 띄고 있었다. 얼굴의 이목구비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괴수들은 울부짖으며 날카로운 손톱을 들이밀고 있었다. 어느새 이존재가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곤 씨익 웃으며 말한다.

-하...이 세상은 너무 어두워.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쿠르르..쾅.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천지를 갈랐다.

삐이...

갑자기 어디선가 귀가 찟어질듯한 고음이 나기시작했다. 검생과 민리는 귀를 막았다. 이존재는 물론 이괴수들도 움직임을 멈췄다. 그때였다. 검생 안의 이존재가 속삭이기 시작한건.

[크크크...]
[뭐야. 이제야 말을 하는거냐? 방금 그건 뭐지?]
[아 미안. 미리 귀를 막으라고 얘기해두는 건데. 크크크. 그 소리는 내가한거야. 이괴수들의 자아를 일깨우는 소리지...]
[자아?]
[크크. 인간의 정신이란 자아와 본능, 무의식이 존재하지...저들의 경우는 본능만이 살아있는 경우야...그래서 내가 자아를 일깨워준거지...자 저들을 봐.]

검생은 이괴수들을 쳐다봤다. 멈춰있던 이괴수들이 칼날같은 손톱을 줄이고, 킁킁 냄새를 맡으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그러고는 서서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내가..이런 모습으로...만수야...만수야...엄마 여깄어...-
-어...엄마...흐흑...으아아!!!!-

울부짖음이 사방으로 퍼졌다.

-이자식. 네 안의 이존재가 한 짓이구나.-

[도망가. 저 이존재는 강해.]

검생은 잽싸게 민리를 등에 업고 달렸다. 등에 업힌 민리가 가늘게 몸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기도를 하는걸까?
자아가 돌아온 이괴수들은 울부짖으며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촥..촤작..

-마...만수야..-
-어..엄마..미안해요...우린...인간이...-



이괴수들은 긴 손톱을 드리우며 서로 몸을 찢어됐다. 어떤 이괴수는 배가 차르륵 소릴내며 갈라져 내장을 토해냈고,다른 이괴수는 옆에 이괴수의 목을 물어뜯어 한움큼 집어 삼켰다. 그러고는...머리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정말이지 끔직한 광경이었다.그리고 슬픈 광경이었다. 붉은 피.

[저걸 봐. 자아와 본능이 충돌하는거야. 끔찍한 자기의 모습을 서로 인정할수 없는거지. 참 나약한 존재야.]


민리는 검생의 등에 업혀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이런 장면이 민리에게는 너무 충격적이었을것이다. 검생은 뛰었다. 시내로 가자면 사람들의 피해가 갈까, 외진 곳으로만 달리고 있었다.

-거기 서.-

검생의 앞을 가로막는 이존재.무료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씨익 미소를 짖는다.

-흐흐...뭐 저런 괴물들이야. 언제든지 만들수 있어. 하지만 내 계획을 망친 너와 그 안의 자식을 가만두면 안돼겠지?-

검생은 주먹에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

-기운이 모이지 않아.-

[어떻게 된거야?]
[.......]
[야!]
[저번에 넌 너무 힘을 썼어...... 너의 생명은 얼마남지 않았어.]
[......]

허무해지는 검생이었다. 온 몸에 힘이 주욱 빠지는 것 같았다. 하필 여기서...
그때였다. 검생의 가슴에서 하얀 것이 쑤욱하고 나온 건. 이존재였다.
몸에서 나온 이존재는 형태를 갖추더니 하얀 날개를 곧이 피고 기지개를 폈다. 그리곤 웃었다.

-크크크. 네 놈안에 갇혀만있어 답답하던 터였다. 몸 좀 풀어볼까-

나를 가로막은 이존재는 내 안의 이존재를 보고 말했다.

-흐흐. 네 놈이구나.우린 서로 하는 일에 상관치 않는 존재 아니였던가?-
-크크크. 난 뭐든지 내맘대로 한다. 네가 하는게 맘에 안들어.-

-야. 검생. 넌 먼저 가있어라. 그곳으로.-
-그곳?-
-그래. 그곳.크크크. 저 자식과 한판해야겠어. 걱정마. 이번건 너의 생명은 줄어들지 않아. 크크크-
-어째서...-
-오해는 말아. 네 안의 있는게 답답하고 무료해서 나온 것뿐이야. 어서 가. 크크크-
-...... .-
-걱정말아. 난 강하니까.-

검생은 민리를 업고 달렸다. 이존재가 검생의 몸을 나와서였을까. 체력이 떨어지고, 금방 숨이 차올랐다.
그리고 온몸의 통증이 느껴졌다. 팔이 없는 한쪽 옷소매가 바람에 휘날렸다. 팔에 통증이 느껴졌다.

[...너의 생명이 얼마남지 않았어...]

그말이 머리속에 맴도는 검생이었다.
갑자기 엄마와 동생 민주가 보고 싶은 검생이었다. 죽어도 볼 수 없기에. 검생의 영혼은 소멸하고 말것이다.
검생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검생은 생각했다.이괴수도 결국은 인간이었다는 것을. 결국 인간은 인간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검생은 어서 제주도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유일하게 빛이 비추는 제주도가 위험하다.
이존재가 한말이 생각났다.

[인간을 멸망시킬수 있는 건 인간뿐이거든...]


검은 비가 내리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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