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혁의 얼굴과 내 얼굴이 파랗게 질려갈때 저 멀리 눈을 뜰 수 없을만큼 따가운 빛이 우리 눈에 보였다. 수혁은 내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더니 나중에는 내 손을 잡고는 뛰기 시작했다. 난 너무 빨리 뛰는 수혁때문에 철민을 잡은 손을 놓을뻔 했지만 철민이 내 손을 꽉 잡아서 다행히 철민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수, 수혁아! 왜 이렇게 빨리 달리는거야!"
"...무서워... 무서워 미칠것 같아..."
수혁은 얼굴이 너무도 파랗게 질려서 내가 수혁에게 다가가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난 그냥 수혁의 손을 꽉 잡고 같이 뛸 뿐이었다.
"너희는 그 보트에 탈 수 없다... 그 보트는 하얀저택의 것이다... 너희는 살아있다... 못탄다.."
철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철민의 눈은 검은 눈동자가 없고 그 하얀색의 눈에선 붉은 피가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처, 철민아!"
철민은 그 말을 하곤 그대로 눈을 감아버리며 자리에 털썩 누워버렸다.
"철민아! 정신차려, 인마!"
가던 길을 멈추고 난 책을 땅에 내려놓고 수혁을 등에 업었다. 그런데 그 때, 하늘에서 천둥이 치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앗, 제길!"
난 나도 모르고 실수를 해버렸다. 동생을 업으려고 책을 놓은것은 우리가 죽어버릴 수도 있을만큼 큰 실수였다. 난 책을 들려고 책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었다. 수혁은 머리를 감싸쥐고 땅바닥에 뒹굴었고 철민은 눈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뭔가를 중얼거렸다.
"아, 안돼! 이럴 수는 없어! 저 앞이 바로 탈출인데! 이럴 수는 없어!"
난 책을 집어 여기저기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뭔가 책을 위에서 짓누르듯 책은 한장도 넘길 수가 없었다. 난 책을 피기위해 필사적이었으나 '그것'을 보고 책을 피기는 커녕 책을 손에서 놓을뻔 했다.
"서... 선원... 눈이 하나없는..."
선원은 내 말에 책을 내 손에서 빼앗으며 날 쳐다봤다.
"그래... 눈이 하나 없지... 그리고 다리도 하나 없단다... 히히히..."
선원은 자신의 다리를 보여주며 썩어버린 얼굴에 미소를 어보였다. 그 미소는 정말이지 악마가 웃는듯 했다. 난 그 선원으로부터 뒷걸음질치며 이 현실에 절망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그 때, 머릴 감싸쥐고 괴로워하던 수혁이 그 악마같은 선원으로부터 몸을 날려 그의 손에 책을 빼앗았다. 그리곤 책을 폈다.
"주문! 주문! 주문이 필요해!"
수혁이 책을 잡아 뭔가를 찾으려 하자 선원이 얼굴을 일그리며 수혁에게 달려들었다.
"죽어! 죽어버려!!"
선원은 수혁에게 달려가 목을 붙잡아 꽉 조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혁은 책을 내게 던지며 외쳤다.
"주, 주문을 외쳐... 주문... 큭!"
난 책에서 주문이란 단어를 찾아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주문이란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주문 찾는걸 포기하려는 순간 이상하게 생긴 종이조각이 보였다.
"가진 자 살것이오 없는 자 죽을것이다..."
난 그것을 수혁의 머리에 얼른 가져다 붙였다. 내가 부적을 수혁에게 붙이자 수혁을 죽이려고 목을 조르며 수혁과 몸싸움을 하던 선원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난 수혁을 보다가 철민이에게 눈을 돌려보았다. 다행히 철민은 그 자리에 누워 조용히 자고 있었다.
"휴우..."
비는 또 언제 그쳤는지 숲엔 산들바람만 불고 있었다.
"으으... 머리가 깨질것 같아..."
수혁의 얼굴도 원래의 수혁으로 돌아와 있었다. 난 이제 모든것이 끝이 났구나 하는 마음에 철민을 등에 업고 수혁의 손을 잡아 아까부터 우릴 기다리는 듯 빛을 환하게 내고 있는 해변으로 나갔다.
"보, 보, 보트다!!!"
수혁은 기쁜듯 펄쩍펄쩍 뛰어서는 보트에 올라탔다. 나도 철민을 데리고 보트에 올라타서는 최대한 빨리 노를 저어 섬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어느정도 섬이 보일락 말락 할때쯤 난 내 손에 쥐어진 책을 바다에 휙 던져버렸다. 그리곤 섬을보고 웃었다. 활짝.
"난 이제 자유다! 알겠어? 이런 멍청한 섬아! 내 말 잘들어! 난 이제 자유야!!"
그렇게 외치고 그만 수혁의 옆에서 같이 골아떨어져버렸다.
"아함~ 잘잤다."
내가 눈을 떴을땐 내 집이었다. 난 머리를 긁적거리며 내가 누워있던 침대에서 내려와 거울을 봤다.
"어라? 그게 다 꿈이었나? 왜 내 얼굴이 그대로지? 난 분명 거기서 얼굴이 까지고 터져서 피부가 많이 다쳤을텐데..."
난 침대로 고개를 돌려 내 침대에 놓여진 한권의 책을 들었다. 그리곤 놀라 기절할뻔 했다. 내가 내 손으로 든 책은 바로 섬에서 줏었던 책이었기 떄문이었다.
"이, 이럴수가! 꿈이 아냐?!"
난 창문을 열어 바깥을 봤다. 바깥은 내가 아는 나의 동네가 아니었다. 난 혹시 나 없는 사이 이렇게 변한건가 해서 TV를 틀어보았다.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 태평양 한가운데서 작은 보트를 발견했습니다. 거기에 소년들중 한 소년의 말에 의하면 그 소년들은 이름이 민철, 수혁, 철민 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상한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10년전 실종된 아이들과 같은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이 아이들의 얼굴은 그때의 아이들의 얼굴과 너무도 똑같았습니다."
난 더 이상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펼쳐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