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내안에서 무언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다.내 안에서 무언가가 작은소리로 소곤거리는게 신경쓰여 잠을 이루지 못할때도 있었다. 어느때는 꿈으로 나타날때가 있다. 꿈에서도 그 형태의 실루엣이 보였지만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그리고 그가 비웃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크크 하는 소리가 얼핏 들렸기때문이었다.
[내가 미친건가? 요즘 너무 집에만 쳐박혀 있었어.]
-야 기상아.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일자리나 구해봐-
문밖에서 어머니의 잔소리가 들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변변한 대학이나 직장을 가지지 못한 나는 매일 밤 을 지새며 온라인 게임에 한참 빠져있었다. 사실 사회에 발을 내디기가 두렵다.
난 대문 앞에서 노오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에서 작은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다. 사람들 모두 위를 쳐다 본다.사람들의 표정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찡그려진다. 작은 무언가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간다. 어머니가 뒤에서 뭐라고 소리친다.
파팡.
작은 무언가가 점점 커져 지상에 부딪힐때즘 폭발음을 내며 터졌다. 그 엄청난 폭발에 모든 게 재로 변해갔다. 어머니도 나도 동생도. 내 몸이 타면서 본 것은 검은 하늘과 내안의 있는 그 무엇의 실루엣.
-야 기상아 일어나라. 잠만자지 말고 일어나-
잠에서 깼다. 꿈이였구나. 잠에서 깬 나는 신경질이 팍 났다. 가뜩이나 꿈자리도 뒤숭숭해서 기분이 좋지 못한데 어머니가 잔소리를 해대니 짜증이 팍 났다. 난 문을 열고 어머니에게 소리쳤다.
난 내 가슴을 쥐어짰다. 닥치라고 닥치란 말이야. 시간이 지나자 내안의 무언가는 말하기를 멈추었다. 해가 지려는지 하늘이 짙어졌다. 내 오른편으로 태양이 지고있었다. 석양이 아름답게 비추었다. 골목 끝에서 동생이 학교가 끝났는지 오고 있었다.
-오빠. 여기서 뭐해? 뭐야.. 엄마랑 싸웠구나.- -아아..시끄러워. 어서 들어가.- -오빠 그러지말구..- -시끄러워. 어여 들어가. 난 좀이따 들어갈게.-
머뭇거리던 동생은 이내 집에 들어갔다. 가슴이 씁슬하다. 다시 담배를 꼬나물고 후우 하고 담배연기를 하늘을 향해 내뱉었다. 하늘은 노랗다.
응? 하늘이 노랗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였다. 내안의 무언가가 말하는게 들리기 시작한건.
[크크크...] [넌 누구지..?...넌....나냐?] [하하하. 아주 웃겼어. 넌 너가 미쳤다고 생각한거야? 크크 난 네가 아냐.] [그럼..넌 누구지? 넌 내 꿈에도 나타났었지?] [그래. 다 네말이 맞아. 난 너에게 앞으로 닥칠 일을 보여주고 싶었던것 뿐이야.] [닥칠일이라고?] [하늘을 봐.]
하늘에서 작은 무언가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꿈을 꾸었던게 생각난다. 혹시?
[그래. 혹시가 역시다.]
난 하늘을 바라다 보았다. 점점 커지자 그건 미사일 같은 것이라는 걸 알았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집에 들어갔다. 조용하다. 난 내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궜다. 두려웠다. 진짜 꿈처럼 된다면 모두가 죽는다.
[어,어이. 이봐. 내말을 잘 듣고 따르면 넌 살 수있어.] [어.어.어떻게..?] [하하. 그렇게 떨지말라구. 내 말대로만 하면돼. 우선 지하실로 가라구.]
난 이불을 뒤집어 쓴채 지하실로 갔다.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땀이 온몸에 흐른다. 하아...하아...
[자 문을 걸어잠구라고. 절대 문을 열어주면 안돼. 나머진 그냥 기다리는 것뿐이야. 내 힘으로 이곳을 보호해주지.크크] [너..너 말야. 정체가 뭐지?] [크크..정체라. 그냥 이존재(異存在)라고 해둬. 난 이세상의 존재가 아니니까. 내가 널 살리는 건 그다지 이유가 없어. 그냥 해주고 싶어. 크크..그 대신......]
콰콰쾅...
귀가 찟어질듯한 폭음이 들렸다. 난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았다.
으아아아아!!
쿠쿠쿠릉릉. 사방이 흔들렸다.
탕.탕탕.
-거기 오빠야? 문 좀 열어줘. 무서워...오빠-
[문을 열어주면 안돼. 넌 죽어. 크크크]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오빠. 문 좀 열어줘. 엄마가..엄마가.,. 오빠 너무 뜨거워-
[크크. 열어주면 너도 죽어.]
-오빠!!!!-
[크카카카.]
-오빠......오빠라도...꼭 살아야돼....-
민주야!
미쳤어.미쳤어. 나 살자고 가족을 버리려하다니.. 이쓰레기 쓰레기..
난 문을 열려고 달려갔다. 하지만 문을 열리지 않았다. 이존재의 짓이다.
으아아!!쾅! 쾅! 십x 십x 문열어! 열란 말이야. 난 문을 주먹으로 마구쳤다. 문은 끄떡없다. 주먹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아픈건 느끼지 못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거지? 엄마를 민주를..버리다니...내 사랑하는 가족들을....
손마디마다 살갖이 찟어졌다.
그 후로는 생각나지 않는다. 울부짓다 잠이 들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잠에서 깰땐 어둠뿐이었고, 지하실 문을 열어 지상밖으로 나갔을땐 뭐든게 페허가 되어있었다.
하늘은 너무나..슬프도록 어둡다.
-흑흑...엄마..민주야..-
[크크크...어쩔수 없지 않았나? 네 잘못은 아니야.] [닥쳐.날 왜 살린거야. 나도 함께 죽었으면...]
아,,,정신이 혼미해져왔다. 어머니..민주야...
사람들은 이 날을 '검은 날'이라고 불렀다. '검은 날'을 시작으로 3차대전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대게가 페허가 되었다. 미국이 그런건지 일본이 그런건지 누가 그런건지 알수가 없었다. 3차대전은 승자가 없는 패자뿐인 전쟁이었다. 난 이름을 버렸다. 난 죄인이다. 죄책감의 무게가 내어깨를 누른다. 땅속으로 꺼져버릴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