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아아.....'
바다가 보인다. 검은 바위들도 보인다. 눈앞에 이런 것들이 아련히 보이고 있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여기는 어디야?"
분명 가라앉으려 했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후로의 기억은 전혀 없다. 눈앞에는 넓은
모래사장이 보일 뿐이다. 검은바위들이 모래사장 여기저기에 널려 있고, 뒤에는 잿더미가 돼버린 숲이
있다. 노르스름한 바닷물이 모래를 휩쓸고 있다.
"여기는 아무래도 그 섬 인것 같은데..."
내 몸에 묶여 있는 단열재가 굉장히 크게 부풀어 있다. 공기가 꽉차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공기
는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아마도 황 냄새인 것 같다.
"이 단열재, 공기가 가득 들어있는데?"
화산이 폭발할때 나온 황산가스. 그 기포가 단열재를 크게 부풀려서 내가 떠오른 것 같다. 내 몸집
에 2배 가량 부풀어 있는 단열재. 뜨거운것을 막으려 했던 이 천막이 이런식으로 나를 구원할 줄은 예
상하지 못했다.
어쨋든 이곳을 정찰해 봐야겠다. 이 섬에서 몇가지 단서를 얻어 가야한다. 이런 자연재해에는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다. T가 발견하지 못한 단서. 피곤하긴 하지만 몸을 일으켜야 겠다.
"으허허헉...헉..헉..."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산성화 된 바닷물 때문에 몸이 녹아 버린것 같다. 몸이 달라 붙어있다. 온몸이
다 타버린 연탄처럼 새까맣다. 게다가 녹아버린 팔이 옆구리에 달라 붙어있다. 마치 병신처럼 팔이 옆
구리에 붙어서 움직일수 없게 되었다. 왼손의 손가락도 한 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이 정도로 바다가 강산화 되다니..."
쓰라린 몸을 이끌고, 섬 중앙을 향해 다가갔다. 물론 그곳에 마을이 있을 턱이 없다. 이미 잿더미가
되버린 마을, 지진으로 갈라져버린 땅들, T조사원의 보고서가 옳았다. 이건 신이 내린 재앙이다. 어쨌
든 마을이 있는 곳에서 몸을 씻고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
"물... 물.... 물 어딧어!!!"
'쏴아~'
어디선가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저 멀리 냇물이 보인다. 저기에서 몸을 좀 씻어야 겠다. 이대로
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 몸이 쓰려 죽을 것 같다. 팔을 보니 마치 영화에 나오던 좀비처럼 흑갈색 이다.
"이제야 살것 같네... 으..으읔...쓰려..."
몸에 있는 황산을 다 제거하고, 달라 붙어 버린 발가락과 팔을 조그만 유리조각으로 떼어냈다. 통
증이 심하다. 발가락 사이사이를 잘라 낼때 마다 미칠것 같은 고통이 몰려 온다. 팔을 옆구리에서 잘
라 내는 건 도저히 상상할수 없는 고통이다. 생살을 유리조각으로 도려내는 느낌. 새까맣게 썩어버렸
는데도 신경세포는 살아있었나 보다.
"얼얼.... 파..팔...파..팔...."
주위에 있는 얆은 나뭇잎으로 절단 부위를 감싸고 서서히 잠들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역한 황산냄
새를 맡으며, 몸을 회복해야 겠다. 저 멀리 검은연기가 보이고, 그 아래 타버린 수많은 나무들이 보인다.
#
"J박사님! 그러길래 제가 같이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T의 목소리가 환청이 되어 들려온다. 그 때 T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지금의 병신꼴은 당
하지 않을 것이니. 어서 수면을 취해야 겠는데 T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J박사님, 저기에 동굴이 있으니 저기에서 쉬도록 하죠."
T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아니, 눈앞에 T의 얼굴이 보인다. 이젠 환각 증세까지......
아니! 분명 T가 있다. 녀석이 나를 찾아 온것이다.
"T, 자네가 어떻게 이곳에 있지? 자네가...."
"걱정되서 따라왔습죠. 그게.. 헬기를 타고 오긴 했는데...."
저멀리 망가져버린 헬기가 보인다. 날개는 완전히 꺽여 버리고 불에 탄 흔적이 보인다. 녀석도 자연재해
때문에 패해를 보았나 보다. 하지만 녀석은 멀쩡해 보인다. 나를 동굴로 가자고 재촉하고 있다.
"알겠네, 동굴로 가서 좀 자야겠구만..."
'쩌어어억......'
소리가 들려온다.
'쯔어어어어어억.........'
불안함이 엄습해 온다. 뭔가가 갈라지는 느낌. 저 멀리 있던 흑갈색 나무가 갑자기 사라졌다. 잠시후
그 옆에 있던 나무도 사라진다.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 앞에 있는 나무도 사라지고, 그얖에 나무
가 사라진다. 계속해서 어딘가로 사라져 가고 있다.
"나무들이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있다는 것은...."
나는 지금 뛰고 있다. 몸의 통증은 신경쓰지 않는다. 단지 뛰고 있다. 뒤로... 점점 섬 가운데로..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점점 나에게 다가 온다. 뛰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또한
저 나무들 처럼 이 섬의 땅속에 파묻힐 것이다.
"으아아아악!!!! T, 이곳으로 빨리 뛰어!!"
조사원T가 모래사장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그곳은 안된다. 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뛰어야만 하는데,
저렇게 식물하나 없는 모래사장은 위험하다.
"T, 이곳으로 와!! 그곳은 안돼!!"
지진이 낫을 때는 숲으로 가야한다. 모래사장처럼 식물 하나 없고 건조한 땅은 머지않아 갈라져버리기
마련이다. 숲처럼 식물이 많고, 그 튼튼한 뿌리에 의해 안정하게 된 땅은 지진이 일어나도 쉽게 갈라
지지 않는다. 그런데, 녀석은 모래사장으로 가 버렸다.
"이곳으로 오라고!"
"알겠습니다!!! 하지만..."
T 바로 앞의 땅이 갈라진다. 하마터면 갈라진 땅속에 빠져 버릴뻔 했다. 간신히 매달려있는 T가 보인
다. 저러다간 곧 떠러져 버릴 것이다.
"T, 안돼!!!"
#
다행이다. 옆에 있던 덩쿨로 T를 구해 냈다. 저런 엉터리 조사원을 뭘 믿고 고용했던건지... 하긴 녀
석, 나에 대한 충성심 하나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헉헉헉... 박사님 어서 가시죠."
T와 나는 숲으로 뛰어가고 있다. 몸의 통증은 잊은지 오래이다. 쓰려져 버릴것 같다. 정신이 혼미 해
진다. 뒤에는 수많은 갈라진 땅들이 보인다. 그 갈라진 틈으로 하얀 석회암이 보인다. 석회암에 대한
지식들이 떠오르고 있다. 물에 쉽게 녹아 버리는, 그게 이섬의 문제라는.......
몸의 통증이 갑자기 커지고 있다. 생각이 꺼져가고 있다. 아니 생각을 할 수가 없다.
"T..........."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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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는 절대 비현실적인 요소는 넣지 않을께요...^^;;
열심히 적은건데.. 비추가 한두개가 너무 서럽네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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