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로운 오피스텔안에는 왠일인지 오늘따라 그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그 손님들을 맞이할 주인은 이미 싸늘한 시체로 바닥에 누워있은지 정확히 34시간만의 일이다.
「제기랄. 또인가..?」
유경사은 시체를 보고는 언른 챙겨온 손수건으로 입부터 막았다. 경력 25년이 넘어선 그는 이제 50새가 넘은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견고히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가 경사자리만을 유지한건 그의 청렴결백함 떄문이었을까. 그것은 그의 나름대로의 긍지와 자부심이 있기에 적어도 경사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이었을지도 모른다.
「경사님 피해자의 시신에서 이런게..」
「후.. 세상이 미쳐버린건가?」
한 순경이 건내준 유서. 그것은 너무나도 황당무개한 소리임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경사는 깊은 한숨과 함께 혀를찼다. 정말 세상이 미쳐버린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그의 뒷골을 시리게 만든다.
「젠장.. 타살도 아니고 자살이 벌써부터 3건이라니.. 게다가 유서문도 똑같아.」
「허억.. 허억..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는데 차가밀려서요.」
이미 한참 작업을 벌이는 도중에 들어온 사내가 유경사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래 말했다. 하지만 '또야'하는 식의 그의 날카로운 눈초리는 이젠 피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언제나 그런식이었으니, 이젠 그에게 찍히게 되어버린 불쌍한 신세의 손경장은 의외로 25살로 경장을 맡고있는 사내였다.
「우욱.. 이거 장난이 아니군요..」
하지만 변명할 틈도 없이 시체를 향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은 딱해보였다.
「정말.. 타살이면 모를까.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정신이길래 이렇게..」
손가락은 끝마디가 모두 잘려나가 있었다. 양쪽눈은 도대체 어떻게 이랬는지 실생활용 가위로 도려져 그냥 명주실 바늘로 아무렇게나 꼬매져 있었다. 코는 이미 잘려나갔고, 귓역시 잘려나가 무엇으로 쑤셨는지 고막은 벌써부터 터져있었음이 분명했다. 유일하게 정상적인 입. 하지만 입안은 최후를 알리듯 혀는 잘려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그녀가 누워있는 자리에 그려져있는 육망성. 그것은 그녀의 도려진 손가락들로 뿜어져 나오는 피로 그려졌음이 분명했다.
「이름은 이미세 23세이고, 일주일후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독주 공연을 갖을 예정이었지.」
하지만 유경사가 일일히 설명을 않해주더라도 손경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세, 8살때부터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던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까지 자학을 했지요..? 게다가.. 눈이 저런꼴인데 어떻게 저런 모양까지.. 정말로 자살이 맞는건가요?」
「하지만 자내도 알지않나. 이미 전의 두명다 자살이었어. 역시 예외도 아니겠지.」
결국은 마지목해 유경사는 떨리는 손으로 담배갑에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불안함에 빠진듯한 깊은 노인의 눈동자는 그 오랜새월 경력을 싸그리 무시해버리는듯 하였다.
「괜찮으 십니까?」
「아아.. 괜찮아. 이거 나이를 먹으니.. 점점 이일도 힘들어 지는군..」
희뿌연 담배연기가 매콤하게 현장을 휘덮는다. 그리고 유경사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