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커플2년차..... 동호와수진......... 오늘도 수진은 동호의 오피스텔에서 그를 위한 저녁식탁을 풍성하게 차리기 시작했다.
요리 솜씨가 없는 수진은 사랑하는 동호를 위해 두 달째 요리학원에서 요리를 배워왔다. 식탁엔 벌써 동호의 입맞에 맞는 요리들이 하나씩 올려지고,자신도 모르게 수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콧노래가 집안가득 퍼지고 있었다.
"후후...우리 동호씨가 좋아하는 갈비에 보글보글 된장찌게.... 난 정말 사랑받는 아내가 될꺼야..... 수진의 머릿속에는 이미 예견된 행복이 머리속에 그려져있고,사랑하는남자를 위해 애쓰는 자신의 모습이 대견하기까지 하였다.
수진이 대학을 졸업해 어렵사리 OO물산에 입사했을때 사회초년병으로써의 겪어야할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더욱이 아름다운 외모에 팔등신 몸매는 으레이 갖게 되는 회식자리에서 상사들이나 남자직원들의 음탕한 눈길과 음담패설등의 표적이 되곤했었다. 수진을 사이에두고 서로 술잔을 권하며 은근히 수진의 가슴을 슬쩍 건드리는가 하면, 격려의 말과함께 수진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기 까지했다.
거기다 여직원들의 시샘과 질투는 더욱더 수진을 괴롭혔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수진을 감싸주며 지켜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지금 그녀가 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그 남자. 이동호. 휜칠한 외모에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사내에서 인기가 높았던 동호는 수진에겐 위기때마다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는 백마탄 왕자였다.
이미 사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두사람의 사랑은 깊었으며수진의 부모들도 예비사위인 동호를 마음에 들어했다. 백마탄 왕자에게 모든것을 바쳐 사랑하는 수진에게는 동호의 오피스텔이더 이상 동호의 보금자리 만은 아니였다.
"오늘도 동호씨는 왜이리 늦는거야~~치! 이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자기를기다리는데......오면 혼내줘야지...우리 애기도 이렇게 아빠를 기다리는데..........." 수진은 배가 꽤 불러있었다. 수진이 임신사실을 알렸을 때 동호는 뛸듯이 기뻐하며,당장 수진에게 회사를 그만둘것과 배가 불러오기 전에 결혼식을 올릴것을 얘기했다. 수진은 불러온 배를 감싸앉으며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에 앉아 맛있게저녁을 먹을 동호를 상상하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딩동""딩동" 드디어 동호의 귀가를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고,수진은 한달음에 현관으로 뛰어가 "동호씨...왜 이제야 와"라며 굳게 닫쳐있던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밖에 사람은 동호가 아니였다.
"아이고..수진아!!불쌍한것...흑흑흑........... 또 여길와 있으면 어떻게해...흑흑흑............ 동호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는 수진의 부모만이 덩그런이 서있었다. "수진아~집에가자 아빠가 이렇게 빈다.. 제발 정신좀 차리고 집에가서 뭘 좀 먹자..........
수진의 아빠는 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애원을 했다. 수진은 소리치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들이야~여기가 내 집이고 지금 동호씨 기다리고 있어... 지금 온단말야~~아침에 내가 새로 산 양복에 구두까지 내 손으로 신겨서회사 출근시켰단 말야.....내 집은 여기란 말이야!!!!
수진의 엄마는 딸의 배를 보고 더욱도 복바쳐 오르는 울음을 참을수 없었다. 딸의 치마를 걷어 허리에 감겨있는 인형을 빼 내동댕이 쳤을때는 이미 실신지경이였다. "같이 죽자..수진아..흑흑흑..이 에미랑 그냥 꽉 죽어버리자... 흑흑흑 이 불쌍한 것아... 수진의 엄마는 현관에 털썩 주저앉아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죽어!"우리애기랑 동호씨랑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내 애기 돌려줘...돌려달란 말이야..어서....아악악악악........ 수진의 악을 쓰기 시작했다. 늦은 저녁 오피스텔에 울려퍼지는 고함소리에 옆집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니..저 아가씨...이 집에 드나들면서 이 집 총각이랑 곧 결혼식올린다고 했던 그 아가씨 아냐? "맞어...아니 세상에 저 몰골이 뭐야.....사람의 형상이 아니잖아..에그머니~귀신도 저보단 낮겠네....근데 왜 저래...."
수진의 눈빛는 피빛을 띠고,소매밖으로 나와있는 앙상한 뼈마디는손목이라 말할수 없었다. 쥐어뜯겨진 머리카락은 군데 군데 빠져있었고,그 탐스럽고 이쁘던 얼굴은 바람빠진 풍선마냥 쪼그라들었고,동호가 늘 칭찬해 마지않던 그 붉은 입술은 지독한 파란색을 띄고 있었다.. 굶주린 짐승이 덫에 걸린듯 주위를 경계하며 내동댕이 쳐진 인형을 얼른주워 품에 안은 수진은 현관문을 잽싸게 닫아 버렸다.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손으로 문을 잠그고 돌아서 식탁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동호가 앉아 있었다.
"동호씨...미안해요..이렇게 왔있는줄도 모르고.... 수진은 서둘러 찌게를 데우고,동호가 샤워 할 수 있도록 뜨거운물을 욕조에 받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현관밖에서는 수진의 부모들이 수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수진은 문밖을 외면하며 동호를 위한 만찬을 준비했다.
선선히 부는 가을바람이 기분좋게 뺨을 스치는통에 수진의 부푼가슴은터질듯하였다.빌딩숲 옥상이라 하지만 항상 동호와의 데이트 장소로 옥상한구석은 안성맞춤이였다. 뚜벅뚜벅... 그의 발자국소리가 들린다.. 저기 온다 나의 사랑.... "수진아....무슨일인데....저녁때 오피스텔에서 보기로 했잖아.... 곧 동호는 수진의 임신사실을 전해 들었다.. 동호는 감격한 나머지 눈물까지 보이고 말았다. 부모형제 없이 홀홀단신 서울에서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외롭게 지내온 동호에게 수진은 더 할나위 없이 다정한 어머니이자 연인이자 반련자이다.. 그런데 거기다가 자기의 2세까지 잉태를 했다니 그 기쁨은 하늘을 날아 저 땅 끝까지 몸이 닿을 것만 같았다. 동호는 수진을 번쩍 들어 안아 올렸다. "수진아~정말 정말 행복하게 해줄께...사랑해... 그리고 나 이번에 해외수출건에서 계약만 선사돼면 승진은 문제없어.... 나 해외출장갔다오면 바로 식올리자..." 수진은 동호의 눈에 그렁그렁맺혀 있는 눈물을 닦아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계획에도 없는 아이여서 동호가 지우라고 하면 어쩌나 하고 내심걱정이였는데,이렇듯 기뻐해주니 수진은 도리어 고마울 지경이였다.
1주일간의 해외출장을 앞두고 동호와 수진은 벌써부터 흥분과 아이대한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었다.. 출장을 떠나는 동호의 뒷모습을 수진은 눈속에 영원히 담아두기라도 하듯이 끝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3일뒤.... 오피스텔을 청소하며 한가로히 라디오를 듣던 수진의 귀에 낮익은 이름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긴급 속봅니다..미국의 한 식당에서 총을 든 괴한이 총을 난사해 13명이 사망했습니다.이 가운데 우리나라 사람 한 명이 포함 돼어 있어 정부가 나서 신원확인에 나섰습니다.. 이미 밝혀진 바로는 서울시 소초동 xx에 소재가 있는 이동호씨라고 합니다..... 수진은 머리 속이 하얗게 돼는것을 느끼며 곧바로 회사로 전화를 했다. 그다.................. 그가 죽었다.............................. 머리와 목에 총을 맞고 그자리에서 죽었단다.............. "왜? "그 사람이 총에 맞았을까? 왜 그 사람이 죽어야 하지?" 그 순간............ 수진의 다리사이로 뜨거운 것이 흐르기 시작했다. 너무 뜨거워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다. 가만히 고개를 밑으로 내리니 시커먼 피가 흐르고 있었다.. 예리한 칼로 아랫배를 쑤셔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악악악악............................" "안돼...................................." 수진은 단마말의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다.
얼마나 지났을까..수진은 아직도 동호의 체취가 느껴지는 침대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체 수진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망부석이 돼어 그가 저 문을 열고 들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딸그락""딸그락" 누가 열쇠를 따고 이 집에 들어 올려고 하였다.. 수진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이 오피스텔의 열쇠는 딱 두개...나와 동호씨만이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동호씨다.." 수진은 엉거주춤 자세에서 동호를 맞아들였다.. 그런데 동호씨 목이 한 쪽 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 자세히 보니 동호씨의 목의 절반이 떨어져 나가고 없다. 그 목에서 알수 없는 진득한 검붉은 액체가 쉴새없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 잘생긴 얼굴이 형체를 알수 없을 만큼 구멍이 나있다. 수진의 아름다운 모습을 매일 감상하던 눈은 가느다란 힘줄에 간신히 매달려 동호의 입주의를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하고................. 수진에게 감미로운 입맞춤을 해주던 입술은 어디로 갔는지 잇몸과 하얀이빨만이 그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 탐스럽던 검은머리카락대신 구불구불한 뇌골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쒸..쓋... 수진의 이름을 불러보려하지만 성대가 반이상 날아가 버러 쇳소리만이나고 있었다.
"동호씨....동호씨? "맞지?? 우리 동호씨...흑흑 난 믿고 있었어 동호씨가 죽지않고 날찾아올꺼라고 믿고 있었다구..... 모두들 동호씨를 화장시켰다고 했지만 난 거짓말이란걸 알았어.... 이렇게 살아있잖아...먼 길온다고 피곤하지? 우선 여기 좀 누워......" 발걸음을 뗄때마다 동호의 머리는 몸에서 떨어질듯 말듯 곡예를 하는것같았다. 동호는 침대에 앉아 수진에게 손짓을 해서 자기에게 안기라고 하였다. 수진은 주저없이 동호의 품으로 뛰어 들어가 얼굴을 묻고 행복한 웃음을지었다. "동호씨...빨리 자야지 낼 출근하지...내가 내일 아침 맛있게 밥해줄께. 이제 멀리가지마...내가 안보낼꺼야...절대로......우리에겐 곧 태어날아기도 있잖아....." 그렇게 망자와의 동거는 시작돼었다.
대략2년전에 천둥번개 치던날 지었던 공포물인데 지금 보니 참 헛점투성이에 부끄럽네여.. 걍 심심풀이로 읽어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