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의 집시 1 (1~15) 출처 오인용

풍경운영자즐 작성일 07.07.03 22:58:55
댓글 3조회 1,676추천 2

1. 식인화(食人花)

 

 

 


-도플갱어를 보는 자는 일주일 안에 죽는다.

 

 그럼 도플갱어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카일행

 

 

 


<제4의 눈의 현상! 눈 깜짝할 사이에 외국으로 와버린 택시와 운전기사!>

 

인천에 거주 중이던 37살의 김○○씨는 눈 깜짝할 사이에 미국의 워싱턴에서 발견되었다. 김○○씨는 늦은 밤 인천 주변을 돌면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었고, 워싱턴으로 발견될 당시 수봉산(壽鳳山, 104m)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본인 스스로도 왜 워싱턴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 하였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수봉산 근처에 있을 당시 갑자기 흐릿한 안개가 연기처럼 밀려와 시야를 가렸고, 그 순간 광(光)이 보이며 위싱턴(Washington D.C.)의 한 저택 지붕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택시가 옮겨져 있었다고 했다. 있을 수 없을 법한 이 신기한 일은 [제4의 눈]의 현상이라고 불리며 세계 각지에서 종종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메마른 나뭇잎 소리가 어둠이 짙게 깔린 산 속에서 흘러나왔다.

 

산 속에는 두 명의 사내가 열심히 길을 찾고 있었다. 이들이 움직일 때면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소리와 잔가지가 부러지는 소리 등 고요한 정적을 깨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산은 다름 아닌 <수봉산(壽鳳山)>으로서 매우 위험한 곳이었다. 수봉산은 겨우 지상에서의 높이가 105미터도 채 되지 않았지만 11명의 사람을 실종시킨 저주받은 산이었던 것이다. 고인돌이 많고, 동굴까지 있어 문화지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었지만 무슨 연유인지 3년 전부터 수봉산에 들어간 사람들은 모조리 실종이 되곤 하였다. 그리하여 산 입구에는 <위험지대 : 최고의 비극을 맞고 싶지 않다면 절대로 들어오지 마시오!> 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의 푯말까지 쓰여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 두 명의 사내는 푯말을 보았음을 뿐 아니라, 수봉산의 저주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불행하다 못해 비극을 맞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겨울이 가까워지자 해는 짧아지고, 바람은 더욱 차가워졌다. 날이 저물자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생명체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었다. 우웡, 우웡 올빼미 울음소리와 박쥐의 날갯짓소리 등 지금의 수봉산은 스산하기만 했다.

 

박쥐의 날갯짓소리는 수봉산에 들어온 두 명의 사내 중 무테안경을 쓴 사내의 귓전을 매섭게 스치며 들려왔다. 그는 늘어선 소나무 아래 오랫동안 묵묵히 서 있었다. 그가 서 있는 소나무에는 붉은 색의 너덜너덜한 옷 조각이 묶여 있었다. 저녁 바람이 소나무에 묶여져 있는 옷 조각에 매섭게 부딪쳤다.

 

무테안경의 사내는 가늘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소나무에 묶여 있는 옷 조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왜 이 자리에만 옷 조각이 묶여 있는 걸까? 땅이 평탄해서 시체나 보물을 묻기에도 적당하지가 않아. 그리고 이 부근부터는 도저히 길을 찾을 수가 없어. 도대체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무테안경을 쓴 사내의 뒤에는 청색파카와 목도리로 완전 무장을 한 노랑머리의 사내가 담배를 피우며 앉아 있었다. 이 사내 역시 붉은 색의 옷 조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친구사이로 올해 24살이었으며, 무테안경을 쓴 사내의 이름은 박진오, 노랑머리의 사내는 유명근이었다.

 

뒤에 있던 유명근은 재가 풀풀 날리는 담배꽁초를 집어던지며 진오에게로 다가왔다.

 

“하루종일 돌아다녔잖아. 확실하게 표시가 난 곳은 여기 하나 뿐이야. 그런데 이 걸레조각 같은 것이 대체 뭘 암시하는 거냐고?!”

 

명근은 화가 치밀어 올라 손에 쥐고 있던 지도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수봉산의 지리를 나타내고 있는 지도였지만 실제의 산길과는 너무 틀렸다. 지도 속에는 허물어져 가는 절이 있고, 산중간 부근에는 작은 동굴, 약수터와 우물이 있다고 나타냈지만 정작 산 속에는 빽빽한 나무와 풀, 그리고 커다란 돌을 제외하고는 그 무엇도 없던 것이다.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된 지도는 쓰레기에 불과했다.

 

“이 걸레는 그렇다 치고 이대로 가다간 길을 잃겠지?”

 

명근의 말을 받아 진오가 말했다.

 

“잃겠지가 아니라 이미 잃었어. 우리는 지금 같은 자리만 빙빙 돌고 있는 거야.”

 

“젠장할! 들어온 입구가 있으니 당연 나가는 길도 있을 거 아냐?”

 

“흐음…만약 약수터나 우물, 둘 중에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마을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텐데…”

 

진오는 지도가 틀렸다는 것에 안타까워하며 말끝을 흐렸다. 만약 지도대로 우물과 약수터 중 단 한 곳만 있어도 마을 찾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었다. 물이 흐르는 곳을 따라가면 사람이 사는 마을에 다다르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흐르는 물이 없고, 길조차 없는 이 상황은 최악일 수밖에 없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그에 따른 추위의 강도도 심해졌다. 명근은 호주머니의 손난로로 추위를 때우며, 손난로의 기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워했다. 설마하니 지상 105미터 정도의 작은 산 속에서 이리 심하게 길을 헤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저주받은 산이라고 하더니 전혀 빈말이 아냐. 무서우리만큼 이름 값을 단단히 하고 있어.’

 

그의 불안한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져갔다. 필수품으로 가지고 온 핸드폰도 수봉산에서는 수신이 잡히지 않아 쓸모가 없었다. 별 희한한 현상에 명근은 기가 콱 막힐 지경이었다. 진오 역시 PDA의 수신율을 계속 체크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수봉산은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는 말 그대로의 미궁(迷宮)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씨, 뭔 놈의 날씨가 이따위로 추워?”

 

발발 떨면서 손난로를 만지작거리는 명근의 모습이 안쓰러워 진오는 가방에서 두 개의 컵라면과 물통을 꺼냈다. 허기져서 몸의 온도가 떨어지고 있을 때 먹는 것만큼 좋은 약이 없었다. 하지만 명근은 진오가 내미는 컵라면을 거부했다. 이유인 즉, “얌마! 라면 고작해야 10개 밖에 못 챙겼잖아. 아껴서 먹어야지.” 였다.

 

진오는 피식 웃으며 물통의 스위치를 눌렀다. 새로 구입한 그의 물통은 냉, 온 조절이 가능하여 주전자와 냄비 없이도 컵라면의 면을 충분히 익히게 할 수 있는 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기에 유명근은 냄비와 주전자, 가스렌지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하여 컵라면만 딱 10개를 챙겼던 것이다.

 

“내 걸로 주는 거니까 안심하고 먹어.”

 

“헛! 정말이지? 나중에 딴 말하면 안 된다.”

 

라면을 덥석 받아든 명근은 감격해 하며 젓가락을 찾았다. 진오는 물이 뜨거워지자 명근의 컵라면에 물을 부어주었다. 성질이 급한 명근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아직 익지도 않은 면을 후루룩 먹기 시작했다.

 

진오는 자신의 라면에도 물을 부으며 명근의 가방을 힐끗 본 후 물었다.

 

“그렇다고 컵라면만 저렇게 많이 가져왔어?”

 

“네가 컵라면 챙기라며? 네 말대로 챙겼잖아.”

 

진오는 자신의 가방 안에서 하얀 비닐봉지를 꺼낸 뒤 명근에게 내밀었다.

 

“잘 봐.”

 

하얀 비닐봉지 안에는 컵라면의 면과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회용 밥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가방 모서리 부분을 뒤지자 라면의 스프가 나왔다.

 

“…….”

 

라면을 입에 문 채 진오의 가방을 본 명근은 이번에는 자신의 가방을 바라보았다. 컵라면이 통째로 가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반대로 진오는 컵라면의 면과 스프, 밥을 따로 담았기 때문에 30개 가량의 라면을 챙겨올 수 있었다.

 

똑같은 가방에 똑같은 라면을 챙겨왔건만 이리도 수량이 다를 수가 있단 말인가. 명근은 열이 뻗쳐올라서 라면을 입에 물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진오에게 빽빽 소리를 질렀다.

 

“아씨! 진작에 알려줬어야지, 이 사악한 놈아!”

 

진오는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마 무식하게 통째로 챙겨올 줄은 몰랐거든.”

 

“야, 넌 내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는 거 알면서도 그러냐? 모르는 놈 보다 아는데 안 알려 주는 놈이 더 나쁜 놈이야.”

 

“하하. 여기 일회용 밥도 있으니까 국물 남으면 넣어서 먹어. 내 것 라면이 익을 동안에 면하고 스프를 따로 담아 줄게. 다음부터는 라면 챙길 때 이렇게 하는 거다. 알았지?”

 

“오냐, 오냐.”

 

진오는 명근의 컵라면을 면과 스프를 따로 챙겨 가방에 담아주었다. 그리고 호주머니를 뒤져 PDA를 꺼냈다. 전원을 켜 보았지만 여전히 주파수가 생기지 않았다. 핸드폰도 그렇고, PDA는 물론, 외부와의 통신은 아예 두절된 상황이었다.

 

‘이상해…….’

 

만약 이 산에 들어올 때부터 PDA에 주파수가 없었더라면 결코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오전이었을 무렵에는 주파수가 잡혀서 핸드폰으로 통화가 가능했다. 그런데 진오와 명근이 앉아 있는 이 부근부터는 통신은 물론 나침반으로도 방향을 전혀 잡아낼 수가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명근은 갑자기 뭔가 생각이라도 난 듯 라면을 먹다 말고 말했다.

 

“혹시 말이야. 게시판의 글처럼 정말로 이 산에 1)마녀가 있는 것은 아닐까? 2)부두교인지 저주이니 그런 거 있잖아. 그걸 조정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 수도 있고 말이야.”

 

“터무니없는 소리 그만해.”

 

터무니없다는 진오의 말에 명근은 발끈하여 소리쳤다.

 

“생각해봐. 우린 이 헝겊이 묶인 자리에서부터 계속 같은 자리만 빙빙 돌았다고. 이건 분명 주술 같은 것을 걸어놓은 증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조그마한 산을 이토록 헤맬 수가 있겠어?”

 

진오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난 이 손수건이 의미하는 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우리가 계속 같은 자리만 맴도는 것은 아마 수봉산의 엉킨 지리를 파악하지 못한 까닭이겠지.”

 

“흥, 엉킨 지리 좋아한다. 코딱지 만한 산이 퍽도 엉켜 있겠다? 게시판의 글처럼 정말 부두교의 숭배자가 이 산에 있을 거라니까. 난 그렇게 생각해!”

 

“흐음…게시판이라…”

 

진오는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명근이 말한 게시판이라는 것은 바로 [지카(zicca)] 홈페이지에서의 내용이었다. 명근과 진오는 미스테리를 몸소 겪고, 체험하기 위해 지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지카 홈페이지는 미스테리(Mystery)의 광장(廣場)이었다. 미스테리에 관한 문의가 게시판을 통해서 쇄도했다.

 

진오와 명근이 수봉산을 찾은 까닭도 바로 지카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올라온 미스테리 실종사건 때문이었다.

 

수봉산에서 실종된 사람들은 열흘 뒤엔 멀쩡히 집으로 되돌아 왔지만 그들이 집으로 돌아온 후부터는 살인이나 자살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리하여 실종이 되었다하면 참담한 비극이 기다리고 있으니 진오와 명근은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이렇게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욱 난감했다. 수봉산은 지도에 나타난 방향과 전혀 달랐고, 명근의 말처럼 매우 작은 동산과도 같기에 진오는 일이 쉽게 풀릴 줄 알았던 것이다.

 

진오는 어렸을 적부터 남달리 미스테리한일에 관심이 많았다. 남들이 학업공부를 하고 있을 때, 진오는 여기저기 발로 뛰면서 미스테리한일을 찾아 헤맬 정도였다.

 

그것은 그의 출생 때문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무당(巫堂)이었고, 무당이라는 직업을 고깝게 보는 시선에 못 견뎌 그는 자신의 지능을 미스테리 광장[지카(zicca)]에 쏟아 붓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특이한 취미 때문인지 또래의 아이들은 그와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오는 미스테리한 사건들,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령(靈)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였을 뿐, 친구라는 것은 그의 관심 밖의 문제였다. 그렇게 19살이 되던 어느 날, 그에게도 운명의 벗 유명근이 찾아온 것이다.

 

풍경운영자즐의 최근 게시물

무서운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