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인가... 군대 있을 때 이야기 하나 달랑 써놓고
먹고사느라 정신없어서 한동안 안보다가..
간만에 게시판 보면서 저도 제 이야기 하나 써보고자 합니다
저는 무신론자이고, 종교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종교를 부정한다거나 특정 종교를 싫어한다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 생각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얼마전에 그 생각을 조금 바꾸게 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10년전 대학 1학년 여름방학때 일 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핸드폰이라는 건 정말 귀한거였고 삐삐라는걸 많이들 썼죠
방학때니까 집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동생이 절 막 깨우더군요
'형, 전화왔어.. 형 친구라는데?'
전 아무 생각없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놈 대사가 걸작이더군요(a는 친구, b는 접니다)
a:'야... 너 아무일도 없냐?'
b:'뭐여...? 뭔 소리래?'
a:'너 괜찮어? 별일 없냐?'
b:'이 xx가 뭐라는거야... 너 왜 그래 갑자기'
a:'아무일 없는거지? 진짜 별일 없는 거지?... 휴... 다행이다'
전 솔직히 놀랬습니다. 집전화로 전화가 와서는 갑자기 괜찮냐고 물어보는 친구가 이상하기도 했고요
요즘에야 핸드폰으로 쉽게 쉽게 통화하지만 그 땐 그런상황도 아니었으니까요
게다가 그 친구는 저희 집에서 시외버스로 2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개강하고 슬쩍 물어봤죠
왜 전화했는지.. 그리고 뭐가 그렇게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로 다급했는지
그러자 그 친구가 자기 꿈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자기가 꿈 속에서 학교에 있더랍니다. 그런데 학교에 사람이 한명도 없었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친구는 과방에 앉아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아무도 안오더랍니다
그래서 담배라도 한대 피울겸해서 밖으로 나왔는데 제가 밖에 있었답니다
친구는 반가운 마음에 절 불렀는데... 전 대답도 안하고 그냥 친구를 흘끔흘끔 쳐다만 보더랍니다
친구가 자세히 보니까 왠 머리가 긴 여자가 제 등 뒤에 숨어서 제 팔을 꼭 잡고 있더랍니다
친구는 저한테 누구냐고... 왜 그러고 있냐고... 아가씨 누군데 여기 이러고 있냐고 막 물었답니다
그런데 전 아무말도 못하고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그 여자는 계속 제 뒤에만 붙어 있었답니다
그래서 제 친구가 절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저한테서 그 여자를 떼어내려고 옥신각신하다가 잠에서 깼답니다
그리고 너무 꿈이 생생하고 기분이 나빠서 저한테 전화를 했다더군요
솔직히 그 이야기 듣고 좀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 때당시 여름방학 직전에 제가 좋아하던 여자애한테 차이고 한동안 방황(?)을 하면서
흔히들 이야기하는 바람둥이 생활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친구는 그냥 씩 웃으면서 '야 그냥 내가 너 보고싶어서 꿈 꿨나보다'이러면서 넘어갔습니다
근데 뭔가 좀 오싹한 기분이 계속 남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입니다
저랑 가까운 사람들... 친구, 선배, 저희 가족... 한번씩 다들 비슷한 꿈을 꾸고 저한테 이야기를 해주는 겁니다
그 꿈들의 주인공은 항상 꿈을 꾸는 사람과 저, 그리고 정체불명의 긴 머리 여자... 이렇게 세명입니다
더 웃긴건 그 사람들 중에 한명도 그 여자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람들 이야기를 빌리자면 자기들은 '모르는 여자'라는 거죠
저는 참 어이가 없었죠...
귀신 붙은건 나 같은데... 막상 저한테는 나타나지도 않으면서 제 주변 사람들 꿈에서만 보이니 말이죠...
심지어는 군대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대학을 2학년까지 하고나서 군대를 갔습니다
좀 늦게간 편이라 나이가 좀 있어서 유난히 나이어린 고참들한테 더 잘할려고 했고 그나마 인정 빨리 받아서
좀 편하게 군생활을 했거든요
제가 병장을 달 때쯤에 들어온 신병이 있었죠
제가 병장을 달자마자 분대장을 차면서 받은 신병이라서 제가 유난히 좀 감싸고 많이 그랬습니다
그 녀석이랑 동기 두명, 세 명이 저희 내무실을 썼는데 제가 셋 모두 잘 챙겨주는 편이었거든요
그 중에 한 명이 유난히 저를 따르던 애가 있었습니다
어느 일요일이었나.. 아무튼 쉬는 날이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모포 깔고 누워서 티비를 보는데 그 녀석이 쭈뼛쭈볏 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저보고
'xxx병장님... 죄송한데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행정병이었고, 사병들 휴가나 외박, 외출 이런걸 관리도 했었기 때문에 전 휴가나 이런거 때문에 그런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워낙 그런거 잘 챙겨(?) 주는 걸 좋아해서 특히 막내들 휴가는 챙겨서 보내주는 편이었거든요
'그래 이야기 해라'
'잠시 밖에서 이야기 하면 안되겠습니까?'
좀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그 녀석을 따라나갔습니다
밖에 나가서 담배를 한대 펴 무는 순간 그 녀석 입이 떨어지더군요
a:'xxx병장님... 죄송한데 오늘 되도록 밖에 안나가시는게 좋겠습니다'
b:'뭐? 너 왜 그래?'
a:'제가 어제 꿈을 꿨는데....'
이러면서 시작된 그 후임병의 이야기도 참 기가 막히더군요...
그 후임병이 꿈속에서 자기가 근무가 끝나고 내무실에 막 들어서는데 제가 옷을 갈아입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그 후임병이 '어? 근무내려가십니까?' 이렇게 물어봤는데.. 제가 대답도 안하고 막 뭔가 서두르고 있더랍니다
그 후임병이 뭔가 이상해서 제 쪽으로 다가오자 제가 막 짜증을 내더랍니다
왜 오냐고... 니가 신경쓸거 아니라고...
그러다가 제가 막 뭔가를 찾는거 같아서 제 후임이 들고 있던 플레쉬를 켰답니다
그런데... 제 옆에 역시나 그 긴 머리 여자가 제 팔을 꼭 붙잡고 마치 팔짱을 낀것처럼 그렇게 하고 있더랍니다
그러고는 잠이 깼다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은게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저랑 친한 선배... 그리고 제 동생까지... 거기다가 군대 후임병까지... 벌써 5~6명 되는 사람들이 비슷한 내용...
그리고 같은 여자가 나오는 꿈을 꾸고 저한테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아... 건너 뛴게 있는데 저랑 친한 선배가 꾼 꿈도 참 기가 막히죠
여선배였는데... 저보다 한살 많은 누나였죠
제가 항상 누나, 누나 하면서 따라다녀서인지... 유난히 저랑 제 동기들을 귀여워 해줬죠
특히 저한테 자기 사촌동생 친구라고 더 잘해주는 편이었죠
그 누나도 어느날 저한테 걱정스럽게 자기 꿈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그 누나 꿈에서
누나가 강의 시간에 늦어서 막 뛰어가고 있었답니다
강의실에 딱 앉는 순간에 출석을 막 부르고 있었다네요
누나는 '다행이다'싶어서 그러고 있는데 교수가 제 이름을 불렀답니다. 그런데 누나가 알기로 제가 그 수업을 안듣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래도 뭔가 착오가 있나... 싶어서 가만히 있는데 제가 갑자기 강의실 앞문을 열고 들어오더랍니다
그런데 제 뒤로 어떤 긴 머리 여자가 따라들어왔답니다
그런데 그 때 누나가 주변을 보니까 학생들이 아무도 없었답니다
교수가 왜 늦게 왔냐고 저한테 막 뭐라고 하는데 제가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더랍니다
그러면서 교수가 저 여학생은 누구냐고. 같이 수업듣는 학생이냐고 막 뭐라고 하더랍니다
그런데 누나가 누구지... 싶어서 아무리 들여다 봐도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답니다
그 때 갑자기 교수가 출석부를 확인해 보겠다면서 밖으로 나가더랍니다
그래서 누나는 저한테 다가와서
'이 여자애 누구니? 우리과 애야? 아님 여자친구?' 이렇게 물어보는데
제가 아무말도 못하고 인상만 팍 쓰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누나가 '너 왜그래? 무슨일 있어? 아무말이나 좀 해봐' 이렇게 막 그러다가 깼답니다...
군대에서 까지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슬슬 무서워지더군요....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반응 봐서 나머지도 올리겠습니다
장문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