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병

MC레이제2 작성일 13.09.26 15: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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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는 아니고 군 시절 옆 중대 동기한테 들은 이야기 입니다.

 

 

저는 경기도의 모 장갑차 부대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일단 1번국도가 위병소 바로앞을 지나고 있어서 그렇게 최전방은 아니지만 군부대 특성상

워낙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냥 그 자체로 음산함이 감도는 그런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부대내에서 참 특이한 병사도 많았고 뭔가 기이한 일들도 많이 일어나기도 하고 귀신 봤다는 병사는 물론

간부도 더러 있던 그런 부대였습니다.

 

아무튼 저는 1중대 소총수 였고

다른 중대의 훈련소 알동기가 자신의 소대 후임이 직접 겪은 이야기라며 직접 들려줬습니다.

저희 부대는 막사가 그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빨간 벽돌에 단층 일자 구조 건물이며

이른바 소위 '구막사'라고 불리우는 그런 건물이죠 그니까 가운데 행정반이 위치해 있고 양 옆으로 소대 생활관이 배치 되었으며 그 사이 사이로 세면장과 화장실이 있는 그런구조요~

워낙 오래되서 불침번 근무 서다가 소대 문 사이로 쥐 새끼도 왔다 갔다 하고 한번은 선임이 아침에 일어나 전투화를 신는데 전투화 안에 쥐새끼가 들어가 있는 걸 모르고 신었다가 밟아 죽인 일도 있고 뭐 그랬습니다 ^^:;;;

하도 날이 추우니까 전투화 속에 들어가 있었던 거죠~

각설하고 그만큼 상당히 음산한 분위기도 분위기였지만 워낙 막사가 오래되고 낡아

더 그런분위기가 있었죠

 

그리고 이 막사 특성상 보일러실이라는게 있습니다.

보일러실은 주로 막사 뒷편에 유류탱크 앞에 위치해 있는데,

어떻게 보면 막사를 나와 따로 문을 따고 들어가는 반지하 형태의 독립 구조로

요즘 신막사들을 보면 라지에이터? 그 대펴주는 온열 기계와 침상생활 하는 훌륭한 시설을 갖춘 곳이 많던데

저희 같은 경우는 보일러실에서 직접 보일러를 켜고 꺼야 온 중대의 난방 및 온수 급수가 가능한 시설이었습니다.

 

혹한기가 되면 몸이 좀 허약하거나 심하게 다쳐 훈련을 열외 혹은 약간은 정신적으로 미약한 소위 관심병사들을 보일러병이라고 해서 지정해, 일과시간에 오침을 시켜주고 각종 훈련 및 근무를 열외시켜주는 대신에 늦은 밤, 새벽에 주기적으로 기상해 보일러를 켜고 끄게하는 일종의 전문 보직이라기 보다는 열외,관심병사들에게 나름 임시적인 임무를 부여해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다른 부대도 저희와 비슷한 환경이라면 있었을 겁니다.

 

제 알동기 후임이 그런 보일러병이었는데

 

자정, 새벽 2시, 기상1시간 전, 이렇게 세번에 나눠 보일러를 켜고 끄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군대 내에선 아무리 계급이 높더라도 진짜 내일 전역하는 말년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그런 시간대에는

근무와 마찬가지로 2인1조 편성을 하는데, 아무래도 근무 인원이 모자란 다거나 크게 문제가 있지 않는 한

보일러 병으로 빼기가 여의치 않아 당시 일병급이고 훈련 중 크게 다치기 전엔 나름 a급 하고 분대장 견장도 찰 수 있을 것 같았던 똘망똘망 하고 믿음직한 병사였기 때문에

그 동기 후임 혼자 보일러병 일을 맡겼답니다.

 

아무튼 사건의 발단은 위에 기재한 새벽2시 타임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96k라는 군 전용 무전기를 행정반에서 챙겨 지휘통제실에 보고한 뒤

보일러를 켜기 위해 막사 뒷편에 위치한 보일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고 합니다.

평소 하던대로 보일러를 켜고 잘 돌아가나 약 20분정도 관찰한 뒤 어느정도 확인이 끝난 후

원래는 40분 정도 더 머물러야 하지만 꽤가 생긴 이 후임이 그냥 보일러실을 나와 막사로 들어가

정해진 시간만큼 눈을 붙이려고 나온거죠 근데 그 시각이면 앞,뒷문을 모두 봉쇄하고 행정반을 통해서만

막사 내,외부로 출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길을 돌아서 가야 했습니다.

그 돌아가는 길목에는 나름 병사들의 여가를 보장해주는 '컨테이너 코인 노래방'이 있었는데

모르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자면 그냥 오락실 코인 노래방 기계를 컨테이너 박스 하나 마련해 놓고 의자 몇개와 함께

구성해논 군대,구막사식 노래방이라고 보시면 되시겠습니다.

아무튼 컨테이너 박스다 보니 철제 방범망이 되어있는 플라스틱 유리 샤시가 있어서 밖에서도 내부 확인이 가능합니다.

컨테이너 노래방 근처를 지나 행정반으로 돌아가는 찰나에 뭔가 옆 눈길 그러니까 어둠에 좀 적응한 눈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동기 후임은 그냥 지나쳤어도 됐을 법한데 유독 이상하리 만큼 그때는 확인하고 싶었답니다.

이 시간에 혹시 병사가 간부들의 눈을 피해 들어간 병사들이 아닌지, 혹은 진짜 뭐 거수자라도 언건지 등등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솔직히 노래방 특성상 소리며, 나름 사이키 조명도 갖추고 있어 그 야심한 시각에 금새 들통이 날 거고

불빛 같은건 세어 나오지 않았을텐데

이상하게 그냥 뭔가 사람같은 형체가 흘낏 보인 것 같아 무작정 노래방 쪽으로 갔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후임도 그때 마치 자신한테 뭔가 씌인 것 같더랍니다.

늘 지나쳐 왔던 길이고 평소엔 그쪽으로 눈길은 커녕 그냥 빨리 한숨이라도 더 자고 싶다는 생각에 뛰다 시피 해서

지나던 곳이었는데 그런 말도안되는 일을 자기 자신이 했다는 것에서 말입니다.

 

조용히 다가가 유리창을 통해 내부를 양 손을 기역자 형태로 모아 들여다 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웬 유격때나 입을 법 한 cs복 같은 군복에 마찬가지로 유격이나 훈련소에서나 달법한 번호 명찰을 단

까까머리 병사 두명이 미동도 하지 마이크를 들고 꺼진 노래방 기기를 바라보고 앉아 있더랍니다....'

더 놀라운건 정말 기계는 작동은 커녕 전원도 꺼져있는데 마치 무언가 보이기라도 하듯이

 

'뭐라고 하는지는 들리지도 않고 자세히 보이지 않아

확인이 어려웠지만 확실히 두 병사가 번갈아 가며 입을 오물오물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뻥긋뻥긋 하는 것 같기도

한 듯 움직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모습을 보자마자 동기 후임은 그자리에서 진짜 거품물고 쓰러졌고 몇 시간 뒤에 외곽 근무 인원들한테 발견되

사단 의무대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이 사건이 일어나고 부터는 그 중대 노래방은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고

결국은 그쪽 행정보급관이 폐쇄했으며 이후로도 병사들에게 암묵적으로 노래방에 대한 언급을 금지시켜

소문만 무성했을뿐 도대체 왜 그런 일을 겪었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에 대해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동기에게 정확히 듣기 전 대대 국기계양식에서

대대내에 불필요한 유언비어가 돌고 있는데 심신이 허약한 3중대 보일러병이 헛것을 본 것이라고

대대차원에 대대장이 직접 이야기 한 일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사건에 내막을 동기를 통해 제대로 전해듣지 못해 좀 어리둥절 했었죠 무슨 일인가 하고..

 

아무튼 그렇게 대충 사건은 일단락 되었고

제가 전역할 때 까지도 그냥 미궁을 덮혔습니다.

동기 후임은 동기 한테는 물론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은 절대 헛것을 본게 아니다,

그냥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인정한 것 뿐이다 식으로

틈만 나면 비밀스럽게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그때 당시 저희끼리 생각해 봤을 때도 국기계양식에서 대대장이 직접 언급할 만큼 별거 아닌 사항인데

행보관까지 나서서 노래방을 폐쇄한 건 상식적이지도 않고 당연히 이해가 되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이해를 시키더라구요 그 덕에 그 중대 아저씨들은 옆 중대인 저희 중대 노래방을 이용하는 통에

짜증나는 일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앞서 대대가 외관상 음산하고 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썼는데

좋은 반응 보여주시면 몇 가지 더 써보도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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