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므흐읏 작성일 14.03.26 16: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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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친구분은 웃음이 헤픈사람이었다.
인맥도 두텁고 덕망이 넓어 아랫사람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셨던 분이다.

간혹 알 수 없는 말씀들을 하셨다만 다들 게의치 않아 했고
그 분이 하시는 모든 일에 일채 토를 달거나 의심을 품는 이는 없었다.

어떤날은 슬그머니 찾아오셔서는 할아버지와 약주를 드시고
또 어떤날은 담배 태우시며 덕담을 나누고 가시는 날이 빈번했다.

그러다 몇일간 꿍한 표정으로 말할듯 말듯 무언가 꺼림칙하신 것 처럼
말을 할까 망설이시며 할아버지와 담소하시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내가 대짝만한 침대를 이번에 새로 장만했는데.." 하며 운을 띄우시고는
매번 잠자리에 드실때마다 침대에서 떨어져 곤욕을 치루고 계신다는 말씀을 하셨다.

대수롭지 않은듯 할아버지는 뭘 그런일을 가지고 호들갑을 떠느냐 하셨지만
친구분이 이어서 "근데..그게 누가 자꾸 밀어. 집사람은 아닌듯 한데..누가 자꾸 밀어낸다카이"
하시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할아버지는 당췌 무슨소린지 몰라 하시며 친구분을 집으로 돌려보내시곤
이런 얘기는 함부로 남한테 얘기치 말거라 하셨다.

그로부터 한달즈음 흘렀을까
친구분이 찾아오셔서는 또다시 침대얘기를 꺼내셨다.

할아버지는 또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혀를 끌끌 차셨지만
친구분은 "나 인제 알았다. 그 침대 너 주꾸마, 난 이제 필요가 음서" 하시고는 평소와 같은 인자한 미소를 띄시며 집으로 가셨다.

몇일뒤 사람을 시켜 정말 대짝만한 침대가 우리집으로 들어왔고
할아버지는 비싼 돈 주고 샀을텐데 하시며 의아해 친구분께 전화하셨다.

친구분은 한사코 "너 가져라 너 가져라, 누가 니 주라카더라" 라는 말만 하셨고
할아버지는 "와그라노 참말, 내 술이라도 거하게 사지" 하셨지만

그 통화가 두분의 마지막 통화가 될줄은 아무도 몰랐다.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친구를 잃은 할아버지는 쓸쓸한 창가에 앉아 담배를 연거푸 태우시며
"그래 그놈이 알고 있었구만, 알고 있었구만" 하시며 애꿎은 무릎만 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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