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우저서원

늑대의눈빛v 작성일 14.10.29 14: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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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경기도 김포에는 여우재 전설이 있습니다. 여우재란 여우가 넘는 고개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켜 일본군을 크게 무찌른 조헌 선생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설화가 남아있는 장소입니다. 조헌과 여우재 전설의 내용은 다음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blog.daum.net/rg8585/16135989

 

조헌 선생은 여우재를 지나 집과 학교인 우저서원을 오갔었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 그 길을 따라 많이 다녔었죠. 한 번은 초등학생(당시 국민학교) 시절 우저서원으로 소풍 겸 견학을 가게 되었고, 선생님께 조헌 선생에 대한 간략한 강의를 들은 후 자유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주변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뛰어놀기가 좋았습니다. 밤나무밭도 있고, 떡갈나무, 잣나무 등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나무들 가운데 꽤 넓은 담장 안으로 우저서원이 있었습니다. 저와 친구 몇은 우저서원을 삥 둘러 구경을 하다가 뒤쪽 담장에 문이 하나 나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저서원의 대문보다 규모가 약간 작았을 뿐, 위엄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반쯤 열린 문으로 들어가니 우저서원을 둘러싼 담장과 거의 비슷한 넓이의 담장이 또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작은 사당 하나만 있었습니다.

 

나무로 된 사당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그게 뭔지 너무 궁금했고, 호기심을 참지 못해서 사당의 문을 열었습니다. 긴장감이 가득했지만 열고 보니 그냥 제단 위에 위패만 하나 모셔져 있었습니다. 쉬운 한자만 몇 개 읽다가 나머지는 이해가 안 되자, “에이~ 아무것도 아니네.”라고 합리화했습니다. 그 때, 서원 정문에 계시던 선생님이 돌아가자고 우리를 불렀습니다. 우리는 문 닫는 것도 잊은 채 달려서 정문 쪽으로 갔습니다. 저는 사당을 등지고 달리기 시작했을 때 뭔가 오싹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우저서원을 빠져나갔습니다. 소풍을 무사히 마친 우리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가축을 훔쳐서 숲속에 버려둔다는 이 소문은 동네 아줌마들의 입을 타고 빠르게 퍼졌습니다. 우리가 소풍을 다녀온 다음날부터 닭이나 돼지가 하루에 한 마리씩 사라져 인근 숲에 버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짚이는 구석이 있었지만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 가던 중에 여우재에서 스님들 몇 명과 근처 마을사람들 십여 명이 우저서원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따라가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무섭기도 하고 혼날 것 같기도 해서 그냥 학교로 갔습니다. 친구들에게 스님들에 대해서 얘기했더니 학교 끝나면 가보자는 여론이 모아졌습니다.

 

저학년이라 점심시간 전에 학교가 끝났기 때문에 우리는 점심도 생략하고 서원으로 갔습니다. 그랬더니 아직도 스님들과 마을사람들이 그곳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스님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스님이 우리에게 다가와서는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거라.”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기에 눌려 순순히 ...”하고 대답했고 제사는 곧 끝나 모두 돌아갔습니다. 어른들에게 혼날 줄 알았던 우리는 의외로 그냥 돌아가는 어른들을 보고는 스님이 얘기를 안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가축을 습격한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지만 사당에 갇혀있던 여우가 한 짓이 아닐까 지금도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다 읽으신 분은 드래그 ->    이 이야기는 실존하는 설화에 상상력을 담은 픽션입니다. 긴장감을 위해 첫 문장을 "실화입니다."라고 썼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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