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겐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매너리즙 작성일 08.12.09 23: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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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쓰네요. 8개월만에...

 

게시판이 많이 변해있네요. 분위기는 좋은 거 같습니다.

 

이전에 썼던 글의 여인이 아직도 네버엔딩 스토리라 다시 글쓰게 됬어요.(무슨 이야긴진 닉네임 검색 '매너리즙'으로 확인해보세요. 물론 도움 주실 분들만...^^)

 

행님들... 저도 환경이 좀 달라졌습니다. 취직도 했고, 조그만하지만 제 공간도 생겼습니다.

 

마지막 학기가 끝났지만, 학자금 대출 갚을 암울한 미래에 아직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이제 좀 숨 쉬고 살만 하네요.

 

각설하고 대기업 프로젝트 알바하다가 알게 된 그녀... 결국, 또 만나게 되었답니다.

 

인연이라기 보단 같은 나와바리(?) 쪽에서 움직이다보니 마주치게 된거겠죠.

 

퇴근 후, 지하철타고 출입구 쪽에서 이어폰 꽂은채 멍하니 집으로 향하는데 누군가 눈앞에 손을 흔들더군요.

 

뭔가 하고 정신차려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그녀가 웃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세번을 인사했는데 몰라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건데, 정말 그녀 생각 어쩌다 한번쯤 할만큼 바쁘게 지냈는데... 보자마자 두근두근... 머리 속은 하얗고...

어버버 말이 안떨어지더군요. (그래도 명색이 마케팅 전문간데...-_-)

 

그렇게 다시 만났습니다. 그날은 화장도 안했는지 쾡한 얼굴에 앞머리는 고무줄로 질끈 묶고, 뿔테안경까지...

 

그리고 무슨 날인지 아이스크림 케익에, 가방에, 꽃다발에...

 

기억 속에 그녀는 무척 커리어한 여인이었는데... 이런 모습도 있었다니...

 

환장하겠는건... 그 모습이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던 그녀의 모습보다 더 날 두근거리게 했다는 거죠.

 

내가 아무말도 못하고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니까

 

'몰골이 좀 그렇죠?'

 

하고 미소짓더군요. 눈에 뭐가 제대로 씌었나봅니다. 그 모습이 정말 천사같았죠.

 

'그러게요.'

 

정말 멍청한 말이죠. 그녀가 웃기는 했지만, 정말 멍청한 말이었습니다. 수습할 말을 찾고 있었는데...

 

'저 여기서 갈아타요. 다음에 뵈요.'

 

그 날... 그렇게 보내고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그런데 우습게도 그로부터 3일 뒤에 전화가 왔습니다.

 

막 퇴근 준비 마치고 나가려는데...

 

'심심해서 놀자고 전화했어요.'

 

두근두근 겨우 참고 최대한 쿨하게 말했죠.

 

'어디에요?'

 

그렇게 다시 만났습니다. 다시금 커리어 우먼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먹었습니다. 제가 취직턱이라고 낸다고 했습니다. 두근거려서 밥이 잘 안먹혔습니다. 그래도 많은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뭐가 변했는지,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 이야기도...

 

거기서 두근거림이 멈추더군요. 워낙에 포기를 빨리하는 터라 남자친구 이야기에 제 페이스로 돌아왔죠.

 

그래도 그녀와 이야기하는 시간은 즐거웠습니다.

 

계산을 하려는데

 

'제가 놀자고 했으니까 제가 낼게요.'

 

이미 계산이 되있더군요.

 

'고마워요. 놀아줘서...'

 

또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집에와서 멍하니 천정을 보고 남자친구 이야기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한달 아무렇지도 않게 보내나 싶었는데...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소주한잔 하고 싶은데...'

 

바로 전화오더군요.

 

'마침 저도 약속 펑크났는데... 어디세요?'

 

그렇게 또 만났습니다. 그날은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맛집 이야기 하다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길래 언제 시간되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데려간다고 말했습니다. 좋아하더군요.

 

그렇게 떠들다가 밤 12시가 되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녀 핸드폰으로 전화가 많이 왔는지도 몰랐습니다.

 

일일히 전화를 걸어주던 그녀... 그리고 알았습니다. 약속이 있었다는 걸...(친구들과의 약속)

 

하지만 전화 중에 남자친구의 전화도 있었다는 것 또한 알았습니다.

 

'응 이제 집에 가는 길이야.'

 

그렇게 마지막 전화를 끊은 그녀와 헤어지고 집에 오면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전 지금 누굴 사귈 여유가 되진 않습니다. 그냥 그녀와 가끔 이렇게 이야기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회사에서 지친 마음을 풀고 싶은 좋은 친구처럼...

 

그녀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전화를 걸면 또 만나게 되겠죠. 그리고 또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죠.

 

연애가 꼭 그 여자의 남자, 그 남자의 여자란 공식만 있는 걸까요?

 

이렇게 그냥 계속 만날 수는 없는 걸까요?

 

말을 다 할 순 없지만 지금 전... 그 누구와도 사귈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그녀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절 만나는 이유는 뭘까요?

 

지금의 이 네버엔딩 스토리를 끝내야 할까요?

 

아니면 영원히 네버엔딩 스토리로 이어가야 할까요.

 

인연이 아닌 인연...

 

참으로 혼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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