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할까요.

매너리즙 작성일 09.06.10 2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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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행님들...

 

또 이렇게 행님들의 조언을 얻고자 글을 씁니다.

 

지난번에 저의 긴 글에 많은 격려와 희망을 주셔서 이별의 아픔을 딛고 또 한 번 성장했는데...

 

또 멍청한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려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있는 그녀와 시작도 못한 사랑의 이별 후, 저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었드랬죠.

 

그러던 와중 회사에서 좀 인기 좀 있다싶은 공주병 여인네와 엉뚱하게 얽혀 요상한 관계가 진행 중이랍니다.

 

나보다 2년 먼저 입사한, 부서는 다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선배인데... 이 선배가 회사에서 꽤나 인기가 좋은 지라

 

많은 남자사원들에게 보살핌(?) 아닌 보살핌을 받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요염한 분위기로 저의 동기들도 몇몇 홀려 놓았고,

 

저 역시 꽤나 섹시한 선배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시련의 아픔으로 관심이 없었는데, 요 근래 업무상 일주일동안

 

같이 움직일 기회가 생겼었습니다.

 

공주 대접에 익숙해서인지, 아니면 선배라서 그런건지, 일하면서 나를 마치 신하처럼 대하는 그 선배의 태도에,

 

가뜩이나 시련의 상처로 기분이 안좋은 지라, 저 역시 싫은 티 팍팍 내면서 티격거렸죠.

 

그러다가 이러면 일이 안되겠다 싶어 화해의 의미로 술자리를 만들었고, 둘이 술을 마시면서 그동안 서운했던 일들과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런대로 괜찮은 마인드를 소유하고 있는 지라, 나쁘게 보지 않고, 잘 대해 주기 시작했습죠.

 

일이 끝났을 땐, 어느정도 친해져서 요즘은 퇴근하고 지하철에서 어색해하지 않고 같이 수다 떨면서 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공주병이긴 했지만, 이제는 그런 행동들도 귀엽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퇴근길... 혼자 살아서 볶음밥 맛있게 할 줄 안다는 저의 말에...

 

 

"믿을 수가 있어야지. 언제 한 번 먹을 수 있는 기회 줄래요?"

 

 

라고 선배가 말했고,

 

 

"대화가 그런 식이니까 남자들이 꼬이는 거에요. 귀찮다면서 은근히 즐기는 거 알아요?"

 

 

라고 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습니다.

 

 

"근데 신우씨는 왜 안넘어가요?"

 

 

한동안 서로 침묵...

 

내가 끝까지 말 안하니까, 선배가 멋적은 미소로...

 

 

"농담이에요. 농담..."

 

 

하고 마무리 하는가 싶더니만...

 

 

"그냥 좀 달라서요.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아서 처음엔 바보인가 했는데, 일하는 거 보니까 굉장히 꼼꼼하고..."

 

"꼬시지 마세요. 아직 다 아물지 않아서 또 상처 받으면 못 일어나요."

 

"상처? 시련 당했구나? 차였어요? 말해봐요. 내가 토닥토닥 해줄게요."

 

 

진심인거 같아 웃어주었습니다. 괜히 고맙기도 했고, 그런데...

 

 

[여자친구인가봐요. 예쁘네요. 잘 어울려요.]

 

 

잊어버리고 싶었던 전화번호로 온 메시지가...

 

전 주위를 두리번 거렸습니다. 퇴근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았지만, 문 하나 건너 저만치 나를 보고 서 있는 그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5개월만에...

 

심장이 다시 뛰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 역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눈인사를 하고 내렸고,

 

어느새 저도 그 역에 내리고 말았습니다.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왜 그래요? 무슨일이에요?"

 

 

내 뒤를 따라내린 선배... 난 멍하니 선배를 보다가 다시 그녀 쪽을 보았지만, 이미 사라진 모습...

 

그 선배랑 술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기억이 안납니다.

 

오늘... 회사에서 멍하니 있는데, 선배가 비타500 가져다 주면서 묻더군요.

 

 

"괜찮아요?"

 

 

기억이 하나도 안나서 선배랑 같이 휴게실로 가서 물었습니다.

 

 

"나 어제 뭐했어요?"

 

 

멍한 내 질문에 그 선배는 한참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더니...

 

 

"그렇게 죽겠으면 그냥 만나요. 이거 저거 리미트를 두기엔 시간이 너무 짧아요.

 

 가장 미련한 사람이 자신의 감정에 인색한 사람이래요."

 

"아무것도 기억 안나요. 나 뭐했어요?"

 

 

잠시 날 보던 선배가 그러더군요.

 

 

"자기가 우는 줄도 모르고 우는 사람... 첨 봤어요. 그렇게 보고 싶은데 어떻게 참고 있어요?"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거 같았습니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선배의 말이 맞는 거라면... 난 결코 잘 살고 있는게 아니란 거죠.

 

이젠 모르겠습니다. 뭐가 옳고, 뭐가 틀린 건지도...

 

난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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