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이상한 능력이 있다.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으며 현재도 살고 있고, 정신적으로 힘들고 문제가 있는 여자...
그러니까 아픈 여자들을 끌어당기는 능력이다.
물론 요즘 같은 세상에 힘들지 않고 정신질환 하나쯤 없는 사람이 어딨겠냐만,
그중에서도 역시 조금만 자세히 보면 '보통 사람과 좀 다른' 걸 알 수 있는
스폐셜리스트들을 끌어당긴다.
나를 먼저 좋아해주는 여자들은 지금까지 100% 그랬다.
처음엔 그저 '나참.... 별 희한한....' 하면서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한테서 흘러나가는 파장이 그런 여자들의 주파수와 맞아
내게 끌렸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오늘 새벽...... 안 될 줄 알면서도 아주 오랫동안 놓지 못한 손을 놓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녀가 내 손을 뿌리친 거지만.. 오늘은 결국 다시 잡지 못했다.
그녀 역시 많은 문제가 있는 여자였다.
난 그녀를 두고, 잘 지내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그녀가 곧이어 내 이름을 부르며 따라나와, 내가 자리에 두고 온 돈을
'이거 가지고 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라면서 내 주머니에 넣으려는 것을
다시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녀는 내가 다시 손에 쥐어 준 돈을 도로 돌려주려 하지 않고 살짝 웃으며 뒤로
돌아 우리가 나왔던 술집 안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웃음은 비웃음이었을까?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세우려 했던 내 행동에 대한.
탐탁치 않지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녀와 헤어지고 새벽 1시에 가까운 시각에 어울리지 않게 대낮보다 번쩍거리는 번화가를
멍하니 걸어다녔다.
오래간만에 만나게 되어 조금은 반가운 마음에 이곳으로 올 때만 해도, 그러니까 한 시간쯤
전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만난 지 한 시간도 완전히 채우지 못하고 이렇게 될 줄은.
정말로 끝인가.
그렇게 오랫동안 끌고 왔던 것이, 오늘 고작 한 시간 만에.
가수들이 흔히 표현하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슬픔까지는 밀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한편으로 조금은 해방된 기분이랄까.
이제 더 이상 그녀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그 애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역시 심장이 욱신거렸다.
멈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역시 아팠다.
오랫동안...몸도 아프고 정신도 아픈 그녀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
집밖으로 잘 나오지도 못하고, 초반엔 딱히 회복하려던 의지도 없으며
너무 아파서 차라리 그냥 죽고 싶다던 그녀였지만
내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녀는 조금씩 웃었다.
'요즘 빨리 밖에 나가서 너 보고 싶어서 약도 꼬박꼬박 먹고 음식 조절도 열심히 하고 있다~'
'너 너무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
'꼭 나아서 나갈게. 조금만 기다려 줘. 제일 먼저 너 보러 갈게.'
그녀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보고 싶다고 울먹이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자기가 나으면 서비스 많이 해 줄 테니 이상한 데 가지 말고 조금만 참으라는, 약간 야한 이야기도 떠올랐다.
그대로 계속 회복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녀의 어머니가 암으로 입원하셨다.
그녀의 정신이 다시 흔들렸다.
수술과 치료로 어느 정도 안정됐을 무렵...
그녀의 아버지가 뇌사상태로 한 달여를 병원에 있다 돌아가셨다.
그녀는 예전부터 아버지를 애틋하게 생각했었다.
그 외의 이곳에 설명하기 힘든 트러블도 한꺼번에 몰려왔다.
어지간한 막장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여주인공한테 이 정도 악재를 몰아 주진 않을 거라 생각이 들 정도다.
그간 몸은 어느 정도 회복돼 작년까지만 해도 그토록
나아서 맘대로 밖으로 나오고 싶어했던 바람은 이루어졌지만
밖에서 만난 그녀의 눈빛, 말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고 싶었지만 무리였다.
그녀는 더 이상 내 도움을 필요치 않고, 소용도 없었다.
나 자신이 무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차라리 이곳 게시판에서 보이는 나쁜 여자들같이 이기적으로
양다리 걸치면서 돈 한푼 안 내면서 얻어먹고 그런 여자였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런 여자였으면 걱정도 되지 않겠지.
사실은 나 역시 지쳐 있었다. 힘들어 하는 그녀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차가운 말에 이미 가슴은 너덜너덜.
평범한 사랑이 부럽다.
평범하게 만나서 다들 하는 평범한 데이트 코스를 돌고
사소한 일로 싸웠다가 화해하기도 하는.....
그러다 인연이 다하면 좋은 추억으로 남기며 헤어지는
그런 평범한 연애가 부럽다.
어째서 나에겐 그게 그렇게 어려운지.
문체 죄송합니다. 쓸데없이 길어서 죄송합니다. 그냥 넋두리 한 번 써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