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머리 안 감고 수염도 제대로 안 깎고
대충 추저분한 아저씨 같은 복장으로 번화가에 나가면 됩니다.
=ㅅ=아오 슈 발.....
새로 배우기 시작한 운동 때문에 온몸에 근육통이 생겨서
오늘 걍 집에서 꿈틀거리고 쉴까 하다가 이번에 개봉한 에반게리온 파가 생각나더군요.
볼까 말까 하다가 집에만 있으면 답답할 것 같아 보기로 결정.
근데 씻으려고 팔 움직이고 허리 숙이고 하면 지옥의 고통이 찾아오기에
하루쯤 어때~
하는 심정으로 영화를 보러 갔습죠.
영화 보고 나와 지하철역으로 걷는데 얼레
어째 아는 얼굴이.......
예전 사귀었던 여자애가 자기 친구랑 악세사리를 보고 있습니다.
아는 척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는 사이 제 눈길을 느꼈는지
슥 제 쪽을 쳐다봤다가 다른 방향으로 무심히 눈길을 지나치다
'앗!' 하는 표정으로 다시 눈길 백..
"어..? 오빠.."
아.... 도대체 왜 깔끔하게 씻고 머리 감고 수염 밀고 옷도 잘 챙겨 입었을 땐
백날이 가도록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인연들이 좀 후줄근하게만 나가면 이렇게 만나는지...
농담이 아니라,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영 귀찮은 날 대충 까치집하고 대충 츄리닝 입고 기어나가면서
'오늘도 설마 누구 만나는 거 아냐?'
하고 속으로 우스갯소리를 하면 정말 그날 누군갈 만나더군요.
오늘 만난 여자애도 헤어졌을 때보다 왜 이리 여자다워졌는지 원.
나는 백수 아저씨같이 하고 나갔을 때 ㅠㅠ
그 옆에 친구도 있었는데......
나랑 만날 땐 그렇게 안 귀여웠잖아, 이 기집애야~ 거참....
어차피 헤어진 여자라 딱히 상관은 없지만, 이 씁쓸한 기분.....
거기다 한 가지 더해서
오랜만에 만난, 예뻐진 옛날 여자친구를 보면서 예전 잠자리와 그 애의 몸이 떠올라
묘한 감상이 드는 걸 발견하면 참.... 나도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암튼 여러분도 옛날 여자친구 만나고 싶으면 저렇게 해 보세요.
막상 본 에반게리온도 그저 그렇고..... 영상은 괜찮았지만 내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