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호구라기 보단 아직 꼬마라서 뭘 몰라서..또 문화적 차이 때문에 생긴 일화 몇 개 입니다..
때는 우리나라 나이로 초등학교(국민학교) 6학년..
당시 국제학교에 제학한지 3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처음 입학한지 얼마 안되서 부터 친하게 지내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레바논 국적의 '미레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였는데...얘가..참..지금봐도 바람직한 외모입니다 *-_-*
얘랑은 그저 친한 친구였고 당시 저는 좋아하는 여자애가 따로 있었습니다..
그이름도 흔한 '수잔'이라는 네덜랜드 여자애 였습죠...
근데 얘가 여자로 느낀 시점이..
어느날 수학 숙제 검사를 받으려고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근데 얘가 저를 앞뒤 사이에 두고 제 앞에 다른 여자애와 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때리고 제 뒤로 숨고..뭐 이런 장난이었죠..
이러쿵 저러쿵 하다보니 얘가 절 뒤에서 안아주는 모양새가 됬는데..
이게 또..
사춘기 소년의 심장을 뛰게 합니다..
등뒤에 오는 그 가스나 가슴 촉감이 왜 그렇게 민감하게 느껴지던지..ㅡ_ㅡ;;;
이거 첨...교복을 입는 학교였는데...가디건 때문에 잘 몰랐는데..
이것이 참...또 볼륨감이 어린애 주제에 꽤 있더이다...ㅡ.,ㅡ;;;;
그때부터 얘 얼굴을 잘 못쳐다 보겠고..
꺼리김 없이 점심시간이면 같이 밥먹고 공도 차고 했던 애가 왠지 불편해졌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그 어린 나이에도 전 이것이 연애감정이라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저의 달라진 행동에 보통은 여자애가 '아니 얘 왜 나한테 반응이 달라졌지? 내가 뭐? 실수했나?' 라고 삼천포로 안빠지고..
은근히 제 맘을 알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전 학교가 끝나고 수영을 하고 나왔고
그 아이는 워닝슬립 (경고장) 누적으로 방과후 나머지 공부?!를 끝내고 나오는 중이었습니다..
간만에 단둘이 만나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죠..
"아오 야..인도 애들 암내 쩔어!"
"그렇지? 깔깔깔"
원래 10분전에 도착했어야 될 얘네 부모님은 아직 오질 않고..
전 잠시 더 기다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얘 손을 잡았습니다...;
그랬더니 흠짓 놀라면서 고개를 내리고 처다 보지도 못하더군요;;
마침 그애의 부모님이 왔고 얘는 '낼봐' 라고 짧막하게 인사를 던지고 뛰어갑니다..
그동안 몇일을 정말 서로 눈도 못 마주치고 있다가..이건 고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마지막 수업 시작전에 유치원생 식당에서 보자고 말했지요 ㅋㅋ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어두컴컴한 유치원생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5분쯤 지났을까..그 아이가 오네요..
그리고 또 간만에 담소를 나눴습죠..
"야 근데..인도 애들보다 파키들이 암내가 더 심해!"
"그래? 깔깔깔"
올만에 나누는 대화였지만 뭐..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냥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을 무렵..
"야 근데 너 이런 얘기 하려고 나 여기 오라고 한거 아니잖아...하고 싶은 말을 해봐..."
약간 부끄러워 하는 그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드디어 때가 됬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ㅅㅂ...
뭐라고 하지?
나랑 사귈래?
당시 영어가 짧았던 저로선 나랑 사귈래?를 어떡게 말할지 감도 안잡혔습니다..ㅡ_ㅡ;;
음..;;;
음...;;;;;;;
그래 그거야!
"나.."
"으..응;;"
"너 사랑해!"
"풉!! 뭐???"
"사랑한다고!!"
한..10초 가량을 멍~때리던 그 아이는..
"Oh Shit!" 을 연발하면서 계단으로 뛰어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
당황한 저는 그 아이를 뒤 쫓아 가면서 그 아이에 등뒤에 내 뱉은 말은...!!
"As a friend!! (친구로서!!)"
그러자 그 아이의 발걸음 소리가..순간 멈추더니...다시 뛰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생의 손에 꼽는 개드립중 하나였습니다..;;;;
그때 '나 널 좋아해' 라던가 '내 여친이 되어줄래?' 였던가..이런 멘트였다면 그 아이랑은 분명 괜찮은 커플이었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라는 생각을 지금도 가끔씩 해봅니다...ㅋㅋ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얘기는..
위에서 말한 '수잔'입니다..
그아이는...
반에서 일명 얼음 공주같은 존재였습니다..
찰랑찰랑한 금발 머리에 크고 푸른 눈동자..미/칠듯이 도도한 자태..
왠만한 남자애들은 말도 감히 말도 못거는 포스!
어쩌다 용기 있는 넘이 고백을 했다가 어떡게 차였길래 그 어린 나이에 애가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는 그녀!
거기에 가냘프게 마른 몸매의 그녀는 지금 생각해보면
'엘프' 그 이미지와 정말 부합되는 그런 소녀였습니다...
근데..
약 1년여뒤..
제가 이 얼음공주와 사귀게 되었습니다..;;
당시 과학시간에 화학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특수 성질을 띠고 있는 종이를 태우면서 나타나는 색의 반응으로 무슨 성질인지 알아내는 실험이었는데..
그중 한 종이는 탈때 매우 역한 냄세가 나니까 주의하라고 선생님이 미리 경고하셨습죠...
저는 그 아이 옆조에서 실험을 한참 하고 있었는데..
대망의 그 역한 실험지를 태우는 순서가 왔습니다..
아...타네요..
네...냄새가 나요...
이걸 또 인도 애들 암내같다며 옆에 친구랑 장난치고 있을 무렵!!
갑자기 소란스러워 집니다...
그 아이가...!
그 얼음공주가..!!
이 냄새가 너무 역해서 오바이트사 쏠렸나 봅니다..
입을 막고 헛구역질을 하면서 출구쪽으로 가려고 하네요..
근데..
하필..
딱 제 정면에서...
오바이트가 터진겁니다..
근데...
이걸 그냥 뱉으면 되는데..
이 공주님께선 본인의 채면상 그러시지 못하고..
미련하게 손으로 입을 막으려다..본인 상위로 다 흘러내립니다..;;
그리고 순간 싸~~~~해진 실험실...
그..얼음공주께서..
얼마나 쪽팔렸으면..약간 실성한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 와중에 바닥을 대충 딱고 출구로 뛰십니다..
전..사실 비위가 좋습니다..
근데 치명적인 약점이..
절.대.로
토는 못 참습니다..
사람 똥 오줌..별 상관없습니다..
사람 목이 잘리는걸 봐도 그냥 '윽!' 할 정도라고 생각되는데..
토하는거 보면..
진짜 같이 토쏠리는 타입입니다..;;
그걸 보니 저도 헛구역질이 나더군요;;
아니...식도 윗까지 토가 쏠리는걸 겨우 되새김질 했습니다..;;;
근데..
무슨 생각인지..
그 애를 따라나섰습니다..
화장실 앞에서 울고 있는 애한테 가서 아무말 없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닥아주고 상의를 닥아주었습니다..
그때 슬쩍보니..얘가 저를 째려보는건지 아님 뚫어져라 처다보는건지..암튼 처다보고 있네요..
그리고 다 닦을 때 쯔음..
'고마워...근데...너 여기 여자화장실인건 알고 있니?'
'....!!!!!'
'그리고..너 지금 문지르는거 내 가슴인건 알고 있니?'
'......!!!!!!!!!!!'
"나가줄래?"
"으...;;;응...;;;;;;"
그리곤 실험실로 들어왔습니다..
수업이 거의 끝날 때 쯤되서 그 아이가 다시 돌아오더군요..
그 이후로 정말 얘를 피해다녔습니다..
심지어 말을 걸면 도망쳤었죠...이게 그 아이에겐 아주 큰 상처를 준다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어느날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그아이랑 또 마주쳤습니다..
정말 거의 반사적으로 뒤돌아서 가려는데 큰 소리로 제 등뒤로 '잠깐!!' 이라고 외치더군요
그리고 와서는 말없이 제가 그때 그 아이를 닦아준 손수건을 내밀더군요..
이게 벌써 제 기억이 맞다면 보름은 지난 후였는데..;;
'그동안 이거 돌려주려고 했는데 왜 그렇게 힘들지?'
'....;;;'
'너 나 좋아하던거 아니었어?'
'........;;;;;;;;'
'ㅋ..알아 나도 그때 생각하면 내 스스로도 역겨워..니가 날 더럽다고 생각하는건 당연하겠지..그 손수건 버리던지 맘대로해'
그리곤 자기 갈길을 가더군요..
전 다시 그아이를 불러새웠습니다..
'넌!..넌....더럽지 않아...'
그러니 다시 뒤돌아 보는군요..
'나 너 좋아하는거 맞아...그리고 넌 내가 알고 있는 사람중 더러운 것과 가장 반대되는 사람이야...니가 원한다면 난 니 토를 먹를수도 있어!!!'
'!!!!!!!!!!!!'
'.....;;;'
'그말..죤내 역겹다....'
'미..;;미안...;;'
'하지만...고마워...'
그날 이후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되었죠 ㅋㅋ
근데...또 처음 일화에서 말한 '미레일' 이라는 애가 속이 뒤틀리나 봅니다...
어느날 교실에서 쉬는 시간에 애들 다 보는데 그러더군요..
'야~너 수잔하고 사귄다며? 그래, 이번엔 뭐라고 했냐? 또 사랑한다 했어? [친구로서~?] 깔깔깔깔'
제가 너무 놀라서 멍~때리고 있으니..
이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얘 싸대기를 후려 칩니다..;;;
하지만 얘는 남자 애들하고 공차고 노는 여자애;;
바로 머리 끄댕이 잡고 고양이 싸움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날..
머리가 산발이 된 수잔은 하루종일 말이 없다가 한마디 하더군요..
'너..정말 걔한테 사랑한다 했어?'
'....;;;; 아..;; 아니아니!! 그 미.친 개년이 헛소리 한거야..하하;;;;;'
'정말이지?'
'응..;;'
'목숨걸고 맹세해????'
'으..응;;;;'
'말로 맹세해!'
'응..모..목숨 걸고 맹세해..;;;' (ㅅㅂ 그래 내 나이 중1에 목숨걸고 연애한다! ㅠ_ㅠ)
이사건 이후로..
반의 여자애들은 수잔 중심의 '학구파' 와 미레일 중심의 '체육계' 여자애들로 나뉘어서 제가 그 학교를 떠나오는 그 순간까지 왠수 처럼 지냈습니다...;;
제가 3년뒤 그 학교를 떠나올때 학교 전통으로 학교를 떠나는 애한테 일기장에 반 친구들이 한 페이지씩 코멘트를 써서 주는 전통이 있었는데..
그 때는 이미 수잔과 저는 깨졌을 당시인데...
수잔은 저에게..
'넌 나에게 최초이자 최고의 남친이였고 최초이자 최악의 남친으로 남을 것 같다..' (제가 바람을 펴서 깨진거라..;)
그리고 미레일은
'아 니가 알려준 피구라는 게임 너무 잼있었어..너는 가지만 우리는 그 피구라는 게임을 계속 할꺼야~어쩌구 저쩌구..'
'그리고...널 용서해주마...친구로서...ㅡ_ㅡ'
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