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똥사건 2탄

건데기만세 작성일 11.09.22 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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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탄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전역한지 10년이 지났지만,

그 시절 기억은 더듬을 수록 생생해 지는 것이 참 즐겁네요.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2탄 한계란 있다 -

그 무시무시한 밤이 지나고 몇일 뒤였어.

그 날밤에 너무 고생히 심했던지라,

이젠 감시대만 봐도 배가 살살 아파 지는거야.

그래도,

일년에 여덟번씩 모시는 조상님의 은총이였던지,

전처럼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직장을 밀고 나오는

긴박한 순간은 없었고,

일교(일병) 말호봉까지는 잘 넘어갔던 것 같애.

그리고,

작대기 세개가 얼마 남지 않았던 그해 초여름.

어느때 처럼 감시대에 올라서

여자들 구치소를 흘깃거리며 훔쳐보고 있었어.

우리 교도소에는 여자 구치소가 있어서

그 아줌마들, 아가씨들이 가끔씩 눈에 뛰곤 했거든.

시간은 아마 오후 2시쯤이였을꺼야.

초여름 날씨라 온몸이 쳐져 있을 때 쯤,

한참 조용하던 과민성 대장증후군님이

오랫만에 기지개를 켜는 것이 느껴졌어.

어김없이 근무교대한지 30분도 안되었고,

슬슬 아랫배와 항문의 중간정도 쯤에서

살살 간지르는 듯한 경고의 느낌이 올라오고 있었어.

당황스럽지도 않더라고.

아 식빵.. 또 그분 오셨네...

아직 긴급한 상황은 아니였던지라,

생각에 잠겼지.

나에게 선택은 세가지였어.

1. 바지에 싼다.

2. 참는다.

3. 기동타격대에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한다.

 

1번 바지에 싼다의 경우

근무교대 후 단체로 올라갈 때 주변 개코 병장들한테 분명 들킬 것이고,

응가때문에 늘어진 바지위로

또다시 로우킥 맞고 놀림감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하교시간 집 현관에 다와서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아 흰팬티를 적셨던 그 설사이후로

내 인생의 벗을 수 없는 오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패스.

 

2번 참는다.

이게 되면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패스

 

3번 기동타격대에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한다.

이번주 기동타격대 대원 들 중 무섭지만 괜찮은 고참이 많았고,

처음으로 후임도 가 있었으며,

안무섭고 친한 고참도 있었는바,

바지에 싸서 평생 범죄자의 기분으로 사느니

싸고와서 더 쌀때 까지 맞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기 때문에

기동대에 연락하기로 했어.

 

정말 참을 때 까지 참아봤지만,

저주받은 괄약근은 30분도 못넘기고 경보를 울려대고 있었고,

기동대에 전화했을 경우

전화받은 대원이 달려오는 시간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없이 기동타격대 전화를 눌렀어.

 

"충성 3감시대 근무자 .... 입니다"

"왜"

"김xx 있는지 말입니다"

"왜"

"할말이 있어서.."

"왜"

 

야이 개목걸이 불개미같은 좌식아.

나는 지금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건만,

짬도 안되는 상병 초봉 우라질레이션 호루라기 자식이

개념은 2감시대 벙커에 쳐박아놓고

바꿔달라는 사람은 바꿔주지도 않고,

감히 인터폰으로 말장난 하지말고 나좀 살려주세요...

 

"화장실이 급한데 말입니다"

"뭐?"

"화장실이..."

"미쳤네..."

"죄송합니다"

"기다려"

 

오호...

의외로 쉽다고 생각했어.

내 목소리에 급함이 많이 담겨 있었나봐.

긴말안하고 전화를 끊더라고.

그 때부터 나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감시대 유리창 모서리로

괄약근을 틀어막고,

불경과 주기도문을 믹스에서 읊어대고 있었지.

몇분지났을까..

후임이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막 뛰어와.

감시대에서 볼 때 약 30미터 전방부터 그놈이 보이는데,

두루마리 휴지가 펄럭일 정도로 달려오더라고.

아마

나의 고통을 아는 것 같아서 참 고마웠어.

머릿속에선 더 빨리를 외치고 있었지만,

그 외침조차 내지를 수 없는 경지 아니 지경에 있었기에

그냥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었어.

이윽고,

얼릉 다녀오시라며,

감시대 나가는 키와 두루마리 휴지를 건내주던 그녀석.

내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눈빛으로

내가 들고 있던 엠16 총을 건내받으며

비장하게 내 등을 밀어주던 그녀석.

나는 눈빛인사를 마치고,

청사 안쪽에 있는 화장실로 냅다 뛰었고,

내생에 가장 편하고 긴급한 응가 한푸데기를 내려놓고서야.

감시대로 돌아왔어.

 

설마 꼰지르진 않겠지

각오는 했었어.

응가를 팬티에 내려놓는 것보다야,

고참한테 몇대 맞고 갈굼당하는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교대해준 후임놈의 입에서

"끝나고 들리시라는데 말입니다"

라는 말을 듣고 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쌀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지에 싸고 말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또 어떻게 각잡고 맞어...

최근 생활 잘한다고 칭찬도 받고,

다음 보일러병 내정자로서,

다음 외정문근무자(키크고 뽀대나면 뽑히는 경비교도대의 위병)로서,

다음 행정병 내정자로서,

똥 교대 해달랐다고 맞기에는 너무 부끄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어.

남은 근무시간 내내,

이핑계 저핑계 생각해 봤는데,

응가 때문에 교대 해놓고 핑계가 어딨겠어.

그냥 체념 상태로

교대자와 근무하고 기동타격대로 겁나게 뛰어 올라갔어.

다다다닥 소리나게 뛰어 올라가야

군기도 든것 같고 반성하는 것 같잖아.

기동대에 발을 들여놓자 마자,

막 들어온 신병의 자세로

모서리를 뚫으면서 각을 잡고

열중쉬엇 자세로

어떤 펀치와 킥에도 열심히 맞을 수 있습니다의 용모를 풍기며

아무말도 없이 온 전신에 힘을 주고 있었지.

"미쳤냐?"

"아닙니다"

"근데 왜그랬어"

"아닙니다"

- 참고로 맞을 때는 딱 세마디 할수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닙니다"

"똥보다 고참이 만만하든?"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참이 의외로 막 웃기 시작하는거야.

기동대에 있던 막내 부터 왕고까지,

뭐가 그리 웃긴지 막 웃고 있었고,

마구 쫄아있던 나는,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지만 그냥 각잡은 자세로

오늘은 안맞고 살 수 있겠구나 싶었어.

그리고 예상대로,

내려가보라는 의외의 말을 듣게 됐고,

어리벙벙하게 근무교대하고 막사로 올라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셨어.

참 좋은 고참이야.

우리 막사에 그런 고참만 있으면 내 군생활은 햄볶았겠지.

참 운좋은 하루 였다고 생각하며,

기분좋게 막사청소를 시작하며 긴박했던 하루를 마무리 했어.

 

그리고 몇일후...

또다시 감시대에 올랐는데,

또 응가님이 오셨어.

이번엔 힘준 괄약근도 어쩔 수 없다는 액체의 느낌이였어.

그리고 고체가 있어야 할 장에 액체가 있다는 것은,

그 인내의 시간이

고체의 그것보다 짧다는 것을 의미했지.

이미 기동대의 맛을 알아버린 나는,

서스름 없이 기동대에 전화했고,

금방 달려가겠다는 후임의 말에,

오늘도 일이 잘 풀릴려니 하며

응가참기용 모서리에 괄약근을 끼워놓고

주문을 외우고 있었어.

그 땐 정말 미치겠더라고.

직장에 감각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그 응가의 국물의 건더기가

직장에 출렁거리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고,

그날따라 비고 촉촉히 오고 있어서,

그 분위기는 더 비장해졌어.

온다던 후임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나는 서 있을 힘 조차 없어서 다리를 부들거리며 버티고 있었고,

총 들 힘 조차 없어서 쇠창살에 총을 반쯤 걸쳐둔채,

누렇게 뜬 얼굴로

저~쪽 골목길 모서리로

전처럼 두루마리 휴지를 흩날리며 후임이 뛰어와 주기를 고대했어.

그런데..

그런데...

모서리로 회색군복의 누군가가

팔자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게 보였고,

모자 챙에 비치는 위대한 짝대기 네개와

어깨에 장착된 찬란한 견장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설사고 뭐고 이젠 내인생 끝이구나 싶었어.

기동타격대 분대장님이

몸소 비를 맞아가며 오신거야.

일교선임인 나로서는

제대로 처다보기만 해도 오줌을 지리고,

하느님과 맞담배 피시는 그 분대장님이라는 분이,

응가 교대 오시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직장에 가득찬 액체가 굳어버리는 듯한 공포를 느꼈어.

감시대 1층 대문에 철컥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만원빵 가위바위보에서 주먹앞에 가위 내놓고 후회하는

그 허무한 기분이 돌고,

내가 아직 더 맞아서 기동대에 너무 쉽게 전화했구나 라는 후회와

그 공포로 인해 직장에서 위장까지 치고 올라간 설사의 기운을 느끼면서

진짜 공포를 느끼면 설사도 멈추게 한다는

또다른 교훈을 알게 되는 찰라

분대장님께서

내얼굴을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어.

"급했냐?"

아아...

아직도 이름도 기억나는 이형욱 분대장님.

"님"자를 받아 마땅하신 그이름.

처음 막사에 배정받은날,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있다 싶어서,

감히 쳐다보도 못하는 고참인지라 말도 못 붙히다가,

우리 내무반 고참 동기를 통해

중학교 선배이시며,

같은 아파트 주민인 것을 확인하게 된,

나름대로 세대 맞을것 두대만 맞게 해주신 참 좋은 고참...

중학교 후배놈 바지에 응가 할까봐

몸소 교대와 주신 분대장느님의 모습을 본 순간

위장까지 올라간 설사는 다시 괄약근으로 흘러 내리고

나는 대답도 못한채 정신병자처럼 화장실 4사로에 달려들어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풍응가를 쏘아댔고,

마무리 후 우샤인볼트의 속도로 달려 감시대에 달려드는 날 보며

"걸어와 *아"

라고 소리쳐주던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 오래 살진 않았지만,

착한일도 좀 많이 하고

왕따 당하는 친구 좀 도와줘서

하늘이고 땅이고 우리들 마음에고 계신 신들 께서 회의 하셔서

이놈 나름 착한데 이번 한번만 더 도와 줍시다,

하고 내려준 천사가 아닌가 싶었어.

"얌마 아무리 급해도 기동대에 전화하면 어쩌냐"

"죄송합니다"

"나 아니면 어쩔뻔했냐"

"...."

"있다가 들려라 커피나 한잔하고 가"

"ㅜㅜ"

나 그날부터 맘 먹었다.

나는 고참되서도,

막내들 힘들면 근무도 대신 서주고,

특히 똥마렵다고 하면

빛보다 빨리 달려와서 교대해 줄꺼라고.

나중에 왕고되면 형욱 분대장님처럼

아랫것들 보듬어주는 착한 고참 될꺼라고.

그렇게 내 군생활의 두번째 위기는 지나갔고,

나는 그 근무 무사히 마치고

어느새 개인 하늘 저편 아름다운 노을 보며 막사로 돌아갔어.

 

 

그리고 그 고참 전역하던날,

같이 담배피면서 나한테 질문을 던졌어

"너 그 때 막사위로 똥던졌지"

컥!

"교대해 주고 와서 생각해 보니까 영농 지붕 부서진날 야간근무도 너 였더라고"

커헉!

"그날 좀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너 근무라서 또 맞을까봐 그날 안캤었거든"

"네..."

"근데 똥교대 하고나서 너 뛰어가는 거 보면서 생각하니까 너 말고는 없더라고"

"네..."

"너 맞지?"

"네 그렇습니다"

"형한테 네 그렇습니다가 뭐냐"

"네 맞습니다. 접니다"

"2감시 지하 벙커에서 발견된 또아리 똥도 너지?"

"네..."

"아효 새키... 적당히 좀 쳐먹어라"

"..."

"그 때 벙커 청소 내려갔을 때 벙커에서 소한마리 키우는 줄 알았다"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엔 또다른 얘기로 찾아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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