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영화사에서 빠지지 않는 '캣피플'. 내가 본 영화는 1942년 원작을 '폴 슈레이더' 감독이 리메이크 한 1982년 작품이다. 요즘 영화에 익숙한 관점에서 본다면 분장도 뭔가 어색하고 화면도 무섭고 잔인하다기엔 뭔가 어색해보인다. 하지만 영화 전체에 흐르는 음산한 기운과 독특한 설정은 그다지 나쁜 평을 들을 만하진 않은 것 같다.
검은 표범의 피를 타고난 이레나와 그의 오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서 그들과 관계를 가지면 표범으로 변하고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기 위해선 누군가를 죽이거나 가족끼리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
영화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인물은 이레나와 그의 연인 올리버지만 그녀의 오빠 역시 비극적인 삶을 살고 간 것은 똑같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나쁜 결말을 맞게 된 오빠지만 단지 그의 욕심을 비난하기엔 뭔가 가식적이지 않은가? 물론 살인이 정당화된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 문제에 대해 좀 더 고민하는 모습의 이레나가 영화에서 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문제 말고도 영화에서는 하나의 딜레마가 더 나온다. 이레나와 사랑에 빠진 올리버. 둘의 합의하에 그런 결론에 도달했지만 과연 사랑이란 명목으로 그래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만약 그런 둘의 삶이 행복하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볼땐 결코 아니다.
다른 공포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선 선과 악도 존재하지 않고 뿌리 깊은 원한이나 무서운 살인마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와 조금 다른 존재로 태어난 그들과 그들이 가지는 딜레마와 욕심, 사랑이 나올 뿐이다. 아마 이런 영화를 보고 악몽을 꾸지는 않을테니 공포 영화를 잘 못보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